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복막투석은 혈액투석과 더불어 말기 신부전 치료 방법의 하나이다. 복막투석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복막염은 복막투석 환자의 치료적 실패와 입원치료 및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1-3]. 따라서 복막염 환자의 복막액에서 원인 균주를 동정하는 것은 항생제 선택뿐만 아니라 감염의 원인을 규명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원인균을 동정하기 위해 복막액에 대해 혈액배양 방법과 재래적 배양 방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동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4].
International Society for Peritoneal Dialysis (ISPD)에서 2010년 갱신된 Peritoneal dialysis-related infections recommendations에서는 배양 방법으로 50 mL를 원심 분리하여 배지에 접종하는 방법과 5-10 mL의 복막액을 한 쌍의 혈액배양 배지에 배양하는 두 가지 방법의 조합을 최적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농축된 50 mL의 복막액을 고체 배양 배지에 배양하는 방법이 혈액배양 배지에 배양하는 방법보다 원인균을 분리하는 데 있어서 더 민감도가 높으며, 이 방법으로 배양할 경우 배양 음성 확률은 5% 이내라고 설명하였다[5]. 또한, 고체 배양 배지로 농축된 복막액을 배양할 경우 혈액배양 배지보다 원인균이 잘 분리되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인 혈액배양 방법은 배양 음성 확률이 20%이며, BACTEC system은 Rapid blood- culture technique으로서 임상에서 원인균의 동정에 흔히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연구에서 BACTEC 혈액배양 배지를 이용한 혈액배양 방법이 고체 배양 배지를 이용한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더 효과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으나[6-9], 다른 몇몇 연구에서는 두 가지 방법에 차이점이 없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10].
이에 저자들은 복막염으로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두 가지 배양 방법을 모두 이용하여 원인균을 동정하였으며 각각에 대한 결과를 평가하여 두 가지 배양 방법에 대한 효율성을 비교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대상
2007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에서 복막 투석을 시행 받은 환자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조사하였다. 복막염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부 통증, 혼탁한 배액의 증상이 있고, 둘째, 배액 내의 백혈구 수가 100/mm3개 이상이면서 최소한 호중구의 수가 50% 이상, 셋째, 투석 배액의 그람 염색 또는 배양에서 균이 동정되는 세 가지 중에 두 가지를 만족할 때 복막염을 진단하였다. 이렇게 복막염으로 진단된 환자 43명 중 복막액에 대해 혈액배양 방법과 재래적 배양 방법을 모두 시행한 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방법
복막염 진단을 위해 두 가지 배양 방법 모두를 시행하였다. 첫 번째는 재래적 배양 방법으로, 무균적 방법으로 채취한 복막액 50 mL를 sterile conical tube에 담은 후 3,000 g에서 15분간 원침하여 상층액은 버린다. 침사액 3-5 mL를 잘 혼합하여 그람염색을 실시하고 혈액한천배지, MacConkey 배지 및 thioglycollate 액체배지에 접종한다. 혈액한천배지와 MacConkey 배지는 37℃, 5% CO2 배양기에서 2일간, thioglycollate 액체배지는 37℃ 일반배양기에서 4일간 배양하며 매일 균이 자라는지 관찰하였다. Thioglycollate 액체배지에서만 균이 자랐을 경우 혈액한천배지에 계대배양하였다.
두 번째는 혈액배양병에 직접 접종하는 혈액배양 방법으로, 무균적 방법으로 채취한 투석액 10 mL를 산소성과 무산소성 혈액배양용 배지(BACTEC Plus Aerobic/F and Anaerobic/F media, Becton-Dickinson, Franklin Lakes, NJ, US)에 동량을 나누어 접종한 후, 자동혈액배양기인 BACTEC 9240 (Becton- Dickinson)에서 5일간 배양한다. 혈액배양병에서 균성장의 증거가 있으면 도말하여 그람염색을 실시하고 혈액한천배지와 MacConkey 배지에 계대배양하였다.
위의 두 가지 방법에서 세균이 증식되면 하나의 집락을 백금이로 채균하여 자동화 기기인 MicroScan WalkAway plus System (Siemens, Washington, D. C., USA)을 이용하여 동정검사와 감수성 검사를 시행하였다. 자동화 기기에서 동정되지 않는 균은 전통적인 생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수기로 동정하였다.
결 과
환자의 일반적인 특성
본원의 복막염 발생률은 0.41회/환자-년이었으며, 대상 환자의 특성은 표 1과 같다. 대상 환자는 총 34명이었으며, 이 환자들에게 있어서 38차례의 복막염의 발생하였다. 남자는 21명(61.8%), 평균 연령은 59 ± 11세(최소 26세, 최고 80세)였으며, 평균 복막 투석 치료를 받은 기간은 49 (6-120) ± 29개월이었다. 말기 신부전의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20예(58.8%)로 가장 많았고, 고혈압 7예(20.6%), 사구체 신염 5예(14.7%) 순이었다.
재래적 배양 방법을 이용한 원인균 동정의 양성군과 음성군의 비교
복막염 환자의 복막액을 혈액한천배지, MacConkey 배지 및 thioglycollate 액체배지에 접종 배양하여 검사한 재래적 배양 방법을 이용한 경우로, 원인균 동정의 유무에 따라 비교한 임상적인 특성과 검사실 소견의 특징은 표 2와 같다. 재래적 배양 양성군은 22예(57.8%), 재래적 배양 음성군은 16예(42.1%)였으며, 성별, 나이, 복막 투석 기간, 기저 질환으로 당뇨, 고혈압에 대해 배양 양성군과 음성군이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또한 양 군 간에 검사실 소견인, 혈액의 백혈구 수, 투석액의 백혈구 수, 혈색소, BUN, Creatinine, Albumin의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혈액배양 방법을 이용한 원인균 동정의 양성군과 음성군의 비교
혈액배양 방법을 통한 원인균 동정 유무에 따른 임상적인 특성과 검사실 소견은 표 3과 같다. 혈액배양 양성군은 33예(86.8%), 혈액배양 음성군은 5예(13.1%)였으며 성별, 나이, 복막 투석 기간, 기저 질환으로 당뇨, 고혈압에 대해 배양 양성군과 음성군이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검사실 소견에서 투석액의 백혈구 수는 혈액배양 양성군에서 5,400 ± 7,144로 유의하게 높았으며(p = 0.042), 혈청 Albumin 또한 혈액배양 양성군에서 2.4 ± 0.6로 혈액배양 음성군의 3.3 ± 0.5 수치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p = 0.011).
혈액배양 방법과 재래적 배양 방법에서 동정된 복막염 원인 균주의 비교
혈액배양 방법에서 동정된 균과 재래적 배양 방법에서 동정된 균을 서로 비교한 것은 표 4와 같다. 배액된 복막액의 균배양검사에서 원인균이 동정되지 않은 경우가 재래적 배양 방법군은 16예(42.1%), 혈액배양 방법군은 5예(13.2%)로 재래적 배양 방법군에서 유의하게 많았다(p = 0.003). 재래적 배양 방법에서 원인균이 동정된 군은 22예(57.9%), 혈액배양 방법에서 원인균이 동정된 군은 33예(86.8%)로 혈액배양 양성군이 유의하게 많았다(p = 0.003). 혈액배양 양성군과 재래적 배양 양성군의 원인균주를 비교해 보면 그람 양성균이 혈액배양 양성군에서는 23예(60.5%), 재래적 배양 양성군에서는 17예(44.7%)로 혈액배양 양성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많았다(p = 0.02) 그람 양성균에서 Staphylococcus aureus (MSSA), Staphylococcus aureus (MRSA), Coagulase-negative staphylococci, enterococcus species은 혈액배양 방법에서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더 많이 검출되었으나 streptococcus species는 재래적 배양 방법으로 통해서 더 많이 검출되었다. 그람 음성균의 동정률은 혈액배양 방법과 재래적 배양 방법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배양 양성 복막염에서 동정시간과 동정률의 비교
두 배양법을 통해 원인균이 동정된 환자에게서 동정되는 시간과 동정률을 비교한 것은 표 5와 같다. 원인균을 동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혈액배양 방법(90 ± 24시간)에서 재래적 배양 방법(109 ± 14시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p = 0.03).
고 찰
복막투석을 시행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있어서 복막염은 심각한 합병증이므로, 원인균을 동정하는 것은 복막염을 치료하는 단계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연구는 복막염이 동반된 복막 투석 환자에게 있어서 복막액에 대한 미생물 배양 양성률이 재래적 배양 검사보다 BACTEC 병을 이용한 혈액배양 검사에서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재래적 배양검사의 양성률은 57.9%인 반면, 혈액배양 검사의 양성률은 86.8%로 나타났으며, 그람 양성균의 동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았다. 이런 본 연구의 결과는 BACTEC 혈액배양 방법이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동정율이 높다는 것으로 다른 몇 가지 연구와 그 결과와 같게 나타났다[6-9].
혈액배양 방법의 높은 동정률에 대해 원인을 다음 몇 가지로 보고하고 있다. 첫째, 혈액배양 방법은 미생물의 증균과 증폭하는 과정으로, 복막액이 검사실로 옮겨질 동안 미생물이 사균되는 것을 방지하여 원인균의 동정률을 높이게 된다[1,3]. 둘째, 혈액배양병에는 sodium polyanethol sulfonat가 있는데, 이는 항응고제로 작용하여 배양 배지에서 항식작용을 일으키는데 이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11,12]. 셋째, 복막액의 직접 접종법(direct inoculation)은 미생물 사멸과 오염률을 줄일 수 있다[13,14]. 넷째, 혈액배양 검사는 기계에서 지속적인 모니터가 가능한데 이는 BacT/Alert system이 CO2 production을 감시하는 colorimetry를 사용하는 배양 시스템이기 때문이다[15].
이런 장점으로 배양 조건이 까다로운 균이나 복막액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곰팡이균 또한 BATEC을 이용한 혈액 배양 방법에서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동정률이 우위에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14].
본 연구에서는 BACTEC 병을 이용한 혈액배양 방법이 재래적 배양 방법에 비해 그람 양성균의 동정률이 높았으며 그람 음성균의 차이는 없었다. 또한, 배양 음성률은 혈액배양 방법에서 낮게 나왔다. Lye 등[6]은 BACTEC 혈액배양 방법과 50 mL의 centrifuation 한 침사액을 이용한 재래적 배양 방법과 비교하여 원인균 양성률은 75% vs. 55%, p < 0.01로 혈액배양 방법이 통계적으로 유의 있게 높았으며 배양 음성률 또한 18% vs. 36 %, p < 0.05로 혈액배양 방법이 낮았다. 특히, 그람 양성군의 동정률은 82% 대 55%, p < 0.01로 혈액 배양 방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Sewell 등[10]은 또한 BATEC 혈액배양 방법에서 일반 배양 방법보다 더 동정률이 높게 나왔으며 특히 Staphylococcus aureus, coagulase- negative Staphylococcus, viridans staphylococci 등의 그람 양성균의 동정률이 혈액배양 검사에서 높게 동정되었다.
본 연구에서 복막염에 대해 일반 배양 검사를 시행했을 때 원인균이 동정된 군과 원인균이 동정되지 않는 군과의 임상적인 특성과 검사실 소견의 차이는 없었으나, 혈액배양 방법에서 양성군이 음성군에 비해 복막액의 백혈구 수는 높았으며 혈청 Albumin 수치가 낮게 도출되었다. 이는 복막액의 백혈구 수와 낮은 알부민이 복막염의 원인균을 동정하는 데 중요한 인자라고 볼 수 있다. Yang 등[15]은 복막염에서 도관제거와 관련하여 배액 내의 백혈구 수가 100개/mm3 이상 유지된 기간, 낮은 알부민 농도가 위험인자에 속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낮은 혈청 알부민 농도는 복막 투석 환자에서 불량한 예후인자임은 잘 알려진 바 있다[16,17].
혈액배양 방법의 장점 중의 하나는 배양 음성률이 낮다는 점과 복막염 환자의 복막액에서 원인균을 빨리 동정하다는 것이다[18,19]. 본 연구에서도 배양 양성 복막염에서 균동정에 걸리는 시간은 혈액배양 방법 90시간, 일반 배양 방법 109시간으로 나타났으며, p = 0.03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혈액배양 방법에서 빨리 동정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적 배양 방법과 달리 혈액배양 방법은 BACTEC 시스템에 의해 지속적으로 모니터 되어지기 때문에 동정 시간이 빠르다고 보고되었다[20].
배양 양성률을 높이기 위해 재래적 배양 방법과 혈액배양 방법을 결합하는 방법이 연구되었다. 이 혼합된 배양 방법은 복막액 50 mL를 sterile conical tube에 담은 후 3,000 g에서 15분간 원침하여 상층액은 버린 후 침사액 3-5 mL를 산소성과 무산소성 혈액배양용 배지(BACTEC)에 접종하는 방법이다. Khare 등[18]은 혈액배양 방법과 재래적 배양 방법 및 혼합된 배양 방법을 이용하여 동정률과 동정 시간을 비교하였다. 재래적 배양 방법에 비해 혈액배양 방법과 혼합된 배양 방법이 동정률이 높게 나왔으며, 혼합된 배양 방법의 동정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혼합된 배양 방법은 혈액배양 병에 접종하기 전에 침사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높은 오염률을 보였다. 또한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동정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나타났다.
2010 ISPD guideline은 배양 음성 복막염의 비율은 20% 이내로 기준을 제시하였다. 음성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재래적 배양 방법에서 배액된 투석액을 6시간 이내로 검사실로 옮겨 가능하면 빨리 원심 분리를 진행하고, 만약 불가능하다면 37℃에 보관하여야 한다. 또한 두 방법 모두 오염률을 줄이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혈액배양 방법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2010 ISPD guideline은 복막염의 원인균 동정에 대해 이전(2005)과 같이 배양에 대한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하였으나, 복막액 50 mL를 원심 분리하여 침사액을 배양하는 일반배양 방법이 원인균을 동정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4]. 본 연구에서 혈액배양 방법에서 재래적 배양 방법에 비해 원인균 동정률이 높았으며 원인균이 동정된 그룹에서 원인균이 동정되는 시간은 혈액배양 방법을 이용한 군에서 더 짧게 측정되었다. 이는 BACTEC 병을 이용한 혈액배양 방법이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몇 가지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21,22].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으로 앞으로 이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복막염으로 내원한 모든 환자에 대해 두 가지 배양 방법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두 방법을 비교하기에는 증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의 다른 연구와는 다르게 곰팡이 균이 동정되지 않아 곰팡이 균에 대해 두 가지 배양 방법의 동정률을 비교하지 못했다는 점이 본 연구의 또 다른 제한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막투석 환자에서 복막염의 원인균 동정에 있어서 복막액을 혈액배양을 통해 직접 배양하는 방법이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양성률이 높은 점과 혈액배양 방법에서 그람 양성군을 동정하는 데 있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양성률이 높았다는 점, 배양 음성률이 낮다는 점, 복막염 환자의 복막액에서 원인균을 빨리 동정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BACTEC 병을 이용한 혈액배양 방법이 재래적 배양 방법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복막염의 원인균을 빨리 동정함으로써 적절한 항생제는 빨리 투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