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췌장의 가성낭종은 급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 외상 등에 의하여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으로[1], 급성 췌장염의 7%, 만성 췌장염의 30-40%에서 발생하며, 알코올은 발생원인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2-5]. 발생 부위로는 대개 췌장 내부나 췌장의 주위조직에 형성되나, 주로 인접하고 있는 조직이나 장기 및 후복강과 장간막에 나타날 수도 있고, 췌장과 인접하지 않은 복부장기나 복강외부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6].
췌장의 가성낭종은 이차감염, 패혈증, 비장정맥의 혈전증, 출혈, 주위 장기나 복강내의 파열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7]. 췌장의 가성낭종과 관련된 출혈은 상부위장관 출혈의 드문 원인중의 하나로 췌장 가성낭종 환자의 단지 5%에서 발생하나 사망률은 40% 이상에 이를 정도로 높은 위험한 합병증이다[8].
저자들은 혈변을 주소로 내원한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십이지장 점막하종양 출혈로 오인하였다가, 십이지장의 유두부를 췌장의 가성낭종이 침범하여 발생한 출혈로 진단을 하고,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환 자: 박○○, 38세, 남자
주 소: 혈변과 실신
현병력: 내원 3일 전부터 발생한 혈변과 실신을 주소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과거력: 15년간 매일 소주 3-4병씩 마셔왔으며, 알코올에 의한 만성 췌장염으로 진단을 받고 과거 3차례 입원 치료받은 기왕력이 있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의 활력징후는 혈압 80/40 mmHg, 맥박수 118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4℃였다. 이학적 검사에서 결막은 창백하였으며, 복부 진찰에서도 압통이나 반발통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3,400/mm3, 혈색소 7.2 g/dL, 혈소판 120,000/mm3이었다. 혈액응고수치는 프로트롬빈 시간 15초, 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 26.5초였다. 혈청생화학검사는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AST) 44 IU/L, 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ALT) 45 IU/L, 총 빌리루빈 1.3 mg/dL, 직접 빌리루빈 0.4 mg/dL, 감마 글루타밀 전이효소(γGTP) 114 IU/L, 알칼리 인산분해효소 64 IU/L, 총 단백 4.0 g/dL, 알부민 3.2 g/dL, 혈중 요소질소 13.7 mg/dL, 크레아티닌 0.6 mg/dL, 나트륨 136 mEq/L, 칼륨 5.0 mEq/L, 아밀라아제 41 U/L이었다.
내시경 소견: 응급으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십이지장의 제2부위의 유두부에 큰 융기형 병변이 관찰되었고, 중심부에는 백태가 동반된 궤양이 관찰되고 응고혈이 부착되어 있으며 삼출 출혈하고 있었다. 십이지장 점막하종양에 의한 출혈 의심하에 출혈 부위에 에피네프린을 주입하고 지혈을 확인하였다(Fig. 1). 입원 후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방사선 소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실질의 전반적인 위축과 석회화가 보이고, 췌관은 경도의 불규칙한 확장이 관찰되었다. 대조전강조영상에서 췌장 두부의 고음영의 낭종성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2). 췌장 가성낭종의 십이지장 벽내 출혈로 진단되었으며, 이것이 십이지장 점막하종양으로 오인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치료 및 경과: 환자는 더 이상의 출혈이 없으며, 혈관조영술이나 수술적 치료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여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 후 외래 추적관찰 중이며, 추적관찰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두부의 고음영의 병변은 소실되었다(Fig. 2).
고 찰
췌장의 가성낭종은 상피세포 내벽이 없는 섬유조직 벽으로 둘러쌓인 낭으로, 내부에 아밀라아제와 다른 췌장효소와 같은 액체가 채워져 있다[9]. 췌장 가성낭종은 급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 외상 후에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75-80%에 이르는 췌장의 가장 흔한 낭종성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에서 약 7%, 만성 췌장염에서 30-40%, 알코올성 췌장염에서 59-78%의 유병률을 보이며, 알코올은 발생원인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3-5].
췌장의 가성낭종의 발생기전으로는 췌장염이나 외상에 의하여 췌관 내부의 압력이 증가하여 췌관이 파괴되고 췌장액이 혈관 밖으로 유출되어 생기게 되며, 낭종과 췌관과 연결성이 있다. 환자의 2/3에서는 낭종과 췌관의 교통이 보여지지만, 1/3에서는 염증반응으로 대부분 교통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7]. 발생 부위로는 대개 췌장 내부나 췌장의 주위조직에 형성되나, 주로 인접하고 있는 조직이나 장기 및 후복강과 장간막에 나타날 수도 있고, 췌장과 인접하지 않은 복부장기나 복강외부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경부, 비장, 신장, 종격동, 서혜부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10,11]. 췌장 내에서는 체부 및 미부가 가장 흔하다.
가성낭종의 십이지장 침범은 십이지장의 후측에는 복막이 없고, 췌장의 두부와 십이지장이 인접하여 있어 가성낭종과 췌장 두부의 확대에 의한 압박, 췌장효소 분비물에 의한주변 조직의 손상 및 췌장염에 의한 염증의 파급으로 발생 할 수 있다[10]. 십이지장내 발생부위는 다양하나 제2부위의 외측과 후외측에 흔하게 발생하며, 침범 깊이에 따라 장막과 근육층, 근육층과 점막 사이에 발생하며, 외부 압박 병변으로 나타날 수 있다[12]. 본 증례에서도 십이지장 제2부위 유두부에 발생하였으며, 내시경소견으로 내강 내로 돌출한 융기형태로 점막하종양으로 오인하였다.
췌장의 가성낭종은 무증상, 오심, 구토, 복통, 위출구폐색(gastric outlet obstruction), 폐쇄성 황달과 같은 다양한 임상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복통은 가장 흔한 증상이다. 또한 이차 감염, 패혈증, 비장정맥의 혈전증, 담도 폐쇄, 황달, 문맥 고혈압, 출혈, 주위 장기나 복강 내로의 파열, 누공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13,14]. 출혈은 췌장의 가성낭종 환자의 단지 5%에서 발생하나 사망률은 40% 이상에 이를 정도로 높은 위험한 합병증이다. 췌장염의 직접적인 경과로 인한 가성낭종에 의한 출혈, 가성동맥류, 간문맥 또는 비장정맥의 혈전, 가성낭종이 인접한 혈관에 압력을 가하여 미란 때문에 출혈이 발생하게 되며, 가장 흔한 동맥은 비장동맥, 위 십이지장동맥, 상췌 십이지장동맥이다[15]. 복강내 출혈, 후복강내 출혈, 때로는 바터팽대부를 통한 출혈로 인한 상부위장관 출혈, 대장이나 십이지장과 같은 유강장기로의 누공으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16,17]. 췌장염의 직접적인 경과로 가성낭종에 출혈이 발생하였고, 확대로 인한 인접장기인 십이지장의 압박으로 장관 내로 터져 감압이 되면서 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나, 본 증례의 경우는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가성낭종의 크기가 작고, 내시경소견에서 점막표면에 궤양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가성낭종의 점막하 침범으로 인하여 점막의 염증과 허혈이 유발되어, 점막표면에 미란으로 인하여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췌장 가성낭종의 치료는 발생 원인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급성 췌장염에 의한 경우는 4-6주 동안에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으며[18], 만성 췌장염에 의한 경우에는 낭종 벽의 성숙이 이미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자연적인 호전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배액술을 필요로 하게 된다[19,20]. 특히 가성낭종에 의한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량 출혈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며, 방사선학적 색전술을 이용한 중재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본 증례는 상부위장관 출혈로 응급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여 십이지장 점막하종양의 출혈로 생각하여 내시경적 지혈을 시행한 후 더 이상의 출혈은 없었다. 그러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 두부에 발생한 가성낭종이 십이지장 유두부를 침범하여 상부위장관 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진단을 하고, 추가적으로 혈관조영술과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거부하였으며, 내시경 검사 후 재출혈이 없고 가성낭종의 크기가 작아서 보존적인 치료만 시행하였고, 상태 안정되어 퇴원한 경우로 만성 췌장염 환자에 있어서 상부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원인으로서 췌장의 가성낭종에 의한 출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