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췌장염의 병인론과 발병기전 그리고 자연경과
Etiology, Pathogenesis and Natural Course of Chronic Pancreat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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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etiology of chronic pancreatitis varies greatly as demonstrated in the TIGAR-O classification. However, due to the lack of correlation and reproducibility between the etiologic factors and the presentation of the disease, it is presumed that individual sensitivity such as genetic predisposition would play an important role in its pathogenesis. Although our understanding on the pathophysiology of chronic pancreatitis is still far from being adequate, we are gaining more insights on its underlying mechanism through active researches related to pancreatic stellate cells, and molecular/genetic studies. Since the clinical manifestations of chronic pancreatitis show significant variation according to its cause, stages of the disease, and presence of local complications, controversy still remains regarding the natural course of chronic pancreatitis and warrants further study. At present, it is generally agreed that acute pancreatitis, recurrent acute pancreatitis, and chronic pancreatitis lie on the same spectrum of the disease. (Korean J Med 2012;83:1-17)
서 론
만성췌장염은 췌장 외분비 실질의 파괴와 섬유화로 인한 췌장 외분비 기능의 감소 및 궁극적으로 내분비 실질의 파괴까지 동반하는 비가역적인 췌장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1].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재발성 또는 지속적인 복통이 유발되고, 흡수장애 및 당뇨가 초래된다. 조직 병리학적으로는 비가역적 해부학적 췌장의 손상을 수반하는 염증성 질환이며 비가역적 췌장손상은 췌선방세포(acinar cell)의 소실, 섬유화, tubular complex의 형성 등의 특성을 갖는다. 급성췌장염은 췌장기능과 조직학적 손상이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나 만성췌장염에서는 췌장손상이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은 별개의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많은 경우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아직까지 췌장염의 분류에도 많은 혼란이 있다[1]. 이러한 질병 분류 및 정의의 혼란은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로 인하여 조직 진단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췌장염의 조기 영상학적 진단이 모호하고 방사선 영상과 조직 변화의 상관관계가 밝혀져 있지 않는데 기인한다. 그러나 급성췌장염이 계속해서 재발하면 만성췌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의 발병 원인이 상당부분 겹치고, 같은 실험모델에서 프로토콜을 수정하면 각각의 상태가 유발될 수 있으며 급성염증시의 임상양상과 혈청학적 변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현재는 급성췌장염, 재발성 급성췌장염, 그리고 만성췌장염을 같은 질병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지고 있다[2-5].
만성췌장염의 병인으로는 만성 알코올 섭취,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담석 등의 담관계 질환, 외상, 췌장섬유종, 췌장기형 등이 알려져 있으며, 만성췌장염 환자의 30-40%는 특별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이다[1]. Whitcomb 등은 만성췌장염 발생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들의 첫 글자를 따서 TIGAR-O 분류(Toxic-metabolic, Idiopathic, Genetic, Autoimmune, Recurrent and severe acute pancreatitis associated chronic pancreatitis, Obstructive chronic pancreatitis)를 제시하였다(Table 1) [6]. 각 원인에 의한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췌장섬유화 생성 과정의 연구에 있어 괄목할 만한 진보와 유전학적 분자 생물학적 연구의 진전으로 만성췌장염의 병인론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먼저 TIGAR-O 분류에 따른 만성췌장염의 병인론에 관하여 알아보고, 만성췌장염에서 섬유화의 진행에 대한 최신 지견과 병인론 중에서 가장 흔한 알코올성 췌장염의 발병기전을 살펴본 후 만성췌장염의 자연경과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본 론
만성췌장염의 병인론(etiology of chronic pancreatitis)
Toxic-metabolic
알코올(alcohol)
알코올은 오랫동안 만성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왔고 이는 서양뿐만 아니라 호주,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도 주요 발병 원인이다[7]. 최근 만성췌장염에 관하여 이태리에서 시행한 다기관 설문조사에 의하면 알코올이 원인이었던 경우가 34% 밖에 되지 않았고[8], 미국에서 시행된 North American Pancreatitis Study 2 (NAPS2)에서도 알코올이 만성췌장염의 원인이었던 경우는 45%로 낮은 비율을 차지하긴 했지만[9], 아직까지도 서구에서 만성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 알코올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견이 없다. 알코올로 인한 만성췌장염은 대개 하루에 150 g의 알코올(소주 2병)을 10-15년 동안 매일 복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10], 알코올에 의한 만성췌장염 발생에 대한 병태 생리학적 이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만성음주자의 10% 미만에서 만성췌장염이 발생하며 알코올 만성췌장염 환자의 약 30%의 경우는 알코올의 섭취량이 비교적 경미하여 원인 결과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아 만성췌장염의 발생에 알코올 이외 환경유전학적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임상적으로 합당한 실험적 알코올췌장염 동물모델이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11-13].
Idiopathic
알코올이 원인이 아닌 만성췌장염의 상당수(30-40%)는 특발성(idiopathic) 만성췌장염으로 분류된다[1]. 특발성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대개의 경우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으나 일부는 알코올에 대한 과민반응, 모르고 지나가거나 보고되지 않은 췌장외상,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중국의 경우에는 만성췌장염 환자의 60-70%, 우리나라는 20-59%, 그리고 일본은 35% 정도가 특발성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7,15]. 특발성 췌장염은 청소년형(juvenile 또는 early onset)과 노인형(senile 또는 late onset)으로 나뉘는데, 청소년형은 20세 전후에 호발하며 동통이 심하지만 외분비 기능이 좋고 석회화도 심하지 않은 반면 노인형은 60세 전후(대개는 50-70세)에 잘 발생하고 동통은 심하지 않으나 석회화가 심하다[16,17].
열대성 췌장염(tropical pancreatitis)은 특발성 췌장염의 한 형태로 주로 젊은 사람에게 발생하고 당뇨의 호발과 두드러진 췌장의 석회화가 특징적이다[18]. 열대성 췌장염은 영양실조가 심각하고 카사바(cassava)라는 식용 뿌리를 주식으로 하는 남부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중앙 아메리카 등의 열대 지역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카사바가 그 원인으로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카사바가 만성췌장염을 일으킨다는 실험적 또는 임상적 증거는 없으며, 게다가 남부 인도에서 카사바의 섭취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대성 췌장염이 계속해서 감소하였다는 것은 카사바가 원인이라고 보는데 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19]. 공교롭게도 이 지역에서 열대성 췌장염의 감소는 등유(kerosene) 대신에 전기의 사용이 증가한 것과 맞물려 있기에 등유에서 나온 독성물질이 만성췌장염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만성췌장염의 원인으로 인도에서 열대성 췌장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3.8%로 보고되고 있다[20]. 참고로 열대성 췌장염 환자의 20-55%에서 SPINK1 (serine protease inhibitor, Kazal type 1)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고 CFTR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유전자 변이도 50% 정도에서 관찰되어 서구의 특발성 만성췌장염에서 보이는 유전자 변이 소견과 비슷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21].
Genetic
유전성 췌장염(hereditary pancreatitis)은 1952년 Comfort 등에 의해서 상염색체 우성(autosomal dominant)으로 유전되는질환으로 보고되었고 80% 정도의 발현율을 나타낸다[22].유전성 췌장염은 동일 가계 내에서 급성 반복성 또는 만성췌장염이 2세대 이상에 걸쳐서 3명 이상이 있는 경우 진단될 수 있는데, 증상은 대부분 20세 이하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췌장염의 가족력은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진단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가족성 췌장염(familial pancreatitis)이라고 부른다. 유전성 췌장염의 원인 유전자 변이가 1996년 처음 발견된 이래 수개의 cationic trypsinogen (PRSS1; protease, serine, 1)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또한 특발성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CFTR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SPINK1 유전자의 이상이 다수 발견되었고, 이어서 calcium-sensing receptor (CASR), anionic trypsinogen (PRSS2; protease, serine, 2), 그리고 chymotrypsinogen C (CTRC) 유전자도 만성췌장염의 발생 기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전자 돌연변이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Table 2) (Fig. 1) [23].
PRSS1 유전자 돌연변이
1996년 Whitcomb 등은 유전성 췌장염 가계에서 cationic trypsinogen을 만들어내는 PRSS1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서 췌장염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24,25]. 첫 번째 발견된 변이는 codon 122에서 arginine (Arg, R)이 histidine (His, H)으로 치환된 R122H 변이이며, 이후 N29I, A16V, K23R, N29T, R122C, D19A, D22G 변이 등이 보고되었다.
정상적으로는 트립시노겐(trypsinogen)이 췌장에서 만들어져 십이지장으로 분비된 이후에야 트립신(trypsin)으로 변환되어 활성화된다. 만약 췌선방 세포 내에서 트립시노겐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트립신으로 바뀌면 이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트립신이 스스로 다른 트립신을 분해시켜 비활성화 한다. 하지만 cationic trypsinogen 유전자의 대표적인 기능 획득성 변이(gain-of-function mutation)인 R122H변이가 발생하면 트립신에 의해 인지되는 부위의 구조가 변경되어 트립신에 의한 분해에 저항성을 갖는 비정상적인 트립신이 형성된다. 그리하여 이 비정상적인 트립신이 한번 활성화가 되면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췌장염을 유발하게 된다[24-26]. 다양한 유전자들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만성췌장염과 다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PRSS1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에는 알코올성 만성췌장염이나 열대성 만성췌장염과 연관이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23].
CFTR 유전자 돌연변이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은 CFTR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으로 췌장에서는 췌관세포(ductular cell)와 췌선방세포의 분비 장애를 일으켜 지속적인 손상을 유발한다[27]. 낭성섬유증을 일으키는 CFTR 유전자 돌연변이는 특발성 만성췌장염 환자에게서도 발견이 되는데, 이들은 임상적으로 전형적인 낭성섬유증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28,29]. CFTR 유전자는 cAMP에 의해 활성화되는 상피세포 표면의 나트륨-염소 수송단백질을 만들고 여러 수송단백질의 조절에 관여한다. 췌장에서는 cAMP 매개에 의한 중탄산염의 분비를 조절하는데, 이것의 주요 기능은 단백질이 풍부한 췌성방세포의 분비물을 희석시키고 알칼리화하여 췌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단백전(protein plug)의 형성을 예방하는 것이다[23]. 정상적으로 CFTR은 췌선방세포에서 관강내로 향하는 표면에 존재하나 만성췌장염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세포질 내에 위치하게 된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에서는 이러한 CFTR의 비정상적인 분포가 스테로이드에 의해 정상화되어 결과적으로 염증이 감소하고, 췌장의 분비기능이 회복되며, 췌선방세포가 재생되는 것으로 밝혀졌다[30].
SPINK1 유전자 돌연변이
SPINK1은 pancreatic secretory trypsin inhibitor (PSTI)로도 불리며, 췌장 내에서 트립시노겐이 조기에 또는 비정상적으로 트립신으로 활성화되면 활성화된 트립신에 부착되어 트립신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어 역할을 담당한다[31,32]. SPINK1은 N34S, P55S 등의 변이에 의해서 그 기능을 상실하여 기능 소실성 변이(loss-of-function mutation)가 유발되는데, 이것은 특발성 췌장염과 깊은 연관이 있다[23]. SPINK1 유전자 돌연변이는 특발성 췌장염뿐만 아니라 유전성 췌장염과 알코올성 췌장염에서도 관찰되는데, 이 변이 단독으로는 췌장염이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췌장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유발인자(predisposing factor) 또는 기여인자(contributing factor)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23].
자가면역성(autoimmune)
자가면역성 췌장염(autoimmune pancreatitis)은 자가면역기전에 의한 췌장의 만성 염증 질환으로 전체 만성췌장염의 2-4%를 차지하며, 조직학적, 영상학적, 실험실검사 및 임상소견에서 다른 만성췌장염과 구별되는 특징적인 양상을 보인다[33].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type 1과 type 2로 나뉜다 (Table 3) [34,35]. Type 1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췌장뿐 아니라 전신을 침범하여 담관, 후복막, 임파선, 신장, 눈물샘, 침샘, 갑상선, 간 등에도 섬유화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전신장기 침범에 면역글로불린G4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type 1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면역글로불린G4연관성 전신질환(immunoglobulin G4-associated systemic disease)이 췌장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Type 2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대부분의 경우 췌장에만 염증이 국한되고 다른 장기의 침범이 드물지만 염증성 장질환과의 연관성은 보고되고 있다.
Type 1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림프형질세포 침윤 경화성 췌장염(lymphoplasmacytic sclerosing pancreatitis, LPSP)이라고도 부르며, 조직학적으로 췌관주위 림프구 및 형질세포의 침윤(periductal lymphoplasmacytic infiltrate), 소용돌이 모양 혹은 나선형의 섬유화(swirling or storiform fibrosis), 이와 동반된 폐쇄성 소정맥염(obliterative venulitis), 그리고 췌장내 면역글로불린 G4 양성 형질세포의 침윤(abundant IgG4 immunostainig) (> 10 cells/HPF)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특징적으로 혈청 면역글로불린G4의 상승을 동반한다. Type 2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비알코올성 췌관 파괴성 췌장염(non-alcoholic ductdestructive pancreatitis) 또는 과립구 상피 병변(granulocyte epithelial lesion, GEL) 양성 췌장염으로도 불리며, 조직학적으로 중성구의 췌관벽 침윤과 그로 인한 췌관벽 상피의 파괴를 특징으로 한다. 이 경우 혈청 면역글로불린G4는 정상이고 면역글로불린G4의 췌장 침윤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진단기준은 없는 상태이나 지금까지 나온 모든 진단기준들은 type 1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type 2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하기 위해서 현재로는 조직학적 검사가 필수 사항이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임상적으로 췌장암과 구분하기 힘들고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치료는 스테로이드의 경구 복용을 근간으로 이루어지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포질 내로 비정상적으로 분포되었던 CFTR이 스테로이드에 의해 정상적으로 췌선방세포에서 관강 내로 향하는 표면에 재분포되는 것이 주요 기전으로 생각되고 있다[30].
재발성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recurrent and severe acute pancreatitis associated chronic pancreatitis)
급성췌장염은 항상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재발성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의 관계는 여러 연구와 실험, 특히 유전성 췌장염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6]. Whitcomb 등은 만성췌장염의 발병기전으로 PRSS1 유전자 및 SPINK1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췌선방세포내 트립신의 자가활성화에 따른 반복적인 급성췌장염 또는 알코올에 의한 반복적인 췌세포의 손상이 초래되고 이에 수반된 염증세포의 침윤과 염증세포에서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생성이 유도되고 이에 따른 췌성상세포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결과적으로 췌장내 섬유화가 진행되어 만성췌장염에 귀착된다는 이른바 SAPE (sentinel acute pancreatitis event) 가설을 제시하였다[25]. 이와같이 알코올과 유전성 췌장염 이외에도 여러 약제, 흡연, 고지혈증, 고칼슘혈증, 담석 등 급성췌장염을 유발시킬 수 있는 모든 원인은 재발성 급성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만성췌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폐쇄성 만성췌장염(obstructive chronic pancreatitis)
폐쇄성 만성췌장염은 폐쇄 또는 협착 근위부의 췌관 확장, 췌선방세포 위축, 그리고 췌실질의 미만성 섬유화라는 형태학적 특징을 갖는다[36]. 췌관의 폐쇄 또는 협착의 원인으로는 가성낭종과 같은 급성췌장염의 합병증, 외상, 종양, 오디씨 괄약근 이상, 분할 췌장 등이 있다[6]. 오디씨 괄약근 이상이 만성췌장염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한 연구에서는 오디씨 괄약근 이상이 없는 사람에 비해 있는 사람에게서 만성췌장염이 동반될 확률이 4.6배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37]. 분할 췌장과 만성췌장염의 관계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만성췌장염으로의 진행예방을 위한 부유두 괄약근 절개술(minor papilla sphincterotomy)의 시행여부는 신중을 요한다. 췌관 폐쇄를 조기에 교정해 줄 경우 조직학적 그리고 기능적 변화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으나 췌장손상이 영구적으로 남기도한다.
만성췌장염의 발병기전(pathogenesis of chronic pancreatitis)
만성췌장염의 섬유화 기전
만성췌장염의 병리학적 소견에서 섬유화는 만성췌장염을 급성췌장염과 구분 짓는 중요한 병리 소견이다. 췌장의 섬유화는 간의 섬유화에 관여하는 성상세포(stellate cell)와 같은 유형의 세포가 췌장 내에서 규명되고 세포의 세포생물학적 성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 되면서 많은 부분이 규명되고 있다. 췌성상세포의 존재는 일찍이 1982년 Watari 등이 생쥐에서 그 존재를 보고하였다[38]. 1990년에는 Ikejiri 등이 전자현미경 및 편광현미경을 통한 연구에서 췌성상세포가 혈관 주위 및 선방세포 사이에 존재하며 세포질내 현저한 지방과립(lipid droplet)을 함유하는 것 등의 세포학적 특성을 갖는다고 규명하였다[39]. 최근 Apte와 Bachem 등에 의해 백서와 사람에서 성상세포가 분리 동정, 배양됨에 따라 세포의 조직 화학적 특성과 세포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40,41]. 췌성상세포는 비활동기에는 세포질내 중심에 핵을 갖고 있고 UV광에 녹색의 형광으로 보이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된 공포를 세포질에 갖고 있는 세포로 췌장 내에 존재한다. 이 세포를 분리, 동정하여 일정기간 배양을 하면 세포질내 비타민A 과립은 소실되고 α-smooth muscle actin (α-SMA)에 염색되는 세포로 표현형이 변화하게 되어 마치 myofibroblast양 세포로 전환되게 된다[40,41]. 췌성상세포의 면역화학적 연구에서 성상세포는 collagen type I과 type IV, fibronectin, laminin과 같은 세포간질물질(extracelluar matrix, ECM)을 합성하는 것으로 밝혀져 섬유화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세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41,42]. 췌장뿐 아니라 여러 조직의 섬유화 과정은 ECM의 합성과 분해의 부조화 즉 합성의 증가와 분해의 저하에 의하여 섬유의 침착에 의해 발생된다. 따라서 췌장 섬유화에 있어서 췌성상세포에 의한 ECM의 생성뿐만 아니라 ECM의 분해에 있어 췌성상세포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ECM의 분해에는 일련의 matrix metalloproteinase (MMPs)가 관여한다. MMPs의 활성은 TIMPs (tissue inhibitor of metaloproteinase)에 의하여 길항 되는데 약 4개의 아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선방세포에서의 MMP2의 존재 및 TIMP1, TIMP2의 존재가 밝혀져 간성상세포와 같이 췌장의 ECM의 분해도 성상세포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43]. 또한 췌성상세포는 섬유원세포와 마찬가지로 이동 능력이 있는 것으로 규명되고 있다[44]. 실제 사람의 만성췌장염과 TNBS (trinitrobezene sulfonic acid) 및 dibutyltin chloride 등의 약물에 의한 만성췌장염 모델, 자발성 췌장염 동물모델(WBN/Kob rat), TGFβ1에서 췌장의 섬유화에 성상세포의 역할이 증명되고 있다[45-47]. 즉 섬유화가 일어난 곳에서 활성 성상세포가 관찰되며 in situ hybridisation기법으로 α-SMA양성 세포에서 procollagen mRNA가 검출됨으로써 collagen 생성이 성상세포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45].
만성췌장염에서 섬유화는 어떻게 유발되는가?
췌장에서의 섬유화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에 의해서 또는 췌장 손상에 의해 췌장으로부터 생성되는 물질에 의하여 췌성상세포가 활성화 되며 활성화된 성상세포에서 ECM의 생성이 증가 됨으로써 섬유화가 발생한다. 만성췌장염의 가장 흔한 유발요인은 알코올이다. Apte 등은 배양된 성상세포에 일정 농도의 에탄올 또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투여하면 성상세포에서 α-SMA의 발현이 증가 하며 콜라겐의 생성이 증가 됨을 관찰하였으며 배지에 에탄올의 산화과정을 억제하는 4-methylpyrazole을 투여 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생성 억제와 더불어 성상세포의 활성화가 억제 됨을 보고하고 있다[48]. 또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malondiadehyde와 같은 유리산화기를 증가시켜 세포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항산화제의 일종인 비타민 E의 투여 시 에탄올 및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한 성상세포의 활성화가 억제 됨을 보고하고 있다[48]. 따라서 에탄올 또는 에탄올 대사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하여 췌성상세포가 직접적으로 활성화되어 콜라겐 등의 섬유화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주장되고있다. 또한 최근 에탄올 및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췌성상세포에서 ERK1/2, JNK, p38 kinase 등의 MAP kinase의 활성화의 세포내 신호전달 물질이 성상세포에서의 collagen의 합성에 관여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49].
알코올과 췌장기능의 변화
현재까지 알코올이 췌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간략히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를 기술하고자 한다.
췌관 내압의 상승
에탄올은 췌관 내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관 내압의 상승은 췌장 간질내로의 췌액의 역류를 초래하여 췌장소화효소에 의한 췌장의 자가소화를 유발하고 기타독성물질의 췌장 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여 췌장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췌장염 발생에 매우 중요한 인자이다. 췌관의 내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췌액의 분비량 및 췌액의 점도 및 오디씨 괄약근의 압력 변화 등이 있다. 알코올이 오디씨 괄약근의 기저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오디씨 괄약근의 압력 변화와 췌장염의 발생과의 연관성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고 있지 못하다[50,51]. 췌관 내피 세포간의 세포결합은 선방세포에서 분비된 췌소화 효소의 췌간질내로의 이동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에탄올은 췌관내피세포간의 세포 결합을 느슨하게 하여 췌관 내의 췌액이 간질로의 역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52]. 췌액의 췌간질 내로의 침투는 곧 췌장의 소화손상을 유발하여 췌장염의 발생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췌관의 투과력 증가 만으로는 췌장염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다른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췌장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코올의 섭취는 실험동물에서 췌장외분비에 대하여 항진 또는 억제하는 기능을 보이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즉 정상인에서 알코올의 섭취는 췌장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만성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알코올은 췌장분비를 항진 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3].
췌액의 단백질 농도는 만성췌장염이 없는 만성 음주자에서 증가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췌장소화효소의 분비 증가와 췌장의 중탄산 분비액의 감소에 기인한다[54]. 이러한 췌액내 단백질농도의 증가는 췌장액의 점성을 증가시키고 이것은 췌액내 단백전의 형성을 조장하고 말초 췌관의 폐색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췌관의 폐쇄는 만성췌장염을 초래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전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55].
그러나 알코올이 오디씨 괄약근의 압력 증가, 췌관세포의 약화로 인한 췌관 투과력의 증가, 췌액의 단백질 농도의 증가에 따른 점도의 변화에 따라 췌관 내압의 상승이 어떻게 만성췌장염을 유발하게 되는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알코올과 췌장소화효소 합성 변화
동물실험에서 알코올의 섭취는 췌장에서 트립시노겐과 카이모트립신의 합성은 증가시키는데 반해 항트립신 억제재의 합성 분비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6-58]. 또한 라이조좀효소로 트립신노겐의 활성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athepsin B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췌장에서 합성 되는 항트립신 억제물질은 췌장에서 생성되는 트립신의 약 10% 정도를 억제할 수 있는 양이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알코올 섭취에 의하여 상대적으로 트립신의 합성 분비량이 증가되면서 췌장내 소화효소의 자가활성화의 가능성이 높아 췌장염의 발생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알코올과 췌장 혈류량의 변화와 산화물질
췌장의 허혈-재관류손상과 산화물질은 급성췌장염의 중요한 발생 기전 중 하나이다. 알코올은 췌장의 혈액 순환량을 감소시키고 이에 따른 췌장의 허혈손상이 초래되며 이것이 췌장내 트립신의 자가 활성화와 연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9]. 알코올은 췌장의 유리 산소기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증명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허혈과 유리 산소기의 증가가 알코올에 의한 췌 손상의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코올의 췌선방세포에 대한 직접적 작용
에탄올은 세포막을 약화시켜 세포내 소기관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생체막의 불안정화로 인하여 췌선방세포내 라이조좀으로부터 라이조좀 효소인 cathepsin B의 유출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췌장내 소화효소의 자가활성화가 유발될 수 있다. 에탄올의 생체막 불안정화 작용은 에탄올이나 에탄올의 대사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직접 작용이 아니라 에탄올에 의한 콜레스테롤에스터의 축적 또는 포스포리파제 A2의 활성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60,61]. 에탄올은 핵산 및 칼슘 신호 전달계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일반적으로 고농도(> 500 mM)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62]. 즉 고동도의 에탄올은 adenylate cyclase을 활성화시키고 세포내 칼슘농도를 증가시켜 포스포리파제 C 등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세포 내에서 효소원(zymogen)의 활성화는 췌장염의 발병기전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효소원의 자가 활성화에 대한 정확한 세포내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급성췌장염의 실험동물모델에서 CCK의 과도한 자극에 의해 효소원이 세포내 자가 활성화가 이루어지는데 에탄올은 이러한 CCK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켜 생리적인 농도의 CCK에 의해서도 효소원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게 한다[63]. 또한 에탄올은 십이지장에서 CCK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두 가지 기전에 의하여 췌선방세포내 췌장효소자가활성화를 조장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알코올의 췌장 및 췌장선방세포에 대한 세포 생물학적 작용은 실험 동물과 사용농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관찰되므로 아직 뚜렷하게 정립되지는 못하고 있다.
알코올과 만성췌장염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에탄올은 췌장에서 췌장 소화효소의 합성과 라이조좀의 cathepsin B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반면 트립신 억제물질의 상대적 합성을 감소시키고 세포막 및 세포내 소기관의 생체막의 불안정시켜 세포내 소화효소의 자가활성화를 조장 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반복적인 음주에 의한 반복적인 췌세포의 손상이, 이른바 괴사-섬유화설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췌선방세포의 손상 및 그에 따른 염증세포의 침착에 의하여 췌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실험적 연구에 의하면, 췌장염 모델에서 췌장내 침윤된 염증세포 및 선방세포로부터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이 증가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한 실험적으로 췌선방세포를 TNF-α, interleukin-1 또는 interleukin-6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처리하면 선방세포의 활성화와 섬유소의 생성이 증가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TGFβ1과 PDGF (platelet derived growth factor) 등은 췌성상세포의 활성화와 증식 섬유소의 생성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사이토카인으로 규명되고 있다. 종합하면 알코올에 의한 췌장의 섬유화는 에탄올 및 그 대사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한 직접적인 췌성상세포의 활성화 및 에탄올에 의한 췌장내 소화효소의 자가활성화에 따른 췌세포 손상 및 염증세포의 침윤에 따르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과 이런 사이토카인에 의한 이차적인 췌성상세포의 활성화의 이중적인 기전에 의하여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Fig. 2). 그러나 이들 가설은 대부분 실험관내 또는 동물 실험에 근거함으로 더욱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성췌장염의 자연경과(natural history of chronic pancreatitis)
만성췌장염은 원인, 질병의 단계, 국소 합병증 유무에 따라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이므로 자연경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이에 대한 연구 또한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서로 상반된 결과들로 논쟁이 있어 왔다[64]. 따라서 본 고에서는 알코올과 특발성 만성췌장염에 대해 현재까지 발표된 대규모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을 중심으로, 원인에 따른 만성췌장염의 자연경과에 대하여 고찰해보고자 한다.
알코올성 만성췌장염
주요 증상과 자연 경과
통증
만성췌장염 환자에게 가장 큰 임상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통증이며, 대부분 환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심한 통증을 경험한다. 이러한 통증에 대해 유병기간, 췌장 내ㆍ외분비 기능 부전의 진행 정도, 췌장내 석회화 혹은 췌관 변형 등의 형태 변화와 연관된 많은 임상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만성췌장염에서의 통증은 췌관 혹은 췌장 실질 압력 상승 외에도 췌장에 분포하는 주위 신경의 염증, 췌장 외적인 요소 등 다양한 통증 유발 기전이 알려져 있어, 통증의 임상경과를 단순히 정형화하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65].
통증의 유형
Ammann 등은 207명의 알코올성 만성췌장염 환자를 평균 17년간 추적관찰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두 가지의 특징적인 통증 양상이 있음을 제안하였다[66]. A형 통증은 재발성 급성췌장염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것으로 통증 지속시간이 비교적 짧고, 10일을 넘기지 않으며 수 개월에서 수 년에 이르는 통증소실 휴지기가 존재한다. 이러한 간헐적 양상을 보이는 A형 통증은 만성췌장염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B형 통증은 매일 지속되는 통증이 오랜 기간 나타나거나 중증의 재발성 통증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B형 통증을 보이는 환자는 일주일에 2일 이상, 적어도 2개월 동안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이는 가성낭종, 담즙울혈, 췌관 압력의 상승과 같은 췌장염의 국소 합병증으로 인해 야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두 가지 통증의 양상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확인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약점이지만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통증의 유형에 따라 다른 임상경과가 있고, 그에 따라 치료도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실마리를 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질 만 하다[65]. 즉, A형 통증은 보존적으로 치료하며 경과를 살펴볼 수 있지만 B형 통증은 국소 합병증과 관련되므로 배액법과 같은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64].
만성췌장염의 유병기간과 통증의 관계
만성췌장염의 진행에 따라 점진적인 췌장 실질의 파괴로 통증이 소실된다는 “burn-out”가설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65]. 한 보고에 따르면 유병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합병증이 없는 말기 만성췌장염 환자에서는 자연적으로 통증이 소실되며, 국소 합병증이 나타났을 때 수술적 방법으로 해결한 환자들에서도 병의 진행에 따라 마찬가지로 통증이 소실되어, 결국 통증 양상에 준해 적절한 치료 선택을 했을 때 모든 환자들이 6년 이내에 50%, 10년 이내에 80% 이상에서 통증이 해소되었다[66]. 또한 249명의 환자를 14.6-18.1년간 추적관찰하였을 때 평균 15년 이내에 77%에서 통증의 감소나 소실이 있었다[67]. 하지만 이와 다르게 Lankish 등은 335명의 환자를 10년 이상 추적관찰하였을 때 65%에서 여전히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남을 보고하였다[68]. 결국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부 환자군에서 통증의 호전이나 소실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개개인에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미래에 있을 통증의 호전을 예상하고 보존적인 치료만을 유지하는 것은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중독 가능성 등을 생각했을 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65].
췌장 내ㆍ외분비 기능 부전의 진행과 통증의 관계
췌장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감소에 따라 통증이 감소하는가에 대한 것도 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있다. 스위스의 연구들은 유병기간의 증가에 따른 췌장내ㆍ외분비 기능의 감소와 연관되는 통증의 감소를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66,69]. 하지만 서양의 다른 연구에서는 심한 외분비 기능 부전이 있는 환자들 중 57%,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심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 59%에서 통증이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68]. 결국 췌장 내ㆍ외분비 기능 부전의 진행이 통증의 경과에 미치는 영향은 유병기간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췌장의 형태변화(췌장의 석회화, 췌관의 변형)와 통증의 관계
췌장의 석회화는 알코올성 만성췌장염의 자연경과 중 후반에 나타나며, 진단 후 5.5-8.7년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진행된 만성췌장염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67,69]. 하지만 췌장의 석회화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경과를 가지는데, 만성췌장염의 진행에 따른 석회화의 존재와 그에 따른 통증의 소실(85%)을 발표했던 한 연구는 이후 관찰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1/3정도에서 석회화가 소실되거나 감소하는것을 다시 보고하였다[69,70]. 다른 연구에서는 통증의 소실이 석회화가 존재하는 췌장염 군에서 더욱 높았지만, 석회화군도 56%에서 재발되는 통증이 여전히 존재하였다[68]. 따라서 석회화의 유무만을 가지고 통증의 적고 많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주췌관을 포함한 췌관의 변형 정도와 통증간의 상관관계도 뚜렷하지 않다. 이는 만성췌장염에서 통증 발생이 췌관의 변형으로 대표되는 췌관 압력 상승 때문이라는 기전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임상연구들에서 췌관의 변형과 통증 발생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65]. 64명의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통증의 정도와 ERCP, CT상의 중증도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었고, ERCP상 진행된 중증의 췌관 변화를 보이는 환자의 단지 62%에서만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71]. 다른 연구에서는 ERCP상 정상 췌관을 보이는 환자의 71%에서 오히려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역시 일정한 연관성이 없었다[68].
결국 췌장의 석회화나 췌관의 변형 같은 형태학적 변화는 만성췌장염의 전반적인 예후나 통증의 경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좋은 지표가 아니다.
개개인 환자에 있어 통증의 경과에 대한 전반적인 예측은 불가능하며 췌장 내ㆍ외분비 기능의 감소나 췌장의 형태변화로 통증의 경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통증의 자연적 소실이 일어나는 군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며, 보다 지속적인 통증의 호소는 국소 합병증의 발생을 시사하므로 보다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췌장 외분비 기능 부전
잘 알려진 것처럼 췌장은 상당한 외분비 기능의 예비력을 가지고 있어서 잔류 외분비기능이 10% 미만으로 감소하지 않는 한 지방변은 발생하지 않으며[72],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내분비 기능 저하로 당뇨가 초래되었음에도 지방변을 호소하는 만성췌장염 환자들은 거의 없다[15]. 가끔 심한 지방변 때문에 체중감소나 감염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러한 외분비 기능 장애는 만성췌장염의 경과나 예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73].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만성췌장염의 진행 경과에 따라 악화되는지 또한 논란이 있다. 점진적인 외분비 기능의 감소가 평균 5.6년 후에 87%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평균 13.1년의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67,69]. 하지만 독일의 보고에서는 3.5-6.5년의 기간 동안 대상환자의 46%에서는 외분비 기능의 저하가 없었고, 43%에서만 기능의 저하가 진행되었으며, 11%에서는 오히려 기능 호전이 나타났다[68]. 결국 외분비장애 평가의 다양한 방법들과 각기 다른 추적관찰 기간에 따른 논란이 있으나, 병의 진행에 따라 외분비기능의 장애는 50-80% 정도에서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72].
췌장 내분비 기능 부전
당뇨병은 만성췌장염의 주요 후기 합병증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췌장염 환자의 사망에 기여하는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74]. 췌장 외분비 기능 부전과는 달리 중증 저혈당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발증을 야기하고, 다른 당뇨병 환자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세 및 대 혈관합병증이 발생하며[75], 자연히 만성췌장염 유병기간 혹은 관찰 기간이 길수록 당뇨 합병증도 많아진다[73].
500명의 만성췌장염 환자들을 췌장수술군과 비수술군으로 나누어 약 7년간 추적관찰하였을 때 당뇨병의 발생위험이 췌장수술군이 수술하지 않은 군에 비해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췌장 원위부 절제술을 받은 군은 췌십이지장 절제술, 췌장 배액술 혹은 낭종 배액술 등의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당뇨병 발병이 높았다. 췌장 배액 목적의 수술이 당뇨병의 발생을 예방하지는 못했고, 당뇨의 발생위험은 췌장염이 진행할수록 증가하여, 췌장 석회화가 시작되면 3배 이상의 위험도를 보였다[74].
만성췌장염의 진행 경과에 따른 내분비 기능의 악화는 대체적으로 모든 전향적 연구에서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335명의 만성췌장염 환자를 약 10년간 추적관찰하였을 때 초기에는 중등도 혹은 중증의 당뇨병이 8%에 불과하였으나 10년 후에는 연구 초기의 약 10배에 이르는 78%의 환자에서 중등도 혹은 중증의 당뇨병으로 발전하였다[68]. 다른 연구들에서도 알코올성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당뇨병의 발생까지 각각 6-10년, 19.8년으로 기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췌장염의 진행에 따른 내분비 기능의 악화는 동일하게 나타났다[66,67,69].
임상 단계(clinical stage)
과거에는 알코올성 급성췌장염이 만성췌장염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가설은 처음 췌장염이 발생한 환자에서 만성췌장염의 조직학적, 방사선학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연구들을 근거로 하였다[76]. 하지만 최근의 여러 임상 및 실험연구를 바탕으로 만성췌장염의 진행에 대해서는 “괴사-섬유화(necrosis-fibrosis)” 가설이 보다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반복적인 급성췌장염의 발생이 췌장조직에 계속적인 손상을 주고, 결국 비가역적인 섬유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76,77]. 췌장의 섬유화는 췌장기능의 점진적인 감소와 연관이 있었고, 급성에서 만성췌장염으로의 이행은 급성췌장염의 빈도 및 중증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78,79]. 동물 실험에서는 반복적인 급성 궤사성 염증을 유도하였을 때 췌장의 섬유화가 발생함을 보여주었다[80].
이러한 괴사-섬유화 가설과 만성췌장염의 유병기간에 따른 점진적인 기능저하와 통증소실을 보여주었던 연구들을 근간으로 하여, 임상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만성췌장염 환자들의 관리에 일정한 지침을 주기 위해 만성췌장염의 임상경과를 단계별로 정형화하여 나누어보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Fig. 3) [75,81-83]. 앞서 살펴보았듯이 유병기간에 따른 통증의 소실, 통증과 췌장의 기능적, 형태학적 변화와의 연관 관계, 그리고 췌장기능의 점진적인 저하 등에 대해서 논란이 있고 모든 환자들을 이와 같은 임상단계에 적용시킬 수는 없지만, 이러한 임상 단계의 구분은 실제로 환자의 증상을 고민하고 치료하는 임상의에게 일정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 정의에서 비가역성을 내포하는 만성췌장염의 개념에 역설적이게도 가역적인 임상 단계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발성 만성췌장염
만성췌장염의 병인에 대한 연구에 따라 새로운 유전적, 환경적, 대사성 원인들이 밝혀지면서 이전에 특발성으로 분류되던 것들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10-30%에서는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6,75]. 특발성 만성췌장염은 발병나이에 따른 하위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은 알코올성 만성췌장염과는 다른 자연경과를 가진다는 것이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84], Layer 등은 특발성에 대해 보다 엄격한 진단기준을 적용하여 각각 다른 경과를 보이는 특발성 만성췌장염의 하위 집단을 확인하였다[67]. 이들은 양면분포의 호발 연령대를 보이며 발병나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조기 특발성 만성췌장염
이들의 발병 평균나이는 19세로 20대를 전후하여 나타난다. 남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알코올성 만성췌장염에 비해 남녀 차가 없으며, 진단 처음부터 대부분의 환자에게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알코올성 및 후기 특발성 만성췌장염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하지만 췌장의 석회화, 췌장 내ㆍ외분비 기능의 저하는 진단 당시에는 매우 드물고(< 10%), 유병기간에 따른 췌장염의 형태학적, 기능적 변화도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췌장의 석회화 발생까지 평균 시간이 알코올성 췌장염의 경우는 8.7년인데 비해, 후기 특발성, 조기 특발성 만성췌장염은 각각 19.4년, 24.9년을 보였다. 또한, 췌장 외분비기능 부전과 당뇨병의 발생 기간도 알코올성 췌장염의 경우는 각각 13.1년, 19.8년인데 비해, 후기 특발성 췌장염은 16.9년, 11.9년으로, 조기 특발성 췌장염은 26.3년, 27.5년으로 보고되었다[67].
후기 특발성 만성췌장염
이들은 평균 56세에 발병하며 조기형과 마찬가지로 남녀간의 발생률 차이는 없다. 알코올성, 조기 특발성에 비해 많은 수에서 통증이 없는 경과를 가지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최종적으로는 76%의 환자에서 통증을 경험하지만 진단 당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단지 54%에 불과하였다. 이는 알코올성 만성췌장염과 조기 특발성 만성췌장염 환자의 경우 각각 77%, 96%에서 진단 당시 통증을 호소하는 것에 비교하면 그 빈도나 중증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고통 없는 경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67].
요약하자면, 알코올성 만성췌장염과 자연경과를 달리하는 특발성 만성췌장염이 존재하고, 이들은 발병연령에 따라 2가지 하위 집단으로 나누어 지며, 이들 또한 각기 다른 자연경과를 취하는데, 조기형의 경우 소아나 청소년기에 시작하여 심한 통증이 특징이지만 비교적 췌장 기능이 보존되고 석회화의 발생이 늦게 나타나며, 후기형의 경우 50대 이후에 발병하지만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은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만성췌장염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
알코올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가 이미 진단된 만성췌장염 환자의 예후에 있어서 계속적인 악영향을 주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며[85], 술을 끊거나 줄인 환자에 비해 지속적으로 술을 마신 환자들에서 사망률과 신체손상으로 인한 실업률이 3배이상 높았다[66]. 하지만 금주가 만성췌장염 환자의 증상이나 장기예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연구결과가 다양하다. 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적관찰하였을 때 금주 이후에도 췌장의 기능 저하는 계속적으로 진행하지만 더 느리고 경한 경과를 보였고[86], 다른 연구에서는 금주가 통증이나 췌장의 외분비기능에 있어 명백한 호전을 주지 못하지만 췌장의 내분비기능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68], 또한 서양의 여러 보고에 의하면 금주로 50-75%의 환자에서 통증이 소실되었다[73]. 일본의 보고에 따르면 술을 끊거나 줄인 환자는 60%에서 통증이 호전되었으나 지속적인 음주를 한 환자는 통증의 자연 소실이 26% 밖에 되지 않았다[87]. 하지만 서양의 한 연구에서는 자발적인 금주군에서 단지 52%에서만 통증의 소실이 보였으나, 지속적인 음주군에서도 37%에서나 자발적인 통증의 소실이 있었다[68]. 마찬가지로 이미 환자가 말기의 만성췌장염에 와 있다면 음주여부가 환자의 통증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66]. 따라서 금주가 모든 환자에서 통증의 소실이나 췌장 기능의 호전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 금주를 하면 적어도 반 정도의 환자에서는 통증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췌장 기능저하의 지연을 가져올 수 있으며 지속적인 음주가 만성췌장염의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명백하므로 반드시 모든 환자에게 금주를 권해야 할 것이다.
흡연
흡연은 이제 만성췌장염 발생 및 진행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생각한다[88]. 대부분의 만성 음주자들이 담배를 피우므로 알코올과 흡연의 영향을 따로 분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Talamini 등은 알코올성 췌장염 환자에서 흡연이 독립적인 위험요인임을 증명하였고[89], 비 알코올성 특발성 만성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석회화와 당뇨병의 발현을 질병의 진행으로 판단하였을 때 흡연자들에게서 높은 위험도를 보여 흡연이 만성췌장염 질병경과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킴을 보여주었다[90]. 또한 흡연은 니코틴 성분을 통해 췌장효소 분비 패턴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염증반응을 야기하고 여러 가지 성분들을 통해 발암효과를 나타낸다[91]. 결국 흡연이 알코올로 야기된 췌장 손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만성췌장염 발생과 진행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췌장암 발생에도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므로 음주와 마찬가지로 모든 환자들에게 금연을 권해야 할 것이다.
만성췌장염의 예후
합병증
만성췌장염의 합병증은 췌장의 가성낭종과 농양, 총담관 및 십이지장의 협착, 복수와 늑막삼출, 비장정맥 혈전증에 의한 문맥압항진증 등 매우 다양하고, 이러한 모든 합병증들은 환자의 예후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만성췌장염 경과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불명확하다[73].
췌장암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의 발생률은 1.4-2.7%까지 다양하게 보고되었다[68,69,73]. 한 코호트 연구에 의하면 췌장암의 누적발생위험도는 췌장염 진단 2년째부터 확실히 증가하기 시작하며 진단 후 10년, 20년째의 위험도는 각각 1.8%와 4%로 알려져 있다[95]. 따라서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의 위험은 분명히 증가하며 만성췌장염은 전암 단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췌장암의 진단 자체가 쉽지 않고,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방법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췌장암 이외의 다른 암의 발생
음주가 만성췌장염의 주된 원인이고, 음주자 중에 흡연자가 많으므로 만성췌장염 환자 중 구강, 인후 및 폐암 등 상부호흡기 암의 발생빈도가 높다. 이들 암을 포함하여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췌장 외 암의 발생 빈도는 3.9-12.5%로 높게 보고된다[73].
사망률과 사망 원인
만성췌장염 환자의 사망률에 대한 자료 해석은 임상 연구에 따라 원인과 관찰 기간의 차이가 다양하므로 어렵다. 비교적 비슷한 관찰기간(6.3-9.8년)을 가지는 3개의 임상 코호트 연구에 의하면 만성췌장염 환자의 일반 사망률은 28.8-35%이지만, 이 중 췌장암을 포함하여 만성췌장염의 합병증과 연관된 사망률은 단지 12.8-19.8%였다[68,69,87]. 많은 환자들의 사망원인은 췌장 외 질환, 즉 췌장을 제외한 다른 장기암, 심혈관계 질환, 중증 감염증 등과 관계가 있었다[17,69]. 또한 원인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즉 특발성 만성췌장염에 비해 알코올성 만성췌장염에서 사망률이 더 높다[67,68].
만성췌장염의 사망률에 대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서는 만성췌장염 환자가 췌장염이 없는 사람보다 3.6배의 사망률을 보였다. 만성췌장염 환자의 10년, 20년 생존율은 각각 70%, 45%로 정상 대조군의 93%, 65%보다 낮았다. 다변량 분석에서 독립적인 사망의 주요 위험요소로는 진단 당시의 많은 나이(교차비 2.3-6.3), 지속적인 음주(1.6), 흡연(1.4), 간경변의 동반(2.5)이 있었고, 성별이나 수술여부는 예후와 무관하였다[95].
결 론
만성췌장염은 TIGAR-O 분류표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매우 다양한 원인 인자에 의해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인과 질병의 상관관계의 재현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개인적 환경 및 유전적 감수성이 병의 발생에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감수성에 대한 연구로 유전자변이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발견된 유전자 돌연변이와 만성췌장염의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만성췌장염의 병리 소견인 췌선방세포의 소실, 염증세포의 침윤, 섬유화에 따른 해부학적 변이가 초래 되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최근 췌장 섬유화의 핵심적인 세포로서 췌성상세포의 분리 배양이 가능해지고 세포생물학적 기능이 밝혀짐에 따라 섬유화 기전에 대하여는 보다 깊은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러 가지 원인인자가 초기에 췌선방 세포의 소실 및 췌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어떻게 유도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단계이다. 향후 임상적으로 합당한 동물모델의 개발, 분자 유전학적 기술의 발전, 만성췌장염의 진단방법의 개선을 통하여, 만성췌장염의 전 임상단계에서의 조기진단 등이 가능하게 된다면 만성췌장염의 발생 기전에 대한 이해가 진전될 것으로 생각된다.
진행된 만성췌장염의 경우 예후가 상당히 불량하고 치료가 자연경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므로 조기에 만성췌장염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만성췌장염의 정의가 비가역성을 내포하지만 자연경과 중 가역적인 단계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를 찾아내어 비가역적인 만성췌장염으로의 진행 및 췌장암의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미 진단된 만성췌장염 환자의 통증이나 내ㆍ외분비 기능 부전의 치료를 정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몇 가지 연구성과들은 실제 진료에 있어 하나의 지침을 줄 수 있으며 가장 먼저 금연, 금주를 권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