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설사의 진단과 치료
Diagnosis and Management of Chronic Diarr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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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iarrhea is exceedingly common and produces high economic burden. Understanding pathophysiologic mechanisms of chronic diarrhea facilitates a rational approach to diagnosis and management. Careful history taking and physical examination can characterize the mechanism of diarrhea and identify causes. In contrast to acute diarrhea, causes of chronic diarrhea are noninfectious, and most common causes in primary care are functional disorders. The first step is to differentiate functional from organic cause by asking about alarm symptoms and performing minimal screening tests. A therapeutic trial, for example, cholestyramine for bile acid malabsorption, is often appropriate, definitive, and highly cost effective without need for further evaluation. Treatment of chronic diarrhea depends on the specific etiology. For many chronic conditions, diarrhea can be controlled by suppression of the underlying mechanism. For functional diarrhea, empirical therapy may be beneficial. (Korean J Med 2012;83:585-590)
서 론
설사는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표본 인구조사에서 만성 설사는 과민성 증후군 환자를 포함하여 1.7%로 보고되어 있으며, 설사는 소화기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의 3-5%을 차지한다. 과민성 증후군 환자를 포함하면, 일차의료기관, 3차 의료기관 모두 약 15-20%의 환자가 설사로 내원한다고 할 수 있다.
환자들은 묽은 변이나 물 변을 볼 때를 설사라고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배변의 빈도가 증가하거나 대변못참음(urgency)도 설사라고 호소한다. Bristol stool form score는 대변 형태를 분류한 점수로 임상에서 변의 형태를 규정할 때 유용하며 로마기준 III에서는 설사를 대변 형태가 묽은 변(type 6)이나 물 변(type 7)일 때로 정의하고 있다(Fig. 1) [1].
설사의 정의와 기초생리
정상 성인의 대변은 하루 200 g 이하이며, 배변 횟수는 매일 3회에서 주 3회로 다양하다. 설사는 하루에 대변량이 200 g을 넘거나 배변 횟수가 3회를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대변에서 수분은 약 60-85%를 차지하는데, 대변의 무게, 부피, 성상, 횟수는 식사에 포함된 섬유소의 양, 성별(여자가 남자보다 적다), 약물, 운동 및 스트레스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개인차가 크다. 설사는 2주 이내는 급성설사, 2-4주는 지속되는(persistent) 설사, 4주를 초과하면 만성 설사로 정의한다[2].
설사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소화 흡수 분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Fig. 2). 정상 성인은 일일 2 L의 음식을 섭취한다. 약 7 L의 소화액이 소화관에서 분비되어 음식을 소화시키며 이는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 오는 장 내용물은 1 L로 이 중 800 mL는 대장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출된다. 대변의 수분은 200 mL 이하이며 K+이 90 mEq로 매우 높아 많은 양의 설사는 저칼륨혈증을 동반한다. 수분의 흡수는 우측대장에서 주로 일어나며 좌측대장은 대변을 배출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대변을 저장하는 기능을 주로 한다. 따라서 원인 질환이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설사의 양과 임상상의 차이가 있게 된다. 소장이나 우측대장에서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여 일어나는 우측 설사(right-sided diarrhea, large volume diarrhea)는 양이 많고, 좌측대장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설사(left-sided diarrhea, small volume diarrhea)는 양이 적다(Fig. 3). 좌측 설사는 저장기능이 상실되므로 배변 횟수가 잦고,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고 잔변감, 뒤무직(tenesmus)을 호소하며 대변못참음이 특징이다. 좌측 설사는 흔히 감염이나 염증에 의해 일어나므로 대변에 점액이나 혈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설사의 병태생리
설사는 병태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염증성 설사, 삼투성 설사, 분비성 설사, 장관 이상운동에 의한 설사, 인위적 설사로 구분된다(Table 1).
분비성 설사
분비성 설사는 용어 그대로 소화액의 분비가 많아져 생기는 설사이다. 금식을 시키더라도 설사의 양은 줄지 않으며, 대변의 삼투압은 전해질에 의해 결정되므로 삼투압 차이[osmotic gap= 대변의 삼투압 - 2 (Na+ + K+)]가 50 mosm 이하로 적다. 대변으로 K+이 많이 소실되므로 저칼륨혈증이 흔히 동반된다.
임상에서 볼 수 있는 예는 세균 독소에 의한 분비성 설사이며, 만성 분비성 설사는 습관적인 변비치료제 복용과 담즙산에 의한 설사를 들 수 있다. 말단 회장에서 담즙산의 흡수가 안되면(예: 회장 크론병이나 100 cm 미만의 회장절제 후) 담즙산은 대장의 분비를 자극하여 설사를 일으킨다(cholorrheic diarrhea). Idiopathic bile acid malabsorption는 원인불명의 만성 설사의 40%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간에서 담즙산을 생성을 저해하는 Fibroblast growth factor 19의 생산이 회장에서 감소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장을 자극하는 분비성 설사(예, Zollinger Ellison syndrome, carcinoid syndrome, pancreatic cholera syndrome)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물다.
삼투성 설사
삼투성 설사는 경구로 섭취한 음식물이나 약제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아 삼투작용으로 장관 내로 수분을 이동시켜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유당 불내성 증후군,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과당 등)을 과다섭취하거나 약제로는 Mg을 포함한 제산제 등을 복용한 경우가 임상에서 흔하다. 흡수장애 증후군(malabsorption syndrome)은 모두 삼투성 설사를 일으킨다. 분비성 설사와는 달리 설사의 양이 1 L 내외이며 금식시키면 설사가 호전된다. Osmotic gap은 50 mosm 이상으로 크다.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은 대장 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므로 대변 pH는 산성이 된다.
탄수화물 흡수불량은 삼투압 설사의 대표적 예로 lactase 결핍이며, 무가당 음료에 첨가되는 fructose, sorbitol, or mannitol 등도 흡수되지 않으므로 삼투성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지방변 설사는 지방변이 일일 7 g을 초과할 때로 정의한다. 장관내 소화불량(만성 췌장염), 점막 흡수불량, 림프관 폐색(intestinal lymphangiectasia) 등이 지방변 설사의 흔한 원인이다. 점막 흡수불량의 대표적인 질환은 celiac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물다.
염증성 설사(inflammatory diarrhea)
염증성 설사는 염증, 궤양 등으로 인한 장점막의 손상에 의해 비정상적인 세포막 투과성, 흡수장애 그리고 혈청 단백이나 혈액 점액 등의 삼출액이 증가되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좌측 대장의 염증성 장 질환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표적인 침습성 세균감염으로는 살모넬라, 이질을 들 수 있다. 염증성 설사는 대개 발열, 복부 압통의 임상증상이 있으며, 대변에서 백혈구를 볼 수 있다. S상 결장검사가 진단에 중요하다. 복부나 골반내 종양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만성 방사선 조사 장관염, 호산구성 위장관염(eosinophilic gastroenteritis), 베체트 증후군, 동종골수이식 후 이식편대숙주병 등에서도 염증성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Microscopic colitis (lymphocytic and collagenous colitis를 포함)는 만성 수양성 설사의 원인으로 최근 증가 추세이며 특히 중년 여성으로 NSAIDs, statins, proton pump inhibitors,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복용과 관련되어 발생한다. 대장내시경에서 정상점막이지만이 질환이 의심되면 생검으로 진단할 수 있다.
대장운동 변화에 의한 설사(altered intestinal motility)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소장의 운동이상은 두 가지 경우이다. 하나는 소장통과 시간이 빨라져 미쳐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많은 양의 장 내용물이 대장으로 들어가는 것이고(예, 위절제 증후군), 다른 하나는 소장 통과 시간이 늦어져 과다하게 증식된 장내 세균(bacterial overgrowth)이 담즙산을 deconjugation시켜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위장관 협착으로 인해 소위 blind loop가 형성되어 있거나 운동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당뇨병이나 공피증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장 운동이 증가하여 대장통과시간이 빨라지면 수분의 흡수시간이 단축되어 설사가 일어난다. 대표적인 질환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인위적 설사(factitious diarrhea)
설사는 환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여자에 많으며 만성적인 수양성 설사, 복통, 구역 및 구토, 체중감소, 말초 부종, 저칼륨혈증에 의한 쇠약감 등을 호소한다. 정신과적 기왕력이 있는 사람이나 이전에 설사에 대한 검사에서 음성 소견을 보였던 환자에서 의심하여 보아야 한다.
설사에 대한 진단적 접근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로 만성 설사의 원인을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다. 설사의 시작, 기간, 양상, 악화와 완화 요인, 설사 환자에 대한 노출, 약제 여행과 같은 위험 요인, 대변의 특징을 물어봐야 한다. 환자들은 대변의 횟수, 물기, 부피의 증가나 배변 성상 등 어떠한 변화가 있어도 설사라고 표현하므로 반드시 의사가 환자에게 되물어 확인해야 한다. 대변량이 증가되지 않고 배변 횟수가 증가하는 가성설사(pseudo-diarrhea) 또는 과배변(hyperdefecation)은 과민성 장증후군, 직장염,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에서 흔히 발생한다. 항문괄약근의 손상으로 인해 변을 참지 못하는 변실금(fecal incontinence)도 설사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
환자의 병력 특히 설사의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고, 설사량에 따라 우측 설사와 좌측 설사를 구분한다(Fig. 2). 정상인은 1,000 mL의 내용물이 소장에 들어가고 80%가 흡수되기 때문에 설사의 양은 병변의 위치를 짐작하게 해준다. 1 L를 훨씬 초과할 때는 소장이상의 경우로 분비성 설사는 2 L를 초과하지만 삼투성 설사는 1-2 L 정도이다. 우측 대장 병변은 1 L 내외의 설사를 보통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하루 250 mL를 초과하는 것은 드물다. 이에 비해 좌측 대장은 횟수가 많지만 설사량이 적어 200 mL 내외이다. 또한 좌측 대장에 의한 원인에서는 직장항문 염증에 의한 증상(급변, 절박, 점액변, 혈변)이 동반하지만 우측 설사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없다.
여러 약제에 의하여 설사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Table 2) 최근의 투약 내용을 반드시 살펴야 하고, 여행 경력, 수술, 심리적 긴장, 성관계에 대한 문진도 필요하다. Bristol Stool Form Scale을 포함한 배변일기가 배변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Fig. 1). 음식 일지는 유당 불내성을 진단할 수 있고, 무가당 음료에 첨가되는 fructose, sorbitol, or mannitol의 섭취를 규명할 수 있다. 음주는 소장에서 수분과 나트륨의 흡수를 막아 설사를 일으킨다. 담즙산에 의한 설사는 소장절제 환자에서 흔한 설사의 원인이지만 담낭절제술, 소장세균이상 증식 등 여러 질환과 연관됨이 보고되어 있다. 갑작스런 시작과 밤중의 설사는 담즙산에 의한 설사를 의심할 수 있다[3].
만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므로 기능성과 기질적 장질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Table 3). 경고 증상이 있으면 염증성 장질환, 암성 병변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이학적 검사로 설사의 원인을 일부 감별할 수 있다. 환자의 탈수 정도는 기립성 저혈압, 빈맥, 액와부 발한 유무, 피부긴장도 감소, 의식혼탁, 전신적 쇠약감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빈혈, clubbing 등 영양불량의 소견을 살핀다. 젊은 환자에서 만져지는 복부 종괴는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만성 설사의 원인으로 설사 우세형 과민성 장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말초혈액도말 검사를 포함한 전혈구계산(CBC), 혈청 전해질, 혈청 알부민, 대변 백혈구(Wright's or methylene blue stain) 및 잠혈 검사 등의 최소한의 선별 검사(screening test)만 시행하여 기질적인 원인을 감별한다. 선별검사에서 기능성 질환은 3%에서 이상소견을 보이지만 기질적인 질환에서는 62%에서 한 가지 이상의 검사소견이 관찰된다[4].
기질적 원인을 시사하는 소견이 발견되면 각각의 의심 질환에 따라 적절한 검사를 추가한다. 발열을 동반한 복통, 장관 외 증상, 혈변 등은 염증성 장질환을 시사하므로 S상 결장경이나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바륨조영술을 실시하여야 한다. 지방변, 영양장애, 흡수장애가 의심되면 단계적인 검사를 통하여 흡수장애의 원인 질환을 밝혀야 한다. 체중감소나 골대사이상, 빈혈, 비타민 결핍이 동반되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원인질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Fig. 4).
만성 수양성 설사의 경우에는 설사의 양과 금식 후 설사의 감소 또는 소실 여부로 삼투성 설사와 분비성 설사를 감별할 수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대변량을 믿지 말고 대변을 모으게 하여 빈도와 양을 정확하게 기록하여야 한다. 모은 대변을 원심분리시킨 후 상청액에서 삼투압과 전해질의 양을 측정한다. 대변 삼투압은 혈장의 삼투압과 유사한 290 mosmol/kg H2O 정도이다. 대변 삼투압이 300 이상이면 흡수되지 않은 탄수화물이 대변에 포함되어 있거나 소변이 섞인 것을 의미하고, 280 이하이면 대변에 수분이 양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Factitious diarrhea 환자는 대변에 소변이나 물을 타서 설사로 가장하므로 삼투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으면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삼투압 차이가 100 mosmol 이상이면 흡수가 덜 된 탄수화물이나 마그네슘함유 설사약 등에 의한 삼투성 설사를 나타낸다. 50 mosmol/kg H2O 이하이면 장관에서 나트륨 및 칼륨의 과다 분비에 의한 분비성 설사를 의미한다.
만성 설사의 치료
만성 설사의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교정해 준다. 예를 들면, lactase 결핍 환자에서 유제품의 제한, 만성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스테로이드 투여, 회장 담즙산 흡수장애의 경우 cholestyramine, gastrinoma의 위산과다분비에 대한 proton pump inhibitors, 악성 carcinoid 증후군에 대한 octreotide, 갑상선 medullary carcinoma 환자에 대한 prostaglandin inhibitors인 indomethacin, 만성 췌장염에서 췌장 효소의 보충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설사는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기능성 질환이 많으므로 대증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탈수에 대한 교정으로 수분과 전해질 공급이 필요하다. Psyllium과 다른 수분친화성(hydrophilic) 약제들은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을 굳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지사제들은 장관의 운동을 변화시키거나 항분비 작용으로 설사를 멎게 한다. 아편계통(opiate)의 지사제(diphenoxylate, loperamide)는 장관운동을 억제하여 경증 및 중등도의 분비성 설사에 도움을 준다. 이런 종류의 장관운동을 저하시키는 약제들은 감염성 설사나 염증성 설사에서는 금기이며 과도한 사용은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분비성 설사에는 octreotide가 효과적이며 carcinoid syndrome과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유효한 성적이 보고되어 있다. Clonidine은 α2-adrenergic agonist로 아편금단에 의한 설사나 당뇨병성 설사에 도움이 된다. 담즙산에 의한 설사인 경우에는 cholestyramine 투여가 시험적 치료로서 가치가 있다(예, 회장 절제).
결 론
만성 설사의 원인은 여러 병태생리가 관여하는 만큼 다양한 질환에 의해 일어나며 유병률이 매우 낮은 기질적인 질환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성설사는 급성과 달리 감염에 의한 경우는 매우 적다. 따라서 설사의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하고, 우측 설사와 좌측 설사를 구분하는 것이 다음 검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므로 기능성과 기질적 장질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원인이 의심되는 경우 시험적 치료가 고가의 검사를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진단법이다. 예를 들면 유당불내성의 경우 제한식이, 회장절제로 담즙에 의한 자극에 대한 cholestyramine 투여 등을 들 수 있다. 만성 설사의 치료는 설사의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교정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되면 경험적 치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