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환자에서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 1예
A Case of Malabsorption Induced by Blind Loop Syndrome in a Patient with Liver Cirrh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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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저자들은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 환자에서 빈혈, 저콜레스레롤혈증, 저단백혈증을 보이는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증후군이 동반되었고 수술적 절제로써 흡수장애에서 회복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Of the various causes of malabsorption, to our knowledge, blind loop syndrome has been reported in Korea only rarely. Here, we report the case of a 63-year-old woman with hepatitis C virus-associated liver cirrhosis. The patient complained of abdominal distension and had an abnormal serum biochemistry caused by blind loop syndrome related to childhood abdominal surgery. Her laboratory findings showed an iron deficiency anemia, hypocholesterolemia, hypoproteinemia and hypoalbuminemia, and were confounded with those of liver cirrhosis. She underwent resection of the blind loop segment of the small intestine, after which her abdominal symptoms and abnormal laboratory findings improved, although they did not completely normalize due to her liver cirrhosis. (Korean J Med 2011;81:372-377)
서 론
흡수장애증후군(malabsoprtion syndrome)은 음식물의 위장관 내 소화, 위장관 점막을 통한 흡수, 흡수된 영양소 운송의 생리적 단계 중에 어느 단계에서든 이상이 있을 때 초래되므로 그 증상과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1]. 흡수장애의 한 원인인 창자정체증후군(blind loop syndrome)은 주로 소장의 구조적 이상에 기인한 소장 운동 저하와 더불어 막힌 고리(blind loop)에 과도하게 자라는 세균들에 의해 영양소의 흡수 장애가 초래된다[2].
외국에서는 1949년 Cameron 등[3]이 처음으로 공장의 막힌 고리에 의한 흡수장애의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한 이래, 다양한 원인에 의한 흡수장애 증례가 보고되었으나,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악성림프종에 동반된 유전분증에 의한 예[4],분선충 감염에 의한 예[5], Billroth II 수술 후 세균과다 증식에 의한 예[6]의 3예가 보고되었고,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 증례는 보고된 예가 없다.
흡수장애증후군은 영양소 결핍에 따르는 다양한 증상 이외에 저단백혈증, 저알부민혈증, 저콜레스테롤혈증, 철 결핍성 빈혈 등과 같은 검사실 소견의 이상을 동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검사실 소견은 간경변증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저자들은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가 병발된 증례를 경험하였는데 진단 당시 흡수장애의 증상이 심하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검사실 소견 해석에 주의를 요하게 됨을 알았다. 이에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의 임상양상에 관한 문헌고찰과 함께 이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62세 여자 환자
주증상: 복부팽만감 및 간헐적인 복통
현병력: 2년 전 당뇨병을 진단 받고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하던 환자로 본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만성 C형 간염과 철결핍성 빈혈이 있어 외래를 방문하였다. 외래 방문 당시 환자의 복부는 약간 팽만되어 있었으나 통증 및 압통은 없었고 불편감을 느끼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에서 백혈구 2,110/mm3, 혈색소 9.2 g/dL, 혈소판 115,000/mm3, 총 cholesterol 67 mg/dL, protein 6.3 g/dL, albumin 3.0 g/dL, AST 98 IU/L, ALT 90 IU/L, 혈청 철 22 ug/dL, TIBC 444 ug/dL, ferritin 13 ng/dL로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과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하고 경과를 관찰하였다. 2개월 후부터 복부 팽만감과 간헐적인 복부 통증이 시작되었고, 검사실 소견도 지속적인 악화소견을 보였으나 복수나 간성혼수와 같은 간부전에 의한 진찰 소견은 없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창자정체증후군(blind loop syndrome) 소견을 보이고, 복부 팽만감이 악화되며, 복부의 압통도 증가하여 입원하였다.
과거력: 약 50여 년 전 장이 꼬였다는 진단으로 장 수술한 경력이 있었으나 정확한 진단 및 수술명은 알 수 없었다. 기타 수혈 병력이나, 마약, 문신 등에 대한 과거력은 없었다.
사회력: 음주, 흡연력은 없었다.
진찰 소견: 입원 당시 혈압은 120/80 mmHg, 호흡수 16회/분, 맥박수 70회/분, 체온 36℃으로 급성병색은 없었고, 두경부 및 흉부의 진찰 소견상 특이소견 없었다. 복부진찰소견에서 복부의 전반적인 팽창 소견을 보였고, 복부에 전반적인 경도의 압통이 있었으나 반발 압통, 간비종대, 촉지되는 종괴는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일반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2,300/mm3 (호중구 52.6%, 림프구 35.2%), 혈색소 7.0 g/dL, 혈소판 120,000/mm3 이었고,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총 cholesterol 45 mg/dL, protein 4.9 g/dL, albumin 2.4 g/dL, AST 35 IU/L, ALT 37 IU/L, 혈청 철22 ug/dL, TIBC 418 ug/dL, ferritin 19.7 ng/dL, folate 9.5 ng/mL,비타민 B12 1,274 pg/mL, homocysteine 4.25 umol/L, methylmalonicacid 음성, 분변 α1-antitrypsin 70.98 mg/dL (0-54 mg/dL)이었으며 혈액응고 검사에서 prothrombin time은 INR 2.16,39%였다. Anti-HCV 양성, hepatitis C virus RNA 양성이었다.
방사선 소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과도하게 확장된 소장 내에 분변이 정체되어 있었으며, Treitz 인대로부터 약 10 cm 하방에서 공장과 측측연결 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보였다(Fig. 1). 다발성 간내 낭종이 관찰되었고, 명백한 간경변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장종대가 관찰되었다.
경과 및 치료: 입원 후 비경구적 영양법과 수혈, 비타민 K 보충을 시행하였고, ciprofloxacin 1,000 mg/일, metronidazole 1,500 mg/일의 항균제를 20일간 투여하였다. 그러나 증상의 호전이 없어 입원 28일째 환자는 수술을 시행 받았다. 수술 소견에서 간경변이 있었고 소장의 유착이 있어 유착박리를 시행하였다. Treitz 인대 하방 약 10 cm 정도에 이전의 문합 부위가 있었고 수출각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었다. 수술은 병변을 포함한 소장 부분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조직의 육안 병리 검사 소견상 막힌 고리 쪽의 소장 내강이 확장되어 있었으며, 소장 내측 주름이 정상 소장에 비하여 소실되어 있었다. 현미경 병리소견으로도 정상 점막에 비해 막힌 고리의 융모들이 모두 소실되어 있었다(Figs. 2 and 3). 간 조직 검사 결과 소결절 간경변(micronodular cirrhosis)의 소견이었고 수술 후 일시적인 복수가 생겼으나 쉽게 조절되었다. 수술 후 7개월째 환자의 혈액 검사소견은 혈색소 13.2 g/dL, 총 cholesterol 114 mg/dL, protein 8.2 g/dL, albumin 3.7 g/dL, prothrombin time, INR 1.21 (76%)로 호전되는 경과를 보여 수술 전 환자의 검사실 소견 이상은 간경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대부분 흡수 장애에 인한 결과였음을 알 수 있었다(Fig. 4).
고 찰
이번 증례에서는 간경변을 동반한 63세 여자 환자에서 과거의 수술 합병증으로 생긴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해 만성적인 흡수장애가 발생하였고, 막힌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로 흡수 장애의 호전을 보았다.
1949년 Cameron 등이 처음으로 공장의 막힌 고리가 비타민 B12의 흡수장애를 초래하여 체중감소와 빈혈을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였고, 이후 1981년 King 등이 사람에서 장의 협착, 게실증, 누공, 수술 후 합병증 등의 구조적 이상과 피부경피증, 당뇨, 약제 등에 의한 장의 운동저하가 원인이 되어 소장 내에 장내세균의 과다 증식하면서 비타민 B12 흡수장애를 보이는 현상을 보고하면서, 이를 창자정체증후군이라고 하였다[3,7].
창자정체증후군에서 흡수장애는 장내 세균의 과다 증식으로 인한 비타민 B12와 지질 및 단백질의 흡수 장애를 특징으로 한다[8]. 정상적인 지질의 흡수는 소장에서 일어나는데, 간에서 생성된 포합 답즙산염(conjugated bile salt), 콜레스테롤, 지방산, 인지질 등으로 이루어진 혼합 미포(mixed michelle)가 불용성 지질이 수용성 소장 융모상피세포막을 통과하기 쉽게 해준다. 그러나 창자정체증후군의 경우, 소장 근위부에서 과다 증식한 장내세균이 간에서 분비된 포합 담즙산의 탈포합(deconjugation)을 증가시키므로 그 결과 비포합 담즙산염(unconjugated bile salt)이 소장 근위부에서 비이온적 확산에 의해 흡수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공장에서의 포합 담즙산염의 농도가 감소하여 미포 생성이 저해되고 따라서 지질 흡수 장애가 초래된다[6,8]. 또한 창자정체증후군에서 관찰되는 소장 점막의 형태적, 기능적 이상이 흡수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창자정체증후군에서의 소장 점막은 현미경상 융모와 움(crypt)의 비대, 융모/움 비율의 감소, 융모의 불규칙한 분지와 측면 융합, 고유판의 림프구 증가 등의 소견을 보인다[9].
창자정체증후군에서의 단백질 흡수 저하에 대한 기전으로는 솔가장자리(brush-border)의 펩티드분해효소의 감소, 장내세균에 의한 이화작용, 소장에서의 아미노산 섭취의 감소 등의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어 왔다[10,11]. King 등은 동물실험에서 장내세균의 과다증식에 의한 장세포의 손상이 솔 가장자리 소화 효소의 변화와 투과성 변화를 초래해 단백소실창자병증(protein-losing enteropathy)을 일으켜[11,12], 단백질 흡수 저하가 초래되는데 이는 항생제 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11]. 장내 세균의 과다증식이 장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기전은 세균이 생성하는 독소, 알코올, 지방산, 비포합 담즙산염 등으로 생각된다[10].
간은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간경변이 있을 때 간실질에서의 아미노산 합성능력의 저하로 저단백혈증, 저알부민혈증이 초래되고, 담즙산의 생산량 감소에 따른 지질 흡수의 저하로 저콜레스테롤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13]. 또한 간경변에 의한 간문맥압 항진은 융모의 곤봉형화(clubbing)와 둔화(blunting)를 일으키고 융모 내 세정맥과 모세혈관의 확장을 일으켜 혈관울혈을 초래하는 울혈성 공장병(congestive jejunopathy)의 원인이 된다. 간문맥압 항진증 환자의 84%에서 보인다고 알려져 있는 울혈성 공장병은 간경변 환자에서 영양소 흡수 장애의 원인이 된다[14,15].
이번 증례에서는 간경변과 함께 저단백혈증, 저알부민혈증, 저콜레스테롤혈증이 있었으나, 분변의 α1-antitrypsin이 70.98 mg/dL로 증가되어 있었고, 수술 후 저단백혈증과 저콜레스테롤혈증이 개선된 점으로 미루어 수술 전 저단백혈증과 저콜레스테롤혈증은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단백소실창자병증과 장내세균 과다 증식에 의한 지질흡수 장애에 기인한 결과로 생각된다. 또한 이번 증례의 환자는 철 결핍성 빈혈을 보였는데 창자정체증후군에서는 증식된 장내세균이 우선적으로 비타민 B12를 이용해서 환자에서 비타민 B12의 흡수장애에 의한 거대적혈모구 빈혈(megaloblastic anemia) 등이 나타날 수 있다[8]. 위 환자에서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난 원인으로는 철이 주로 흡수되는 근위 공장에 병변이 있어 장내세균의 증식하여 철의 흡수장애를 초래하였던 것으로 생각되며, 이 환자의 경우 4개월 동안의 철분제 복용을 하여도 혈색소의 호전을 보이지 않았으나 수술 후 혈색소는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다.
창자정체증후군에 의한 흡수장애증후군의 치료의 목적은 장내세균의 과다증식을 유발하는 장의 기능적, 구조적 이상을 교정하는 데 있다[2]. 막힌 고리의 수술적 제거, 과다 증식된 장내 세균에 대한 항생제 치료 그리고 부족한 영양소 공급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항생제 치료는 장내 세균의 박멸이 아니라 증상의 호전을 목표로 하며 장내 호기성, 혐기성균에 모두 효과적인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한다[12]. 항생제의 선택은 과거에는 tetracycline을 사용했으나 70%까지 치료실패가 보고되어 최근에는 metronidazole, ampicilline으로 대체되어 만족스러운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고[16], Bouhnik 등은 amoxicillin-clavulanic acid와 cefoxitin이 약 90%의 효과를 보여 일차 치료제로 적합하다고 하였다[17]. 대부분 7-10일의 단기 치료로 46-90%에서 수개월간 증상의 재발 없이 지낼 수 있으나, 항생제 치료에 호전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서는 매달 첫 5-10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방법과 지속적으로 항생제는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내성균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바꾸어가며 투약하는 방법이 추천된다[12]. 이번 증례에서는 수술 전 환자의 영양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비경구적 영양법과 수혈, 비타민 K 보충을 시행하였고, ciprofloxacin 1,000 mg/일, metronidazole 1,500 mg/일의 항균제를 20일간 투여하였다. 그러나 증상의 호전이 없어 막힌 고리를 포함한 소장절제술을 시행 받았으며 수술 후 환자의 빈혈, 저콜레스테롤혈증, 저단백혈증은 점차 호전되는 경과를 보여 7개월째 환자의 혈액 검사소견은 혈색소 13.2 g/dL, 총 cholesterol 114 mg/dL, protein 8.2 g/dL, albumin 3.7 g/dL, PT INR 1.21 (7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