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전신홍반루푸스는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호발한다. 신경정신루푸스는 중추신경, 말초신경, 자율신경계 침범 및 정신 증후군을 나타내며 중추신경계의 경우 뇌의 어느 부위에도 침범이 가능하다. 임상 증상으로 경련에서부터 정신이상 증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인지장애는 가장 많이 동반되는 이상소견이다. 뇌혈관을 국소적으로 침범하는 경우, 뇌졸중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나 뇌혈관 질환 중 시상경색이 동반된 신경정신루푸스는 매우 드물며, 특히 젊은 남자에게서 나타난 경우는 국내보고가 없었다.
저자들은 2년 전 전신홍반루푸스 진단 후 유지치료를 하던 중 평형장애를 보였던 22세 남자에서 시상경색의 형태로 나타난 신경정신루푸스를 경험하고 성공적으로 치료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22세, 남자
주 소: 평형장애
현병력: 환자는 2년 전 안구 주위부종, 결막충혈, 손, 발 저림을 주소로 타병원 내원하여 양측 귀의 원반성 발진과 백혈구감소증 그리고 항핵항체, 항 이중가닥 DNA 항체 양성소견 관찰되어 전신홍반루푸스 진단되었다. 발 저림은 다발성단신경염으로 진단, 치료하여 완전 회복되었다. 이후 저 용량 스테로이드(prednisolon 5 mg/day), 항 말라리아제재(Hydroxychloroquine 400 mg/day) 투여하고 있었던 상태로 내원 3일 전부터 급작스런 평형장애와 한쪽으로 쓰러지려고 하는 증상 발생하여 이에 대한 평가 위해 내원하였다.
과거력 및 사회력: 2년 전 전신홍반루푸스 진단된 이외에 당뇨, 고혈압, 결핵, 간염 등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수술력 없었다. 대학생으로 음주는 하지 않았으나 3갑년의 흡연자였다.
가족력: 특이사항 없음.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20/80 mmHg, 맥박수 76회/분, 호흡수 16회/분, 체온 36.5℃였다. 외관상 급성 병색을 보였고 의식은 명료하였다. 눈 주위의 부종을 보이고 있었으며 상하의 안구운동 장애를 보이고 있었으나 대광 반사나, 공막과 각막의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흉부 청진상 특이소견 없었으며, 복부 소견상 복부팽창과 복수를 보였으나 압통이나 반발통은 관찰되지 않았다. 사지 검사상 특이소견 및 압박부종은 보이지 않았으며 신경학적 검사에서 반맹이나 구음 장애 등은 없으며 감각의 이상도 동반되지 않았다.
검사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3,730/mm3 (호중구 50.2%, 림프구 35.3%, 단핵구 7.8%), 혈색소 12.2 g/dL, 혈소판 183,000/mm3이었다. 생화학 검사에서 AST/ALT 20.7/14.6 IU/L, ALP 41 U/L, 총 빌리루빈 0.23 mg/dL로 정상이었으나, 총 단백 5.01 g/dL, 알부민 3.12 g/dL이었다. 혈청 전해질 검사에서 나트륨 141 mEq/L, 칼륨 3.9 mEq/L이었다. 적혈구 침강속도는 58 mm/hr (참고치 0-20, Wintrobe 법) 증가하였으나, C-반응단백은 0.34 mg/dL (참고치 0-0.5)로 정상소견을 보였으며 소변검사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항핵항체 강도 1+, 역가 1:160 (speckle pattern)으로 보였으며, 항 이중나선 항체는 33.8 U/mL (참고치 0-20)로 증가 소견을 보였으며 C3 61 mg/dL (참고치 75-140), C4 16 mg/dL (참고치 10-40)로 감소 하였다. 항카디오리핀 항체 4.6 unit/mL (참고치 0-12.5), 항인지질 항체 1.0 MPL/mL (참고치 0-10), 루프스항응고인자 1.17 ratio (참고치 0-1.2)로 이상소견 없었으며 류마티스인자, B형 간염, C형 간염, HIV 항체, VDRL은 음성이었다.
안검사: 시력은 양안 0.5 (1.0)/0.5 (1.0)를 보이고 있었으며 안압은 오른쪽, 왼쪽 19/22 mmHg로 정상을 보이고 있었으며 안저 검사상에서도 시신경의 이상소견은 없었으나, 전정신경의 안진이 있었던 상태(Jerk nystagmus)였으며, 시야검사상에서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방사선 소견: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서 오른쪽 시상부위의 T2 강조영상에서 조영 증강소견을 보이고 있으며 광범위강조영상에서도 역시 조영 증강소견을 보여 급성경색소견으로 보였다(Fig. 1).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는 이상소견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천자액 검사: 척수액 천자 검사상 척수강내 압력은 120 mmH2O였으며 백혈구 5/mm3, 당 77 mg/dL, 단백 127.5 mg/dL이였다.
치료 및 경과: 신경정신루프스로 인한 오른쪽 시상경색으로 발생한 전정신경 안진 진단하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prednisole 1 g) 투여하였으며 면역억제제 투여 병행 위해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충격 치료를 시행하였다. 경색부위에 대해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병용 투여하였고, 이후 쓰러지는 증상 완화를 보였고 안진 또한 호전되었으며 내원시 58 mm/Hr로 증가되어 있던 ESR의 6 mm/Hr로 감소되었다.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충격 치료 후에 말초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6,210/mm3 (호중구 63.2%, 림프구 23.6%, 단핵구 9.3%), 혈색소 11.5 g/dL, 혈소판 251,000/mm3으로 백혈구 감소 등의 이상은 없었다.
추가적으로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충격치료 6회 시행하였으며 추적검사로 시행한 MRI에서 시상경색은 호전되었으며(Fig. 2), 안과적 검사 및 평행장애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C3 79 mg/dL (참고치 75-140), C4 18 mg/dL (참고치 10-40), 항 이중나선 항체는 17.4 U/mL (참고치 0-20)로 호전되었다. 이후 저용량 경구 스테로이드, 항 말라리아 제재, 그리고 아자티오프린을 유지 치료하며 외래에서 재발 없이 경과관찰 중이다.
고 찰
전신홍반루푸스는 전신을 침범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서 세포의 구성성분에 대한 자가면역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다클론성 항원특이적인 B림프구와 T림프구의 과민성 반응으로 인한 질환이다. 주로 20-40대 가임기 여성에서 호발하며 이에 여성의 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도 생각 된다. 신경정신루푸스는 중추신경, 말초신경, 자율신경계 침범 및 정신 증후군을 나타내며, 경련에서부터 정신이상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인지장애와 두통이 가장 호발하는 증상이다[1]. 중추신경계 침범의 경우 경미한 인지기능장애 및 두통을 포함하면 환자의 약 50% 정도에서 보일 수 있으며 뇌의 어느 부위에도 침범할 수 있으며, 컴퓨터 전산화 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 소견에서 뇌의 위축, 경색, 출혈, 석회화 등 다양한 임상소견을 보일 수 있지만 위의 검사상 특이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뇌 혈관질환의 경우 약 2-15%의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허혈성 뇌졸중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2]. 국내의 연구에 따르면 경미한 증상을 포함하여 전신홍반루프스 환자의 16-41%에서 신경정신루푸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각 연구들마다 발병률에 대한 보고는 다양하다[3].
다른 장기와 다르게 병태생리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복합적인 기전에 의해 생길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몇몇의 연구에서 소 혈관 막의 증식, 혈관의 초자질화, 미세경색 등의 소견이 있다고 보고되었다[4].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포면역학적으로 항인지지질 항체가 관여하여 혀혈, 미세혈전증과 비염증성 혈관염 등이 일어나고[5], 이로 인해 시토카인이 분비되어 신경독성을 일으키며[6], 자가항체-항원반응이 일어나 직접적으로 세포막을 파괴하여 신경세포를 파괴하므로 구조적인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7]. 이러한 중추신경계 루푸스의 진단은 주로 영상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진단하는데 컴퓨터 전산화 단층촬영술과 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여 초기 병변을 발견할 수 있고, 컴퓨터단층촬영술의 경우 국소적인 병변을 보는데 유용하나 미만성인 병변을 보기에는 부적합하여 자기공명영상을 통하여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조금 더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자기공명영상에서의 소견으로는 국소적이거나 미만성의 고밀도 병변, 경색, 출혈과 위축 등의 소견이 보이며 주로 회색질 내의 혈류량이 많은 부위와 혈류량의 감소되는 백질 사이에 있었다. 이외에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에서 뇌의 포도당 섭취의 감소와 뇌혈류의 감소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초기 병변을 밝혀내는 데에 쓰일 수 있으나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점이 있다[8].
허혈성 뇌졸중은 정신신경루프스의 다른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유병기간 동안 다른 증상들과 동반되어 발생할 수 있으며 질병의 활성도가 증가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전신홍반루푸스가 발현되기 전, 또는 진단 후 1년 이내에 허혈성 뇌졸증, 간질과 같은 중추신경계 루프스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전신홍반루푸스 진단 당시 또는 질병활성도가 증가 했을 때 관절 증상, 피부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9]. 중추신경계 루푸스의 위험인자로는 질병의 활성화 정도, 이전 신경정신루푸스의 이행병력, 중등도 이상의 항 인지질항체의 역가의 상승이 있을 수 있으며[10], 이런 경우는 예후가 나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본 환자의 경우는 진단 후 2년 동안 비교적 저용량의 약물 치료로 전반적인 질병 활성도가 양호했고 항 인지질항체의 역가 또한 정상 범위 이내였으나 진단 시 있었던 다발성단신경염이 중추신경 루푸스의 위험인자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항 인지질항체를 포함한 다른 질환 활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말초신경의 침범이 있었던 환자에서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보이는 경우는 이를 침범한 신경정신루푸스를 염두에 두고 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여야겠다.
중추신경계 루푸스로 진단되면 초기치료로는 일단 고혈압, 감염, 대사적 이상 등의 악화인자를 차단하고 대증적으로 항경련, 항우울제, 향정신성 의약품 등을 투여한다. 현재까지 고 용량 스테로이드 또는 스테로이드 충격요법이 주된 치료이며,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아자티오프린, 마이코페놀레이트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전신홍반루푸스의 병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리툭시맙과 같은 B세포 제거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으며, 난치성 신경정신루프스에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11]. 중증의 진행된 중추신경계 루푸스에서 혈장교환술을 시행할 수 있는며 이때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충격요법을 같이 시행하는 것이 예후에서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혈전을 형성하여 허혈을 일으킬 수 있음을 감안하여 항 혈소판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서 신경정신루푸스를 나타낼 때 예후가 나빠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isease Activity Index (SLEDAI), Systemic Lupus International Collaborative Clinics/American College fo Rheumatology-Damage Index (SLICC/ACR-DI)와 같은 질병활성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높거나 두 가지 이상의 신경정신루프스 증상을 보이는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았으며 성별에 따른 예후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12],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서 5년 생존율을 연구한 결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조기에 투여한 경우, 피부의 혈관염이나 관절염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군에서 5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보고되었다[13]. 전신홍반루프스가 가임기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을 고려할 때 젊은 남자에서 신경정신루프스가 시상경색의 형태로 나타난 보고는 국내에서 아직 없었으며 이를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투여로 성공적으로 치료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증례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