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은 토양에서 기생하던 Coccidioides immitis의 균사체를 사람이 흡인할 때 발생하는 진균 감염이다. 풍토지역은 미국 애리조나 지역 및 캘리포니아 지역 등의 미국 남서부지방으로, 애리조나지역의 발병률만 전체의 60%이다[1]. 그러나 국내에서도 1976년 첫 보고 이후 본 증례를 제외하고 14예가 보고되었고, 그중 8예는 2000년 이후 보고되어 최근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2]. 침범 장기는 주로 폐이나, 드물게는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피부, 연부조직, 골격조직, 뇌 등의 폐외 침범도 나타난다. 그중 뇌침범은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의 가장 중한 형태로, 풍토지역에서도 발생빈도가 매우 낮다[3]. 저자들은 기저질환이 없는 한국인에게서 특히 뇌를 포함한 림프절 및 피부를 침범한 파종성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 1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환 자: 김〇〇, 남자, 32세
주 소: 발열 및 두통
현병력: 환자는 2년 전부터 비행조종사로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거주하였고, 내원 40일 전부터 열과 두통, 기침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다. 감기로 생각하고 미국의 인근 병원에서 치료 받았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귀국 후 국내 타 병원에서 시행한 단순흉부촬영에서 종격동비대 소견 보여 진단을 위해 본원 내원하였다.
과거력: 특이 과거력 없었다. 비행조종사로 매년 검진을 받아왔으며, 본원 내원 3개월 전 미국에서 혈액검사, 영상의학 검사 등을 시행하였고 이상소견은 없었다.
가족력: 특이 가족력이 없었다.
사회력: 5갑년의 흡연자였다.
계통문진: 고열, 두통, 기침, 삼킴 곤란, 목팽대, 괴사딱지(eschar)를 동반한 융기성 피부병변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혈압은 120/90 mmHg, 맥박수는 분당 80회, 호흡수는 분당 20회, 체온은 38.5°C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전신상태는 양호하였다. 경부에서 림프절 비대가 있었고, 1 cm 이상 크기의 림프절이 여러 개 촉지되었으며, 사지의 림프절은 만져지지 않았다. 얼굴의 미간 사이, 목, 오른쪽 넓적다리, 오른 팔, 왼쪽 발목 피부에서 괴사딱지를 동반한 발진이 관찰되었다(Fig. 1). 흉부 청진상 호흡음은 정상이었고, 부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심음은 규칙적이었고, 잡음은 없었다. 복부진찰 및 신경학적 진찰 시 이상소견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3,320/μL (호중구 61.2%, 림프구 19.5%, 호산구 9.8%, 단핵구 9%), 혈색소 12.2 g/dL, 혈소판 387,000/μL이었다. 생화학 검사에서 ALP (alkaline phosphatase)/GTP (gamma-glutamyl transpeptidase) 644/239 IU/L로 증가되어 있었고, LDH (lactate dehydrogenase) 413 IU/L로 증가되어 있었다. 그 외 공복 혈당검사, 혈청 전해질 검사 및 소변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B형간염항체 양성, C형간염항체 음성, HIV 검사도 음성이었다. 객담 항산균 도말 및 배양 검사는 3차례 모두 음성이었다. 객담 진균 도말 및 배양 검사는 음성이었으며, 말초혈액배양 검사도 음성이었다.
방사선학적 소견: 흉부 단순 X-선 촬영사진에서 종격동 비대가 관찰되어 림프절 비대가 의심되었다. 폐실질에 이상병변은 없었다. 흉부전산화단층촬영 사진에서 균일한 음영을 보이는 종격동의 다발성 림프절 비대가 관찰되었고, 경부전산화단층촬영 사진에서도 다발성 림프절 비대가 보였다(Fig. 2).
기관지내시경 소견: 기관지내 관찰되는 병변은 없었고, 기관지세척액 결핵균 도말 및 배양 검사는 음성이었으며 결핵균 중합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도 음성이었다. 기관지폐포세척술(bronchoalveolar lavage, BAL) 시행하였고 백혈구감별계산에서 림프구 17%, CD4/CD8 1.2였으며 호산구가 12%로 증가를 보였다.
병리 소견: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경기관지폐생검(transbronchial lung biopsy, TBLB)에서는 만성염증소견을 보였다. 오른쪽 경부의 가장 잘 촉지되고 두드러진 림프절을 전절제생검하였고, 절제된 림프절의 크기는 1 × 1 cm였다. 현미경 관찰에서 내구소체를 가진 구상다핵세포가 보였고, 이는 메테나민은염색(Methenamine silver stain)에서도 잘 관찰되었다(Fig. 3). 오른쪽 팔 피부병변의 생검 결과도 동일하였다. 이로서 환자는 경부림프절, 종격동림프절, 피부를 침범한 파종성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으로 확진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 뇌척수액 검사: 환자 진찰 시 경부경직 소견은 없었으나, 열과 두통이 있어 뇌 자기공명영상,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양쪽 난형중심(centrum semiovale), 심부백색질, 바닥핵의 혈관주의강과 혈관에 조영증강 소견이 보였고, 이는 뇌에도 진균 감염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었다(Fig. 4). 뇌척수액 검사 시행하였고 백혈구 58, 감별계산상 림프구가 13%, 중성구가 5%, 포식세포가 72%의 분율을 보였고, 포도당 64 mg/dL, 단백질 32.2 mg/dL이었다. 뇌척수액 도말 검사 및 배양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세포진 검사에서도 약간의 림프구 이외의 이상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를 요약하면, 파종성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으로 확진된 본 환자는 열과 두통을 주소로 내원하였고 무균상태에서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한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증가가 있었으며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실질에 조영증강되는 병변이 있어 중추신경계의 진균침범이 의심되었으므로 콕시디오이데스의 뇌감염으로 진단되었다.
조직배양 검사: 피부 조직을 배양한 결과 콕시디오이데스 종이 동정되었다.
혈청학 검사: 라텍스응집 검사(latex agglutination)와 면역확산법(immunodiffusion)으로 C. immitis 항체 검출 시험을 하였고, 혈액검사에서 양성,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음성이었다.
임상경과: 파종성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에 뇌 감염이 동반된 것으로 진단하여 fluconazole 800 mg을 하루 1회 경구투여 시작하였고, 치료 시작 3일 뒤부터 고열이 사라지고, 정상체온으로 회복되었다. 환자의 전신 컨디션과 두통, 기침이 호전양상 보였으며, 삼킴곤란증상도 처음 내원 시보다 호전되었다. 환자에게 평생 지속적으로 fluconazole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였고, 외래에서 추적관찰 하기로 하였다.
고 찰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은 Coccidioides immitis에 의한 감염이다. C. immitis는 토양에서 기생하며, 그 균사체를 사람이 흡인하면 감염을 일으킨다. 풍토지역은 미국 애리조나 지역 및 캘리포니아 지역 등의 미국 남서부지방 사막 지대 등 황진(dust storm)이 잦은 곳이며, 풍토지역의 발병률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풍토지역의 발병률이 10년 동안 4-5배나 증가하여 애리조나 지역에서는 인구 십만 명당 91명의 감염자가 보고되고 있다[1]. 이 흐름처럼 타지역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의 확진 방법은 감염 조직을 생검하여 내구소체가 있는 구상다핵세포를 관찰하는 것이며, 배양 검사에서 균이 동정되어도 확진이 가능하다. 본 증례에서는 경부림프절전절제생검, 피부병변 조직생검을 시행하여 내구소체가 있는 특징적인 구상다핵세포를 발견하였으며, 피부병변 배양 검사에서는 콕시디오이데스 종이 동정되었다. 혈액으로 시행한 혈청학 검사도 양성이었고, 이는 진단에 도움이 된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진균뇌막염에서 흔히 보이는 뇌척수액의 포도당과 단백수치의 변화, 내구소체가 있는 구상다핵세포가 관찰되지 않았고 혈청학적 검사나 진균배양 검사도 음성이었지만, 미국 남부 애리조나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콕시디오이데스 뇌감염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보고에 따르면 콕시디오이데스 뇌감염증에서 뇌척수액의 포도당 수치가 정상인 경우는 30%, 단백질 수치가 정상인 경우도 있었다. 혈액에서 콕시디오이데스 항체가 양성일 확률은 86%에 달하나, 뇌척수액에서 콕시디오이데스 항체검사가 양성인 경우는 27%, 뇌척수액 배양 검사가 양성인 경우는 34%밖에 되지 않았다. 뇌영상 검사에서 수두증이나 뇌막염의 소견이 콕시디오이데스 뇌감염증 환자의 65% 정도에서 나타나나, 30% 정도에서는 뇌실질에 국소적 병변만을 보였다[3].
일반적으로 콕시디오이데스 감염의 경우, 감염자의 60%는 무증상이며 40%에서만 증상을 나타낸다. 증상이 발현된 감염 중 폐감염이 대부분이며 95% 이상을 차지한다. 폐외 장기에서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는 5% 미만이며, 흔하게 침범하는 장기는 피부와 연부조직, 골격조직, 뇌이다. 국내의 증례보고에서도 폐침범이 대부분이었고, 피부에만 병변이 있거나 폐와 피부 등 타 장기에 병변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3예였다[4-6]. 드문 폐외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들이 조사 보고되었으며 흑인이나 필리핀 인, 남성,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당뇨, 암, 악성혈액 질환 등), 항암치료, 장기이식술을 받아 면역억제제 복용 중인 경우이다[7]. 국내에서도 폐외 감염으로 보고된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령, 만성 질환이 있었지만, 본 증례의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하였으나 콕시디오이데스 폐외 감염증 중에서도 드문 뇌감염증이 진단되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국내에서 보고된 적 없다.
콕시디오이데스 뇌감염은 풍토지역에서도 연간 200-300명 정도만 나타날 정도로 드물며[8], 대부분 앞서 기술한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발생한다. 이는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 중 가장 심각한 형태로, 1905년 처음 보고되었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치명적인 사망률을 보였다. 하지만 50년 전부터 척추강내로 amphotericin B를 주사하는 치료가 시작되었으며, 10여년 전부터 경구 azole 복용 치료가 널리 사용되면서 사망률은 30% 이하로 감소하였다[9].
콕시디오이데스의 뇌감염에서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를 잘 통과할 수 있는 fluconazole을 경구 복용을 원칙으로 한다. 치료효과는 좋지만 재발을 잘하여 뇌감염 환자는 평생 fluconazole을 경구복용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10], 대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치료 중단 또는 지속에 대하여 장기간 추적관찰한 연구가 흔치 않다[11]. 평생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생각해 볼때 대규모의 장기간 추적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환자를 문진할 때 발열, 림프절 비대, 피부병변이 있다면 드문 감염증이지만 전염성 단핵구증과 같은 바이러스감염, 아르카노박테리움에 의한 인두염과 같은 세균성감염, 리케치아감염, 본 증례와 같은 진균감염 등을 생각하여야 하며 림프종도 감별하여야 한다. 이러한 질환들은 특징적인 피부병변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병변 조직 검사를 통해 감별진단이 가능하므로, 환자의 피부병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병변의 조직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환자의 여행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본 증례에서처럼 위험인자가 없는 한국인에게서도 파종성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이 보고되고 있으므로 환자가 풍토지역 여행의 기왕력이 있다면 국내의 의사들도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을 꼭 감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