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5-FU (Fluorouracil)은 직장암 및 대장암의 항암요법의 근간을 이루는 약제로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심장독성(cardiotoxicity)으로 드물지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1]. 5-FU에 의하여 유발된 심장독성은 1975년 처음으로 증례 보고된 후[2], 가벼운 흉통에서 심인성 쇼크로 인한 사망까지 다양하게 보고되며 명확한 발생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혈관수축(vasospasm), 비허혈성 확장성심근병증(non-ischemic dilated cardiomyopathy), 직접적인 심근세포손상(direct myocardial cell damage), 심근막염(myocarditis)등이 5-FU의 심장독성의 기전으로 추정되고 있다[1,3,4]. 저자들은 직장암환자에서 수술 전 동시항암방사선요법으로 5-FU 주입 후 발생한 명확한 기전을 밝히기 어려운 심인성쇼크로 사망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이〇〇, 남자, 51세
주 소: 직장암으로 수술 전 동시항암방사선요법
현병력: 직장암 3기로 수술 전 동시항암방사선요법을 위하여 내원하였던 자로 5-FU 주입 3일째 밤부터 흉통을 호소하였다.
과거력 및 사회력: 30갑년 현재흡연가(current smoker), 소주 1-2병, 주 1회 음주.
가족력: 특이사항 없음.
신체검사 소견: 내원 시 혈압은 120/80 mmHg, 맥박수 72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0℃였으며 의식은 명료하였다. 신체적 진찰상 특이소견 없었으나 5-FU 주입 3일째 저녁부터 앞가슴에 통증을 호소하였고, 주입 4일째에는 빈맥(135회/분)이 발생하였다.
혈액, 소변, 미생물검사 소견: 내원 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8,600/mm3 (중성구 63.9%), 혈색소 14.6 g/dL, 혈소판 318,000/mm3이었다. γ-GTP 266 IU/L으로 증가되어 있었으나 그 외의 간기능 검사는 AST 23 U/L, ALT 11 U/L, Alkaline phosphatase 90 U/L로 정상범위내의 값을 보여 음주로 인한상승으로 추정되었다. CRP 0.07 mg/dL로 정상수치였고, 소변검사에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5-FU 투여 3일째 흉통이 발생하였고 흉통 발생 6시간 후 시행한 심근효소검사에서 CK-MB 9.5 IU/L, Troponin-I 0.023 ng/mL로 정상범위였으며, 흉통 발생 24시간 후 추적검사상 CK-MB <3 IU/L, Troponin-I 0.208 ng/mL로 증가는 없었다.
심전도 소견: 내원 당일 시행한 심전도에서 심박수 100회/분의 정상동리듬(normal sinus rhythm)이었고,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5-FU 투여 3일째 저녁 흉통 발생하여 시행한 심전도에서도 심박수 97회/분의 정상동리듬 소견보였으나, 4일째 오전에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aVR을 제외한 전 유도에서 ST분절 상승이 동반되어 다혈관질환으로 추정되는 급성 ST분절 상승심근경색이 의심되었다(Fig. 1).
방사선학적 소견: 내원 시 흉부방사선에서 특이소견 없었으며 병기설정을 위하여 입원 전 시행하였던 컴퓨터전산화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에서 T3N1a의 직장암 소견을 보였다.
심초음파 소견: 내원 당시 심초음파는 시행하지 않았으며 흉통 발생 후 시행한 심초음파상 박출계수(ejection fraction) 21.55%로 심각한 좌심실수축기능저하를 보였고 전반적인 운동감소증(global hypokinesia)이 관찰되었으며, 좌심실의 크기 및 두께는 정상범위 내였다. 초음파적 소견상에서 심근병증, 심근염이 추정되었다.
관상동맥조영술 소견: 흉통 발생 후 시행한 관상동맥조영술상 양측 관상동맥에서 협착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2).
임상경과 및 치료: 심장질환의 과거력 및 흡연력을 제외한 심장질환의 위험인자는 없고 내원 시 특이소견 없었던 자로 직장암으로 수술 전 동시항암방사선요법 위하여 내원하여 5-FU 주입 3일째 밤부터 간헐적인 흉통을 호소하였고,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복용 후 잠시 호전되었다. 그러나 5-FU 주입 4일째 오전부터 흉통 다시 발생하여 시행한 심전도에서 II, III, aVF 및 전반적인 전흉부유도에서 ST분절의 상승 동반되어 급성심근경색 추정하에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였으나 양측 관상동맥에 연축이나 협착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초음파 검사에서는 박출계수의 심한 감소 및 전반적인 심근의 운동감소증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혈압감소가 동반되면서 간질 발작이 발생하였고, 심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 시행 후 소생되었다. 이후 체외막산소공급(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 치료 고려하였으나 추가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였고 심인성쇼크로 사망하였다.
고 찰
5-FU는 대장-직장암의 중심이 되는 항암제로[5],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계 부작용, 점막염, 신경독성, 골수기능억제등이 흔한 부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5-FU의 심장독성으로는 빈도는 낮으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1.5-18%까지 보고되고 있으나, 대부분이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가벼운 협심증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이며, 심인성 쇼크가 유발되는 경우는 2% 이내로 보고되고 있다[6]. 5-FU의 심장독성은 심근경색, 심근병증, 부정맥, 변이성협심증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대부분 선행된 5-FU의 주입이 있었던 환자에서 마지막으로 5-FU가 주입된 후 수시간 이내에 증상이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7,8]. 심전도는 비특이적이며, 심전도의 변화 없이 협심증 증상이 발현되거나, 무증상이나 심전도의 변화만 동반되는 경우 모두 보고되고 있다[8]. 발생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며, 심장독성의 발생기전으로 관상동맥의 수축이 가장 잘 알려져있으나[3], 모든 증례를 설명하기 어려워 병리발생학적 기전에 대하여 추가적인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Jensen 등[5]은 5-FU 항암요법을 시행 받은 환자에서 심근의 신경내분비학적 변화가 유발되어 NT-pro BNP (N-terminal pro-brain natriuretic peptide) 및 젖산(lactic acid)의 증가가 동반됨을 보고하였으며,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모델에서도 50 mm/kg의 5-FU를 1회 주입한 후 거대한 출혈성 심근경색 및 관상동맥수축이 동반되었으나 15 mm/kg의 추가 주입 후 좌심실비대, 관상동맥의 내피세포 및 심근세포의 세포자멸사(apoptosis) 등의 심근염과 유사한 조직 소견이 관찰되어 단순한 관상동맥의 수축만으로 5-FU의 심근독성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9]. 본 증례에서는 심장질환의 과거력이 없고 이전 흉통 등의 협심증 증상을 경험하지 않았던 51세 남자 환자가 직장암 3기로 수술 전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 도중 425 mg/m2/일의 5-FU주입 약 3일 후부터 흉통이 발생하였고 4일 후 심인성쇼크로 사망하였다. 5-FU의 심장독성에 대한 명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나 많은 경우에서 심근의 세포허혈(ischemia)이 동반되는 급성관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이다[4]. 본 증례에서도 관상동맥조영술에서는 저명한 협착병변 및 관상동맥연축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협심증에 합당한 흉통과 aVR을 제외한 전반적인 심전도유도에서 ST분절의 상승이 동반되어 관상동맥의 다혈관연축에 의한 심인성쇼크가 의심되었다. 또한 심초음파 검사에서는 전반적인 운동감소증 및 심한 심장박출계수의 감소가 관찰되어 전격성 심근염(fulminant myocarditis)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5-FU에 의하여 유발된 심근독성 증례들에서 정확한 심장상태를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특히 심근조직검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드물어 정확한 통계를 얻기 어려운 실정으로, 본 증례에서도 환자의 사망 및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 추가적인 심근조직검사 및 심장자기공명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5-FU의 용량, 주입경로, 투여방식 등이 심장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5-FU 주입 후 심장독성이 발생한 경우 재 투여 시에는 칼슘채널차단제, 베타차 단제 및 니트로글리세린 등을 추가 복용하고, 5-FU의 용량을 감량하여 투여할 것이 권장되고 있으며[10], 지속정맥주 입보다는 정맥 점적 주입이 부작용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6]. 5-FU로 인한 심장독성이 발생할 위험도를 예측하는 인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지만 현재까지는 이전에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이외의 5-FU의 심장독성을 예측하는 인자가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10], 5-FU가 직장-대장암의 치료에 매우 중요하므로 항암요법 이전에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