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천식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연령에서 가장 흔한 만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5-10%의 국민들이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흡입성 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를 근간으로 하는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고용량의 ICS와 다른 조절제를 사용하더라도 천식증상의 호전이 어렵고 잦은 악화를 보여 임상의들에게 심각한 고민이 되고 있다[1]. 이와 같이 치료가 어려운 천식, 즉 난치성 천식(difficult to treat asthma), 또는 치료불응성 천식(refractory asthma)는 전체 천식 환자의 약 5-10%를 차지하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 환자들은 약제 사용량과 병원방문이 잦아 의료비 지출이 많으며[2] 약물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자주 경험하고, 잦은 악화를 보여 사망의 위험이 높다.
중증 천식의 임상적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중증 천식이 일반적인 천식, 즉 경증 또는 중등증 천식과 다른 어떠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여러 다기관 연구자 모임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모임들은 나름의 중증 천식의 기준에 따라 중증 천식 환자를 등록하고, 환자의 인구학적, 임상적 인자들 뿐 아니라 폐기능, 기도염증, 전신 염증과 면역반응 등 다양한 임상적, 면역적 표현형 지표들을 수집하여 연구를 전개하였다. 현재 활동이 종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대표적인 중증 천식 연구모임으로 미국의 NIH, NHLBI 지원의 Severe Asthma Research Program (SARP) [3], The Epidemiology and Natural History of Asthma: Outcomes and Treatment Regimens (TENOR) 등[4]이 있고 유럽에서는 European Network for Understanding Mechanisms of Severe Asthma (ENFUMOSA) [5], Unbiased Biomarkers for the Prediction of Respiratory Disease Outcome (U-BIOPRED) Consortium 등[6]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the cohort for reality and evolution of adult asthma in Korea, COREA),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난치성 천식 워크그룹 등을 중심으로 천식과 중증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기관 환자등록사업이 진행되면서 한국인에서 중증 천식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진행된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증 천식의 임상적, 병태생리적 특징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중증 천식의 위험인자
유럽에서 진행된 ENFUMOSA 연구에서는 경증-중등증 천식과 비교하여 중증 천식을 가진 환자들의 인구학적 특징으로 여성이 보다 많고, 보다 비만하며(여성의 경우), 아토피가 덜흔하고, 아스피린 과민성이 있음을 보고하였다[5]. 반면 주로 미국인이 등록된 SARP에서는 성별, 비만 등은 관련을 보이지 않았고, 높은 연령, 비아토피, 아스피린 과민성, 부비동염, 위식도역류질환 등이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3]. 국내 COREA 연구에서도 경증-중등증 천식과 비교하여 중증 천식환자에서 성별이나 비만의 차이는 없었고, 중증도가 증가할수록 연령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7]. 이처럼 나라마다 중증 천식의 인구학적 특징과 위험인자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Table 1) 중증 천식 대상기준의 차이에 의한 영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종에 따라 중증 천식의 양상과 위험 인자가 다른 특성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미국에서도 백인보다는 흑인에서 천식이 보다 잘 조절되지 않거나, 중증 천식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인종적인 특성이 중증도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8]. 이러한 인종적 차이점들은 향후 중증 천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한국인을 포함하는 그리고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다국가, 다기관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중증 천식의 표현형과 분류
천식은 한 가지 특징만으로 정의하거나 진단하기 어려운질환이다. 천식은 임상적으로는 만성 호흡기 증상과 함께 급성악화가 특징적이며 생리학적으로는 가역적인 기도폐쇄(폐기능 저하), 기도 과민성을 보인다. 병리학적으로는 호산구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만성적 기도염증을 보이고, 병태생리적 측면에서는 여러 알레르겐에 대한 제2형 T세포 과민반응 (type 2 helper T cell, Th2)을 나타내는 등 여러 특질들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천식을 정의하는 한 가지 지표가 없고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중증 천식도 이와 유사하게 매우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천식의 여러 표현형에 따라 중증 천식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9].
임상적 분류
중증 천식은 임상적인 관점 즉 천식의 발현양상과 악화 빈도, 폐기능감소 등에 따라 1) exacerbation prone asthma, 2) asthma with fixed airflow obstruction, 3) steroid-dependent asthma와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10]. Exacerbation prone asthma는 천식 발현양상은 평소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으나 잦은 중증 악화를 보이는 유형으로 SARP 등록환자의 40%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1]. 고정된 기도폐쇄를 보이는 유형은 상대적으로 악화는 드물지만 폐기능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며, 특히 고령, 남자, 흡연, 아스피린과민성, 오랜 병력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졌다[12].
염증표현형(inflammatory phenotype)에 따른 분류
천식은 만성 염증성질환으로 염증에 동원되는 과립구 측면에서 호산구증가가 뚜렷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호산구성, 비호산구성 천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중증 천식에서도 이러한 분류와 접근이 유용하다. 호산구성 중증 천식은 비호산구성 유형에 비하여 심한 악화, 부비동염 동반, 말초 기도침범, 기도개형, 폐기능저하가 특징적인 양상으로 보고되었다. 반면 비호산구성 중증 천식은 주로 중성구 염증이 두드러지며, 천식 증상이 심하다. 호산구성 염증표현형을 바탕으로 한 분류와 접근은 천식 치료제 선택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증 천식환자 중에서 ICS로 조절되지않는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항IL-5 항체인 mepolizumab을 사용한 초기 연구에서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으나[13], 호산구성 염증을 보이는 중증 천식 환자에서 급성 악화를 줄이는 효과를 보여주었다[14,15]. 이러한 결과는 호산구성 염증 표현형의 중증 천식환자에서 항IL-5 치료가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중증 천식 치료에서 염증표현형에 따라 서로 다른 치료전략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산구성 염증여부는 흔히 유도객담 검사를 통하여 평가하지만, 시행이 번거롭고 복잡하여 통상적인 진료에 사용되기에는 여러 제한점이 있다. 호기 산화질소(fractional exhaled nitric oxide, FeNO)는 호산구성 기도염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호산구성 기도염증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행이 쉽고 재현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16].
면역 또는 분자표현형(immuno or molecular phenotype)
천식은 Th2 면역반응의 두드러진 정도에 따라, 즉 IL-13과 같은 Th2 사이토카인의 발현 정도에 따라 Th2 유형과 비 Th2 유형으로 면역 표현형을 분류할 수 있다[17]. 즉 고용량의 ICS로도 조절되지 않을 정도로 과도한 Th2 사이토카인의 발현이 주요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유형이 있다. 이러한 중증 천식환자에서 항 IL-13 항체를 사용하였을 때 Th2 사이토카인의 발현이 높았던 환자에서 낮은 환자에 비하여 폐기능 향상 등 높은 임상적 효과를 보였고, 이때 Th2 항진의 지표로 혈중 periostin이 유용한 biomarker로 작용할 수 있었다 [18]. 이러한 결과는 중증 천식을 분자표현형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향후 여러 생물학적 제제의 반응을 예측하는 등 임상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Th2에 의한 염증이 아닌 비Th2 유형에는 Th1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IL-17의 증가를 보이는 Th17 면역반응과 염증도 천식의 병태생리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9]. 중증 천식환자 일부에서는 경증 천식에 비하여 IL-17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고, IL-17의 증가는 호산구의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은 중성구 염증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표현형의 탐색: 군집분석
중증 천식을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형들이 있지만, 이들 표현형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지 않고 여러 표현형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표현형의 탐색이 여러 통계분석모델을 사용하여 시도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으로 천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임상적, 염증, 면역학적, 생리학적 지표를 독립적인 인자로 사용하여 새로운 표현형 군집을 추출할 수 있다. SARP에 등록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군집분석에서는 5개의 cluster가 확인되었다(Fig. 1) [20,21]. 즉 1) mild allergic asthma, 2) mild-moderate allergic asthma, 3) more severe older onset asthma, 4) severe variable allergic asthma, 5) severe fixed airflow asthma 등과 같이 주로 발생시기, 아토피유무, 폐기능 등으로 구분지어지는 cluster가 있었다. 향후 이러한 분석시도는 중증 천식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러한 cluster가 다른 천식환자 코호트에서도 확인가능한지, 치료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ndotype
최근 천식을 이해하고 분류하는데 표현형과 다른 “endotype”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Endotype은 특징적인 기능적 또는 병태생리적 기전에 의해 정의할 수 있는 질병상태의 세부유형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중증 천식에서는 1) early onset allergic asthma, 2) late onset, eosinophilic asthma, 3) Allergic bronchopulmonary mycoses, 4) obese, female, late onset asthma, 5) neutrophilic asthma 등이 endotype으로 제시되고 있다(Fig. 2) [22]. 단순한 표현형 분류에서 기전적인 측면을 강조한 endotype 분류 역시 중증 천식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향후 치료적 유용성에 대한 부분이 검증되어야 하고, 보다 유용한 biomarker 발굴이 필요하다.
중증 천식의 병태생리적 특징
기도염증과 기도개형
천식의 기도염증 측면에서 경증-중등증 천식과 다른 중증 천식만의 고유한 특징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천식의 병태생리적 특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SARP에서는 기관지내시경을 통하여 기관지생검과 기관지폐포세척을 통한 샘플을 수집하고 있으며, 중증 천식에서도 기관지 내시경이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23]. 염증세포 중에서 비반세포는 IgE 매개반응을 통하여 히스타민을 분비하는 등 염증과정에 관여하는데, 중증 천식환자의 기도에서 chymase 양성 비반세포의 침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상피세포내에 높게 존재하였다[24]. 또한 객담 염증세포 분석을 통해서 염증세포의 특성을 살펴보았을 때 호산구와 함께 중성구가 높은 그룹에서 폐기능의 저하와 낮은 천식조절 상태를 보였다[25]. 이러한 결과들은 중증 천식에서 고용량의 ICS를 포함한 현재 치료로도 조절되지 않는 염증이 중증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도염증 뿐 아니라 천식 기도개형(airway remodeling)은 지속적인 폐기능 저하와 낮은 치료반응과 연관이 있는데, 중증 천식환자의 기도에서는 이러한 기도개형 변화가 기도 상피세포의 증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알려졌다[26]. CT를 통한 연구에서는 중증 천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기도 상피세포의 증식과 비후가 기관지 벽의 두께 증가와 연관이 있으며, 나아가 공기 저류와 폐용적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27]. 이처럼 기도염증 뿐 아니라 기도개형에서도 상피세포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중증 천식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기도염증과 함께 기도개형을 억제하기 위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저항성
중증 천식의 정의가 고용량의 ICS를 포함하는 높은 단계의 천식치료로도 조절되지 않는 천식을 의미하면서 중증 천식의 발생기전에서 스테로이드 저항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즉 중증 천식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기도염증이 뚜렷한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는 세포질 내부에서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 GR)와 결합하여 핵내로 이동하여 DNA와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스테로이드 수용체 중에서 GRβ는 DNA와 결합하지만 스테로이드와 결합하지 않아, GRα의 작용을 억제하는데 중증 천식에서는 GRβ가 과발현되거나 GR의 결합능력의 변화로 인하여 스테로이드의 작용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28]. 또한 말초혈액 단핵세포에서 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의 활성화[29], histone deacetylase의 활성 저하[30] 등이 스테로이드 저항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 론
중증 천식은 매우 다양한 표현형을 나타내며, 임상적 측면 뿐 아니라, 기도염증, 면역반응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이질적인 양상을 보인다. Th2 염증의 항진, IL-17의 증가를 포함한 비 Th2 염증의 작용, 기도개형, 스테로이드 저항성 등이 중증 천식의 주요한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천식의 여러 표현형을 아우르는 군집분석, endotype 분석 등을 통하여 중증 천식의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측면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SARP, U-BIOPRED 등 외국의 중증 천식 그룹에서 보고하는 결과는 중증 천식의 이해를 넓히는데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인에서의 중증 천식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우리 나라의 다기관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중증 천식의 기전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고, 새로운 치료적 접근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