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칼슘 통로 차단제는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제로, 크게 non-dihydropyridines (phenylalkylamines, benzothiazepins)계와 dihydropyridines계로 구분된다. Non-dihydropyridines계는 주로 심장전도에 영향을 주고 말초 혈관에는 효과가 적은 반면, dihydropyridines계는 상용 용량에서는 주로 혈관 확장효과를 나타내고 심장 전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2002년 미국 중독 센터 보고에 의하면,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은 약 9,500건이었으며 이는 전체 심혈관 약제 중독의 16%를 차지하고, 사망 증례의 38%를 차지한다고 보고하였다[
2]. 이는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이 매우 치명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고, 이들 사망 증례 중 대부분은 심장 전도에 영향을 미치는 non-dihydyridines계 중독이며 소수의 증례에서만 dihydropyridines계 중독이다[
2].
Dihydropyridines계 중 암로디핀(amlodipine)은 매우 흔히 사용되는 칼슘 통로 차단제로 하루에 1회 복용함에도 매우 낮은 대사성 청소율을 가지고 있어[
1], 혈청 반감기가 약 35-65시간 정도로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즉, 치료용량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과 용량 복용 시에는 긴 반감기로 인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암로디핀 중독에 대한 보고는 산발적이며 드물다. 국내에서는 본 연구진들이 2005년 2명의 환자를 보고하였고, 이후 1건 정도가 보고될 정도로 드문 실정이다[
4].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의 경우 혈압 저하, 부정맥 뿐만 아니라 고혈당이 유발되어 중독 초기에 매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나 많은 임상의들은 칼슘통로 차단제 중독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다[
5].
이에 저자들은 암로디핀을 과다복용 한 후 내원한 환자들의 임상양상, 합병증 및 예후에 대해 조사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그 결과를 보고하는 바이다.
대상 및 방법
2002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 약물중독으로 내원한 환자 중 암로디핀을 과량 복용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인 방법으로 의무기록을 조사하였다. 중독 환자는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였고, 암로디핀 중독 여부는 환자 및 보호자의 진술 및 남은 약을 통해 직접 확인 하거나 처방전을 통해 확인하였다.
응급실 내원 당시 생징후, 의식상태, 혈당을 포함한 생화학 검사와 심전도검사를 하였고 모든 환자들은 생징후를 모니터링 하였다. 치료는 단계적 치료법에 의해 치료하였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약물을 조절하였다.
약물 복용량은 환자나 보호자 진술에 의거한 용량에 따라서 체표면적당 약물 복용량[Billy's BSA (basal surface area) 사용, BSA = kg 0.425 × cm 0.725 × 0.007184]을 계산하였다. 심전도의 이상은 서맥, 방실 전도장애, QT, QRS 간격의 증가 중 1개 이상의 변화가 있을 경우 이상 소견으로 정의하였다.
본 연구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통계는 SPSS Windows (version 12.0, Chicago, Illinois, USA)를 이용하였으며, 비모수 검증을 시행하였다.
결 과
총 9명의 환자가 포함되었으며, 모두 자살 목적으로 과량 복용하였다. 9명 중 남성은 2명, 여성은 7명, 평균나이는 61.8세였고, 이 중 고혈압을 진단받고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환자는 9명 중 9명 모두였고, 당뇨는 9명 중 4명의 환자에서 진단받아 내원 전부터 약물 복용 중이었다(
Table 1). 9명 환자의 체표면적당 암로디핀 약물 복용량은 198.78 ± 128.73 mg이었다. 모든 환자는 암로디핀 외 다른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과량 복용했고, 3명은 thiazide계 이뇨제(hydrochlorothiazide: 환자 2-750 mg, 환자 3-625 mg, 환자 4-225 mg), 3명은 설폰 요소제(glimepride: 환자 1-26 mg, 환자 6-15 mg, 환자 8-5 mg), 나머지 환자는 베타 차단제(carvedilol: 환자 5-375 mg), 세로토닌 길항제(fluoxetine: 환자 7-260 mg), 벤조다이아제핀(alprazolam: 환자 9-1.5 mg)을 각각 같이 과량 복용하였다(
Table 2). 응급실 내원 당시 측정한 생징후에서 수축기 혈압이 90 mmHg 이하인 환자는 4명(환자 1, 2, 3, 5)이었고, 4명의 환자에서 빈맥(환자 1, 4, 7, 8), 2명의 환자에서 과호흡(환자 5, 7) 양상을 보였으며, 내원 시 200 mg/dL 이상의 고혈당을 보인 환자는 3명(환자 1, 2, 5)이었다(
Table 1).
또한, 초기 혈액검사에서 Albumin 4.16 ± 0.61 mg/dL, AST/ ALT 38 ± 39.12/38 ± 30.78 IU/L, calcium 9.84 ± 1.62 mg/dL, BUN 14.16 ± 6.35 mg/dL, creatinine 0.93 ± 0.44 mg/dL, MDRD (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를 이용한 사구체 여과율은 79.94 ± 31.32 mL/min/1.73 m
2이었다. Myoglobin 44.41 ± 39.37 ng/mL, CPK 86.71 ± 26.13 IU/L이었다(
Table 2).
사구체 여과율이 60 mL/min/1.73 m2 미만인 환자는 2명(환자 1, 3)이었다. 환자 1에서는 과거검사 자료가 없어서 약물 과량에 의한 신손상의 연관성을 밝힐 수는 없었으며, 환자 3에서는 응급실 내원 당시 BUN/Cr 28.3/1.4 mg/dL, MDRD 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 45.2 mL/min/1.73 m2, fractional excretion of sodium 1.6%였고, 3년 후에 추적검사한 생화학 검사결과 BUN/Cr 17.9/1.2 mg/dL, MDRD GFR 63 mL/min/1.73 m2이었다.
응급실에 내원하자 마자 활성탄을 투여 받은 환자는 총 4명으로써, 약물 복용 후 4시간 이내에 활성탄이 투여되었고, 4예는 과량복용 후 4시간 이내에 내원했으나 환자가 너무 흥분된 상태여서 활성탄 투여가 불가능했고, 나머지 1예는 과량 복용시간과 내원 시간차가 4시간이 넘어서 투여하지 않았다.
내원 시 혈당이 200 mg/dL 이상인 환자는 총 3명이었고, 모두 초기에 인슐린 점적 투여를 시도했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암로디핀과 glimepride를 같이 과량 복용한 환자는 총 3명으로(환자 1, 6, 8) 모두 저혈당 소견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사망했던 1명(환자 1)에서 고혈당이 나타났다(
Table 2).
9명 중 2명의 환자에서 사망하였고, 1명(환자 2)은 4.8 IU/kg/hr 이상으로 인슐린 점적 투여를 시도했으나 고혈당이 조절되지 않았고, 고혈당이 지속되면서 동맥혈 가스 분성상 pH 7.08, HCo
3- 4.7 mEq/L, PaO
2 110 mmHg, O
2 saturation 96%, anion gap 32 및 혈청 케톤 양성소견 보이는 등의 대사성 케톤산증 소견을 보였고, 이후 저혈압이 지속되어 다장기 부전으로 사망했으며, 다른 1명(환자 1)은 인슐린 점적 투여 후 혈당이 조절되면서 대사성 산증은 회복되었고 심장기능도 회복되었으나, 회복과정 중 흡인성 폐렴이 병발되어서 폐혈증 및 폐렴으로 사망했다[
6]. 응급실 내원 초기(환자 1, 2, 3) 및 치료 과정 중(환자 5)에서 총 4명의 환자가 대사성 산증 소견을 보였고, 이 중 2명의 환자(환자 1, 2)가 사망하였다. 단위 체표면적에 따른 암로디핀 약물 복용량을 구해 봤을 때 2명의 사망 환자에서 체표면적당 암로디핀 약물 농도가 각각 343 mg/m
2, 225.6 mg/m
2으로 200 mg/m
2보다 높게 측정되었으며, 200 mg/m
2 이하의 약물 복용량을 보인 환자는 모두 생존했다(Mann-Whitney test
p< 0.01,
Fig. 1).
치료 과정 중에서 서맥, 방실 전도장애, QT, QRS 간격의 증가 중 1개 이상의 심전도 변화를 보인 환자군에서 체표면적당 암로디핀 약물 복용량이 197.1 ± 92.3 mg/m
2로 정상 심전도를 보인 환자군의 58.5 ± 27.1 mg/m
2보다 높았다(
Fig. 2).
고 찰
암로디핀은 세포의 칼슘 통로를 차단하여 세포내 칼슘 농도를 떨어뜨려 수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7]. 주로 혈관 평활근의 수축력을 감소시켜 혈관 확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며, 부가적으로 심장수축력 감소를 유발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치료 용량일 때는 이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8-
11].
현재 칼슘 통로 억제제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됨에 따라서 과량 복용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칼슘 통로 억제제의 과량복용으로 인해서 임상적으로 저혈압, 다양한 형태의 방실 전도장애 및 서맥을 동반한 심혈관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2]. 또한, 다른 독성 효과로 고혈당도 관찰되는데[
12,
13], 고혈당은 고용량의 칼슘 통로 억제제가 췌장 소도세포(pancreatic islet cell)내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서 인슐린의 분비가 유의하게 감소되어서 발생된다[
12]. 이로써 순환 인슐린 양이 감소하게 되어 심근에서는 포도당 흡수와 이용이 떨어지고 심근내의 당질대사(cardiac carbohydrate metabolism) 역시 감소하여, 심근세포내의 지방산 산화가 촉진된다[
12]. 즉, 칼슘의 세포 내 유입 감소와 부적절한 에너지 생산으로 인해 심근 수축력이 감소하게 되고, 동시에 말초혈관은 확장하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순환 혈류량의 감소로 치명적인 쇼크 상태가 발생된다. 더 진행되면 전신에 걸쳐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게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12]. 즉, 고혈당은 약물 중독초기에 심각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추정되는 복용량에 비례하여 초기 혈중 혈당은 높게 측정되었으며 사망 환자 모두 초기 혈당이 높게 측정되었다. 본 보고의 특이할 만한 점은 환자 1, 6, 8에서 glimepride를 같이 복용하였다는 점이다. Glimepride는 경구혈당 강하제인 설폰 요소제로 과다 복용 시 인슐린의 과다 분비로 저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본 증례에서는 저혈당의 발생은 없었다. 이는 암로디핀 과용량에 의한 췌장 소도세포 내로의 칼슘 유입이 감소로 인해 glimepride의 작용이 억제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망했던 1명(환자 1)에서는 암로디핀에 의한 고혈당이 발생하였고, 이후 심실 빈맥 등의 전도 장애 없이 혈압이 저하되어 사망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보였다. 암로디핀 과량복용은 다른 non-dihydropyridine와 다르게 심장 전도 장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인슐린 분비 억제로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암로디핀을 포함한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 치료 시 기본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반드시 혈당을 측정해야 하며, 고혈당 발생시 나쁜 예후를 시사함으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알려져 있는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의 치료법으로는 혈압 저하 시 생리 식염수와 서맥시 아트로핀 치료가 필요하고[
8], 혈액 내로 10% calcium gluconate를 30-50 mL 주입하고 이후 시간당 0.5 mEq/L를 투여하면서 혈중 칼슘과 심전도를 측정하여야 한다[
14]. 서맥이 지속될 경우 글루카곤 1-5 mg을 투여하고, 상황에 따라 반복 투여하여 15 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15].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 여부 및 간격을 조절하고 지속 시 혈압저하 소견을 보일 때 norephinephrine을 투여한다[
15]. 초기 고혈당을 보이는 경우 고용량의 인슐린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Tony 등에 의하면 인슐린 사용 용량은 평균 0.5 IU/kg/h (범위 0.1-10 IU/kg/h), 사용시간은 평균 27시간(범위 9-49시간)이었고, 정상혈당을 유지하기 위한 포도당의 평균 사용용량과 사용시간은 각각 28.4 g/h (범위 10-75 g/h), 48시간(범위 9-72시간)이었다[
12].
칼슘 통로 차단제 중독 시 포도당과 고용량의 인슐린 병합 투여로 저혈압, 고혈당, 대사성 산증 등의 교정에 도움을 주어 생존률을 증가 시켰다는 보고가 있으며[
16,
17], 이는 인슐린이 심근의 탄수화물 대사를 항진시키고 직접적인 수축력 작용효과(inotropic effect)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18]. 본 연구진의 결과에서는 설폰 요소제인 경구혈당 강하제를 같이 과복용 했더라도 이에 의한 저혈당 부작용보다 칼슘 통로 억제제에 의한 독성 작용이 더 강해 고혈당이 발생했음을 확인하였고, 결과적으로 이는 사망과 같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초기 치료에 있어서 고용량 인슐린과 포도당 병합 투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된다.
단,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첫째로, 연구 대상수가 적으며 후향적 연구라는 점이다. 이는 국내에서 칼슘 통로 차단제의 중독에 대한 보고가 매우 적음을 감안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되고, 다른 나라와 달리 현재 국내에는 중독센터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치도 낼 수 없어서 본 보고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로, 암로디핀 단독 과량 복용이 아닌 다른 약제와 혼합 과량 복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대부분의 치료 약제는 단독으로 과량 복용하는 경우보다 여러 약제를 함께 과량 복용하고 오는 것이 특징이므로 암로디핀 단독 중독만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암로디핀은 furosemide 등과 같은 이뇨제와 약물상호작용이 일어나서 저혈압이 더 조장될 수 있지만, 본 증례에서는 thiazide계의 이뇨제를 같이 과량 복용했어도 저혈압이 더 발생하지는 않았고 현재까지 설폰 요소제와 같이 과량 복용 했을때에 대한 증례보고는 없어서 본 보고가 더 많은 정보를 준다고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진들은 칼슘 통로 억제제들 중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dihydropyridine계의 암로디핀도 과용량 복용시 고혈당에 의한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 초기에 고혈당 여부의 확인 및 이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