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종양으로 오인된 화농성 병변과 간침범을 동반한 신 실질 연반증 1예
Renal Parenchymal Malakoplakia Presenting with Abscesses and Hepatic Extension Misdiagnosed as a Malignant Tumor: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저자들은 악성종양으로 오인되었던 화농성 병변과 간 침범을 동반한 신실질의 연반증을 1예 경험하였고, 이에 대한 국내 보고가 없어 국내에서 보고된 연반증 증례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Malakoplakia is a chronic inflammatory disorder that usually affects the urinary tract in immunocompromised patients and rarely extends to adjacent organs. Due to its mass-like presentation, malakoplakia is often clinically misdiagnosed as a neoplastic lesion. We describe the case of a 51-year-old female with renal malakoplakia and hepatic extension and large intraperitoneal abscesses that had been misdiagnosed as malignancy. She was diagnosed with myasthenia gravis 12 years prior and had been treated with oral corticosteroids and immunosuppressants. Radical nephrectomy concomitant with abscess drainage was performed. The final pathology was compatible with malakoplakia, and the patient was successfully treated with antibiotics. Although renal malakoplakia is a rare disease, it should be included in the differential diagnosis of patients with a renal mass who have a history of recurrent urinary tract infections or evidence of immunosuppression. (Korean J Med 2012;82:764-768)
서 론
연반증은 1902년 Michaelis 등[1]에 의해 처음 보고된 만성 육아종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세균감염과 관련한 대식세포의 탐식작용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면역억제제 복용 및 면역결핍질환, 스테로이드의 장기 복용이나 자가 면역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연반증은 전신 여러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요로계에 호발하며 방광 및 요도를 포함한 하부 요로계에 더 호발한다. 신 실질을 침범하는 연반증은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며 이 중에서도 신 실질의 연반증이 다른 장기의 침범을 동반한 경우는 더 발생빈도가 낮아 국내에서는 한 예만이 보고되어 있다[3]. 이에 중증 근무력증으로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던 51세 여자 환자에서 악성종양으로 오인되었던 간 침범 및 복강 내 농양을 동반한 신 실질의 연반증의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환 자: 전〇〇, 여자 51세
주 소: 우측 측와부 통증, 종괴
현병력: 내원 1주일 전 시작하여 점차 진행하는 우측 측와부의 통증과 종괴를 주소로 내원했다. 환자는 12년 전 흉선종으로 흉선 절제술 시행 후 추적관찰 중이었다. 내원 5개월 전 시행한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우측 부신 주변으로 5 × 3 cm의 종괴가 확인되어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 예정이었으나 입원 전 우측 측와부의 통증이 많이 악화되어 외부 병원 응급실 방문 후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통증이 매우 심해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으며 전신 쇠약감과 간헐적인 오한을 동반하고 있었다. 측와부 통증 외 구역, 구토나 빈뇨, 잔뇨, 절박뇨 등의 다른 증상은 없었다.
과거력: 환자는 내원 12년 전 사지위약과 안검하수로 내원하여 흉선종 및 중증 근무력증을 진단받고 흉선 절제술을 시행받았으며 내원 2년 전 흉선종의 폐전이가 확인되어 우하엽 절제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이후 현재까지 경구 prednisolone 20 mg과 cyclosporin 50 mg을 매일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족력: 특이소견 없음.
사회력: 흡연력 및 음주력 없음.
이학적 진찰 소견: 입원 당시 활력 징후는 혈압 150/76 mmHg, 맥박 70회/분, 체온은 36.6℃였으며 급성 병색을 띄었다. 결막은 창백했으며 심음, 흉부청진은 정상이었다. 복부 진찰에서 우측 측와부 촉지 시 단단하고 압통을 동반하는 종괴가 있었으며 반발통은 동반되지 않았고 장음은 감소되어 있었다.
검사실 소견: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 20.9 × 103/mm3, 혈소판 수 377 × 103/mm3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혈색소는 8.6 g/dL로 감소되어 있었다. CRP가 12.49 mg/dL로 증가되어 있었으나 그밖에 크레아티닌이나 간효소 수치의 상승은 없었다. 요검사에서는 백혈구 수치가 증가되어 있었으며 잠혈이 확인되었다.
방사선 소견: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우측 부신 및 신장을 침범한 종괴가 간 및 담낭까지 닿아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종괴는 다수의 중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종괴의 내부에는 공기를 함유하고 있는 직경 27.4 cm, 장경 11.2 cm의 거대한 농양이 동반되어 상행결장이 내측으로 이동한 양상을 보였고, 방광 주변조직까지 병변이 확산되어 있었다. 종괴는 조영제 주입 시 불규칙한 조영 증강을 보였다(Fig. 1).
임상경과: 종괴 내부의 배액을 위해 경피적 배농술이 시행되었으며 배농된 검체에서 Escherichia coli가 배양되었다. 분리된 E. coli는 ampicillin에 내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cefazolin, cefuroxime, cefotaxime, ciprofloxacin에는 감수성이 있는 균주로 확인되었다. 환자가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한 과거력 및 혐기균 복합 감염을 고려하여 cefepime 2 g 하루 3회, metronidazole 500 mg 하루 3회 정맥 투여를 시작했으며 농양 내부에 삽입한 배액관은 계속 유지하기로 하였다. 삽입된 배액관으로 하루 100-150 cc 가량의 농양이 배액되었다. 2주 후 추적한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종괴의 크기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 시 그 크기가 비슷하여 종괴 내부의 농양이 효과적으로 배액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악성 종양 등의 감별을 위한 조직 검사, 배농을 위한 수술이 시행되었으며 후복강 개복 시 우측 신장 후방으로 다량의 농이 배액되었다. 우측 부신과 신장의 심한 염증성 변화와 섬유화를 동반한 종괴가 십이지장의 일부와 간의 미상엽, 후엽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병변에 인접한 후복강막의 일부에서 동결 생검을 시행한 결과 기원이 분명하지 않은 악성 종양 가능성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동결 생검 조직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측 부신 및 신장에서 기원한 악성 종양이 복막까지 전이되어 근치적 절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통증 감소 및 염증조직 제거와 배농을 위해 우측 신절제술 및 위-공장 문합술을 시행했으며 간을 침범한 병변은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수술을 종료하였다. 최종 병리소견상 종괴는 신수질을 침범하고 있었으며 황색의 육아종성 병변, 국소성 출혈 및 섬유화가 진행된 부위를 동반하고 있었고 악성 종양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신 조직은 세포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대식세포가 군집을 이루고 있었으며 다수의 염증세포가 산재되어 있었다. 대식세포는 세포질 내 많은 양의 호산구성 과립 및 일부 호염성 과립이 관찰되어 “Von Hansemann” 세포로 생각되었으며 전자 현미경 상 Prucian blue 및 von-Kossa stain에 양성을 보이는 무기질이 침착된 Michaelis-Gutmann body가 확인되어 최종적으로 신 실질의 연반증으로 진단되었다(Figs. 2 and 3). 절제된 조직의 배양 검사에서 균은 분리되지 않았으며, 조직으로의 침투력을 고려하여 항생제를 cefepime과 metronidazole에서 ciprofloxacin 400 mg 하루 2회 정맥 투여로 변경했다. 기존에 투약 중이던 면역억제제 cyclosporin은 50 mg에서 25 mg으로 감량했으며 prednisolone은 20 mg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후 환자의 상태는 점차 호전되어 내원 12주 후 ciprofloxacin 500 mg 하루 2회 경구제제로 변경하여 퇴원했다. 환자는 퇴원 후에도 경구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했으며 퇴원 1개월 후 외래에서 추적한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간으로 파급되었던 병변 및 복강 내 농양의 크기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찰
연반증은 흔하지 않은 만성 육아종성 염증 질환으로 잦은 요로 감염의 과거력이 있는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1900년대 초 방광에서 발생한 연반증이 최초로 보고된 이후 다양한 부위의 연반증이 보고되고 있으나 비뇨생식계의 침범이 가장 흔하며 소화기계, 후복강의 순으로 발생한다. 153명의 사례를 분석한 Stanton의 연구에서는 비뇨생식계에서의 발생이 58%를 차지하였고, 이 중 40%는 방광, 11%는 요도, 10%는 신우에서 발생한 것이 보고된 바 있다[4]. 이번 증례와 같은 신 실질의 연반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75예가 보고되었으며[2,5]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본 증례를 포함하여 약 10예가 보고되어 있다[3,6]. 국내에 보고되었던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5세였으며, 10예의 증례 중 여성에서 발생한 경우가 8예, 남성에서 발생한 경우가 2예로 국내에서도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보였다[3,6]. 신 실질의 연반증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발열이 가장 흔하고(42%) 종괴의 촉지, 다뇨, 빈뇨, 복통, 측와부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2]. 본 증례의 환자는 측와부 통증 및 종괴의 촉지를 주로 호소했다.
연반증의 발생기전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1965년 Terner 등이 E. coli에 의한 요로 감염이 있던 환자에서 연반증이 호발한다는 상관성을 보고한 이후[7], E. coli endotoxin-antigen complex를 쥐의 신장 및 고환에 주입한 동물 실험에서 연반증에서 관찰되는 특징적인 소견인 ”Von Hansemann” 세포 및 “Michaelis-Gutmann body”와 유사한 물질이 형성되는 것이 관찰되어 이 연관성을 더욱 뒷받침했다[8]. 이러한 현상의 기전은 현재까지 단핵세포의 기능장애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연반증 환자의 단핵세포는 정상인에 비해 세포 내 cyclic-guanosine monophosphate (cGMP)가 감소되어 단핵세포 내 용해 소체를 분비하는데 중요한 세포내 소관(intracellular microtubule)의 기능장애가 발생하면서 탐식된 세균이 불완전하게 용해되어 그 일부가 세포내 축적되면서 연반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9].
감염된 세균의 종류도 연반증의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93명의 연반증 환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 89%가 coliform bacteria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었으며 coliform bacteria 중에서는 E. coli가 72%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lebsiella, Enterobacter, Proteus, Pseudomonas species 등이 있었다[4]. 면역 기능 장애 역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악성 종양, 면역결핍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질환이나 신장 이식 환자,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했던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4]. 연반증의 진단은 쉽지 않으며 악성 종양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감별 진단을 위해 다양한 영상 검사들이 이용되지만 최종적으로는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되는 것이 보통이다. 본 환자에서도 내원 5개월 전 처음 발견된 부신 주위의 종괴가 내원 당시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는 그 범위가 매우 확장되어 불규칙한 조영 증강을 보이는 신장의 종괴가 신주변 및 간으로 전이된 양상을 보였다. 이 병변은 수술 중 동결 생검에서 악성 세포로 확인되어 처음에는 신세포암 등의 악성 종양을 의심했었으나 최종적인 병리소견에서 신 실질의 연반증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종괴 내부에 괴사를 동반한 화농성 병변이 있었는데, 이는 이전에 보고된 신 실질의 연반증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소견으로 면역저하자에서 화농성 병변을 동반할 수 있는 감염, 악성 종양과 같은 질환의 감별에 연반증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검사는 유일한 확진 수단으로 ”Von Hansemann” 세포로 불리는 호산성 과립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세포질이 풍부한 대식세포 및 이 세포 내외부에 철과 칼슘이 침착된 구형의 층상 구조물인 “Michaelis-Gutmann body”가 확인되는 경우 연반증으로 진단 할 수 있다[4].
연반증의 치료는 아직 정립된 치료 방침이 없는 상태이나 크게 항생제 치료 및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이전에는 수술적 치료가 많이 시행되었으나 1990년 초 ciprofloxacin 단독치료를 시행한 연반증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10], 세포내부로의 침투가 우수한 trimethoprim/sulfamethoxazole, rifampin, fluoroquinolone 등의 항생제를 이용한 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투약 중인 면역억제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것도 치료에 중요하다[2]. 본 환자에서도 면역억제제 감량 및 경구 ciprofloxacin을 유지하면서 점차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다.
처음 연반증이 보고된 이래 이 질환의 예후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비가역적인 신기능 장애와 같은 심각한 후 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영어로 보고된 신 실질의 연반증 사례들의 예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총 25예중 23예의 환자가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으며 단 2명만이 사망했다. 그러나 비가역적인 신기능 장애가 6예(24%)에서 발생했고, 이중 지속적인 신 대치 치료를 필요로 한 경우가 3예로 보고되었다[11].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신 기능의 악화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신 조직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록 발생률이 높지 않은 질환이지만 신장의 종괴성 병변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반복된 요로계 감염의 과거력이 있거나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감별해야 할 질환에 연반증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