변비는 배출장애 혹은 배변횟수의 감소로 특징지어지며 흔히 배변 시 과도하게 힘주는 경우와 불완전 배변감이 동반되어 나타난다[1]. 변비는 아주 흔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연구대상자 261,040명 중 변비의 유병률은 14.0%이었다[2]. 일반인에서의 변비는 대부분 이차적인 원인이 없는 만성특발성변비(chronic idiopathic constipation, CIC)로 추정되며, 남동아시아 지역이 11.0%로서 가장 낮은 유병률을 보였고, 남아메리카 지역이 18.0%로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으나 지역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2]. 또한 여성과 고령,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등을 보이는 경우 변비의 유병률이 높았다. 변비를 호소하는 일반인들의 대부분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보존적 요법으로 호전될 것으로 여겨지며 보존적 요법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된다. 3차 병원을 방문하거나 전원된 변비 환자는 지역사회나 1, 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와는 중증도나 병태생리와 동반 질환 등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식이와 생활 양식, 의료 기관의 이용행태가 다른 서구의 변비 환자와도 특성이 다를 수 있어서 진단과 치료적 접근을 계획하는데 서구에서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번 호에 게재된 우리나라의 한 3차병원을 내원한 변비 환자들의 특성에 대한 후향적인 연구[3]는 이러한 관점에서 임상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총 338명의 변비 환자 중 여자가 65.7%로 더 많았고 평균 연령은 53.8 ± 16.3세로 전체 환자의 42.6%가 60세 이상이었다[3]. 1995년에 Mayo Clinic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변비를 주소로 전원된 70명 중 63명이 여성이었고 평균연령은 44세이었다[4]. 2007년에 아르헨티나의 연구에서도 215명 중 198명이 여성이었고 평균연령은 42세이었다[5]. 서구의 두 보고[4,5]와 이번 호의 Kim 등의 연구[3]에서 3차병원을 내원한 변비 환자들도 일반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더 많았고 Kim 등[3]의 연구에서는 대체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변비 환자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2]와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으나 세 연구 모두 대상 환자수가 적어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아르헨티나의 연구[5]에서는 변비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 466명 중 54%인 251명에서 약제 혹은 기질적 원인이 있어서 46%인 215명만 기능성 변비로 분류되었다. Kim 등[3]의 연구에서는 후향적 연구의 제한점으로 인하여 단일 3차기관에 내원한 변비 환자 중 2차적 원인이 있는 기질적 변비 환자의 분율에 대해서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추후에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시행하여 규명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만성특발성변비 환자들의 하제 사용 실태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최근에 이루어진 다국가 연구[6]에 의하면 변비 환자에서 하제의 사용률은 우리나라가 16%로 가장 낮았고 미국이 40%로 가장 높았다. 하제 사용률은 남녀 간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상이 심할수록, 가계수입이 적을수록, 교육 정도가 낮을수록 유의하게 더 높았다. 전화설문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연구[7]에서 자가 진단에 의한 변비 환자의 8.2%가 하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남녀 간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3차 병원을 방문한 변비 환자에서는 64.3%에서 민간 요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동규자차(38.5%), 다시마(26.0%), 알로에(23.1%), 한방 제제(12.1%)가 가장 많았다[3]. 민간 요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나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3차 병원을 내원한 변비 환자들에서는 변비의 병태생리를 알기 위하여 배변 조영술, 대장 통과 시간 검사, 항문 직장 내압 검사 등의 생리적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에서는 이루어진 세 연구[4,5,8]에서 대상 환자의 50-76%에서 골반저 기능 장애를 보여 대변 배출장애가 있었다. 이번의 Kim 등[3]의 연구에서도 52%에서 골반저 기능 장애를 동반하고 있어서 서구의 결과와 큰 차이는 없었다. 서행성 변비는 아르헨티나의 연구[5]에서는 8.4%인 반면, Kim 등[3]의 연구에서는 27%로 약간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와 서구의 연구를 종합하여 보면 3차 병원을 방문한 변비 환자의 대부분은 항문 직장 기능이상이나 대장운동의 저하가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3차 병원을 방문하는 변비 환자는 보존적 치료 이외에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혹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9].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단일 3차 병원을 방문한 변비 환자의 특성은 서구와 비교해 볼 때 약간 남성이 더 많은 경향을 보이고 평균 연령이 약간 더 높았고 골반저 기능 저하는 약간 적은 편이었다. 또한 민간 처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비록 Kim 등의 연구가 비교적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이지만 단일 연구기관에서 이루어진 후향적 연구라는 제한점이 있어서 향후 전향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