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베체트병은 구강점막 및 성기의 궤양, 포도막염, 결절성 홍반 등의 임상증상을 보이는 만성의 반복적인 전신 염증이 특징적인 질환으로 대부분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나 안구, 중추신경계, 심장을 포함한 대혈관 및 소화기관을 침범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고 보고되어 있다[1]. 베체트병에서 심혈관계 침범은 1961년 Mischima 등[2]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으며 빈도는 7-6% 정도로 심내막염, 심근염, 심막염, 급성 심근 경색, 대동맥류, 심실내 혈전, 울혈성 심근증 등의 주 혈관 침범을 가진 경우 20%까지 사망률이 보고되고 있다[3].
국내에는 베체트병과 관련된 동맥류, 관상동맥 협착, 심장 내 혈전증의 단일 질환에 대한 몇몇 증례보고가 있었으나[4-6] 심근경색과 심장 내 혈전이 동반된 증례는 찾을 수 없었다.
저자들은 갑자기 발생한 가슴통증 및 호흡곤란으로 내원한 36세 남자 환자에서 베체트병과 급성 전벽 심근경색, 우심방내 혈전이 동반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남자, 36세
주 소: 1시간 전 시작된 흉골하 가슴통증
현병력: 내원 1시간 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상기 주소로 본원 응급실 내원한 환자로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에 반응하지 않는 쥐어짜는 듯한 가슴통증 및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었다.
과거력: 환자는 타 병원에서 7년 전 좌 총 대퇴 동맥류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 받았고 당시 반복적 구강궤양과 성기궤양, 결절성 홍반, 주사 부위의 피부 과민 반응 등으로 베체트병을 진단받아 prednisolone, colchicine을 복용 중이었다.
이후 4년 전 좌 총 장골 정맥류 및 반복적인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warfarin 복용 중이었으나 2년 전부터 스스로 약물복용을 중단한 상태였으며 그 외 당뇨, 고혈압, 고지질혈증, 결핵, 간염 등은 없었다.
가족력: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은 없었다.
사회력: 20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혈압은 110/50 mmHg, 맥박 7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7℃였으며 급성 병색을 보였고 의식은 명료하였다. 결막의 창백이나 공막의 황달은 없었다. 흉부 청진에서 수포음이나 심잡음은 들리지 않았고, 구강에는 작은 궤양이 관찰되었으며 복부 및 사지 진찰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흉부 단순 촬영: 심비대 및 폐침윤 소견은 없었다.
심전도 소견: 분당 72회의 동성 부정맥, 완전 우심방 우각 차단, V1-V4에서 ST분절의 상승이 관찰되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 11,860/mm3, 혈색소 13.2 gm/dL, 혈소판 283,000/mm3, ESR 21 mm/hr이었고,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AST 17 IU/L, ALT 14 IU/L, BUN 16.8 mg/dL, creatinine 1.1 mg/dL, myoglobin 97 ng/mL, CK 71 IU/L, CK-MB 3.6 ng/mL, Troponin T 0.02 ng/L, LDH 353 IU/L, BNP (brain natriuretic peptide) 7.2 pg/mL, 나트륨 137 mEq/L, 칼륨 4.2 mEq/L, 칼슘 9.2 mg/dL, 마그네슘 1.8 mg/dL였다. 지질 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 157 mg/dL,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24 mg/dL, 중성지방 66 mg/dL,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98 mg/dL였다. 항응고 검사에서 PT (prothrombin time, %) 73%, PT (prothrombin time, INR) 1.2, aPTT (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24.2 sec, Fibrinogen 273 mg/dL이었고, Homocysteine 8.6 μmol/L, protein C와 protein S는 정상 범위였다.
관상동맥 조영술: 좌 전 하행지 근위부의 완전 폐쇄 소견을 보였으며 우 관상동맥과 좌 회선동맥은 죽상경화반이나 동맥류 없이 정상적이었다(Fig. 1).
심초음파 소견: 좌심실 구혈률은 53%였고, 심장 중간부에서 심첨부까지 전벽의 무운동성 및 약 1.4 × 1.5 cm의 움직이는 원형의 혈전이 우심방에서 관찰되었다(Fig. 2).
영상학적 소견: 관상 정맥동의 혈전이 관찰되었고 이는 우심방으로 돌출되어 있었으며(Fig. 3A), 하대정맥 폐쇄 및 좌 총 대퇴 동맥과 좌 총 장골 정맥의 스텐트 내 폐쇄가 관찰되었다(Fig. 4)
치료 및 경과: 내원 후 환자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복용 및 morphine 정맥 주입 후에도 가슴 통증이 지속되었고 심전도에서 ST 분절의 상승이 있어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에 준하여 aspirin 300 mg, clopidogrel 300 mg을 부하용량으로 투여하였고, 미분획 헤파린 5,000 IU을 일시 정주 투여한 후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하였으며 좌전 하행지 근위부의 혈전으로 인한 완전 폐쇄에 대하여 혈전 제거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다. 또한 관상 정맥동에서 기원하고 우심방에서 관찰된 혈전과 하대정맥, 좌 총 대퇴 동맥, 좌 총 장골 정맥의 스탠트 내 혈전에 대하여 와파린을 베체트병에 대하여 cochicine 0.6 mg bid, prednisolone 30 mg qd 재복용을 시작하였다. 이후 환자 증상은 소실되었고 2주 뒤 치료경과 확인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이전에 관찰되던 혈전들은 보이지 않았다(Fig. 3B). 환자는 퇴원 후 colchicine 0.6 mg bid, warfarin 5 mg qd 복용하였으며 prednisolone 5 mg까지 감량하였다. 1년 6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외래 추적 관찰 하던 중 가슴통증 재발하여 시행한 관상동맥 조영술에서 이전의 좌전 하행지 근위부의 스텐트 내 폐쇄소견 보였으며 혈전 제거술 시행 후 azathiopirine 75 mg qd를 추가하여 경과관찰 중이다.
고 찰
베체트병은 염증성 혈관 질환으로 중요한 병리소견은 혈관 내막세포의 종창 및 괴사, 혈관주위 백혈구침윤 등이다. 이러한 병리과정으로 베체트병 환자에서 관찰되는 혈관계 병변은 정맥염, 정맥류, 정맥 폐쇄, 동맥 폐쇄, 동맥류 및 가성 동맥류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임상적으로는 큰 정맥에서 발생하는 심부정맥 혈전증이 가장 자주 발생하며 소동맥들에서는 폐쇄가, 큰 동맥들에서는 확장이나 파열이 흔히 관찰된다[5].
베체트병에서 정맥 및 동맥 혈전증은 여러 가지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내피세포에 대한 항체로 인해 혈관 내피세포의 허혈 또는 파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혈소판의 응집이 촉진된다는 주장이 있으며 다른 가능한 기전으로 면역 복합체 침착으로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섬유소용해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7,8]. 베체트병에서 심장 및 관상동맥 침범은 드문 일이며[2] 그중에서도 관상동맥 및 심장 내 혈전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소수의 증례만이 보고되었으며[4,5] 대부분의 경우 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인자가 거의 없는 젊은 연령층이었다[3].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베체트병의 경과 후기에 주로 발생하고 관상동맥 조영술에서 혈전성 페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장 내 혈전의 경우 우측 심장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 기원과 이유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2,9].
본 증례의 경우 환자는 좌 총 대퇴 동맥류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으며 당시 반복적 구강궤양과 성기궤양, 결절성 홍반, 주사 부위의 피부 과민 반응을 보여 베체트병으로 진단받고 약물치료 중이었다. 이후 추적 관찰 중에 좌 총 대퇴 정맥류 발생으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고 반복적인 심부정맥 혈전증이 관찰되어 항응고제 복용 중에 급성 심근 경색 및 우심방내 혈전증이 진단되었다. 이는 이전에 보고되었던 증례[3]들과 비슷하게 당뇨, 고혈압, 고지질혈증, 심혈관질환의 가족력 등의 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인자를 찾을 수 없어 전신 염증성 혈관 질환의 특징을 지닌 베체트병에 의해 다양한 혈관 침범이 산발적으로 발생한 경우라고 추정된다.
베체트병에서 발생한 급성 심근 경색에 대한 치료로 항응고제, 칼슘 억제제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10]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도해 효과가 있었다는 증례도 보고되어 있으며[11] 경피적 관상동맥 성형술을 시행한 경우도 있었다[12]. 본 증례의 경우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지속적인 가슴통증 및 ST분절 상승으로 동맥 경화성 급성 심근 경색의 치료와 같이 일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였으며 혈전으로 인한 폐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환자는 증상이 소실되었고 ST분절이 정상화되었다.
베체트병에서 발생한 우심장 혈전 역시 흔하지 않은 현상이면서 사망률이 높아 치료법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치료의 목적은 결국 혈전을 제거하고 재발을 예방하는 데에 있으며 문헌에 보고된 증례들 대부분이 수술적 제거보다는 corticosteroid와 면역 억제제의 사용과 더불어 항응고제로 치료한 결과 심장내 혈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고했다[2,13]. 그러나 항응고제 치료의 기간에 대한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본 증례에서도 심장초음파 및 전신 혈관 침범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컴퓨터 단층촬영(CT)에서 우심방의 혈전이 관찰되었고 이는 관상 정맥동으로부터 돌출되어 있었으며 하대정맥 폐쇄 및 좌 총 대퇴동맥과 좌 총 장골정맥의 스텐트 내 폐쇄가 관찰되어 항응고제 치료를 시행한 결과 혈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발성 및 다발성의 혈관 침범이 있을 경우 면역억제제와 항응고제 사용이 혈관 폐색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14] 본 환자는 혈전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였다. 또한 추적 관찰 중 가슴통증이 재발하여 관상동맥 스텐트 내 혈전을 확인한 후 혈전 제거술 시행 및 면역억제제를 추가 처방하였다.
기저질환과 혈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교적 젊은 성인에서 발견된 다양한 혈관 질환은 베체트병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심장 침범은 높은 사망률과 불량한 예후를 보일 수 있어 이 같은 합병증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젊은 베체트병 환자에서 심장침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영상학적 검사와 더불어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