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위 마비
Diabetic Gastropar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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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iabetic gastroparesis is a complication that often occurs in long-standing diabetic patients and it is characterized by delayed gastric emptying and upper gastrointestinal symptoms. The pathophysiology of gastroparesis is complex and poorly understood but substantial advances in knowledge about it have been gained from experimental studies of gastric tissue in animal models and humans with diabetes. Several abnormalities in diabetes might result in gastroparesis, including autonomic neuropathy, enteric neuropathy, abnormalities of interstitial cells of Cajal and smooth muscle cells, acute hyperglycemia and psychological dysfunction. Scintigraphic measurement of solid emptying is regarded as gold standard diagnostic technique for comparison of newer diagnostic modalities such as ultrasound, breath test and MRI. The available therapeutic options include dietary modification, optimization of glycemia, 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endoscopic treatment, and gastric electrical stimulation. The efficacy of current treatment remains suboptimal and the search for more specific and effective treatments will likely be needed. (Korean J Med 2011;81:174-184)
서 론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위에서 배출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다양한 과정들이 필요하다.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저장소 역할을 하는 상부 위가 팽창하여 음식물을 받아들여 주는 위 적응 반응(gastric accommodation response)이 일어나며, 위 전정부의 수축은 고형 음식물을 2 mm 미만의 크기로 잘게 부수고 유문부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유문부의 자발 이완 및 전정부-유문부-십이지장 연동운동의 적절한 조율이 정상적인 위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위장 평활근, 장신경(enteric nerves), 카할 간질세포(interstitial cell of Cajal, ICC), 자율 신경 및 중추신경 등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한다. 이들 중 특정 부위의 장애가 있거나 서로간에 적절한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배출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위 마비(gastroparesis)는 기계적 폐색(mechanical obstruction)과 관련 없이 발생하는 위 배출의 지연 즉 위장의 기능장애에 의해 고형식과 유동식의 위 배출이 현저히 지연되어 있는 경우로 정의된다[1]. 신경근육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위 배출 지연의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당뇨병과 관련된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수술, 약제, 파킨슨병, 교원병(collagen vascular disease) 등 다양한 원인들이 위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성 위 마비는 1958년 1형 당뇨 환자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으며[2], 주로 당뇨 이환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거나 망막병증(retinopathy), 신경병증(neuropathy), 신증(nephropathy) 등의 미세혈관 합병증이 동반된 당뇨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위장관 합병증이다[3]. 다양한 위장관 증상들로 인해 삶의 질이 낮고 잦은 입원과 높은 이환율 등을 나타내며[4]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진단 및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본 종설에서는 당뇨병성 위 마비와 관련된 역학, 병태생리, 진단, 치료 등에 대한 최신 지견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역학 및 자연 경과
위 배출 지연과 임상증상이 불완전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인구기반연구가 많지 않아 위 마비의 유병률이나 발생률의 정확한 평가가 어렵지만[5], 일반 인구에서는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추정되며,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6]. 여러 인구기반연구들에서 당뇨병 환자의 5-12%에서 오심, 구토, 조기 포만감 등 위 마비를 의심할 수 있는 상부위장관 증상들을 호소하며[7,8], 정상인에 비해 2형 당뇨 환자군에서 상부위장관의 운동이상과 관련된 증상들이 유의하게 높다[8].
위 배출의 지연을 진단기준으로 시행된 단면조사연구들에서 1형 당뇨 환자군은 이환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25-55% 정도에서 위 마비가 동반되어 있으며[9,10], 2형 당뇨 환자군은 30%에서 위 마비 소견을 보여 1형 당뇨 환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유병률을 보인다[11]. 그러나 최근 2형 당뇨 환자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전체 위 마비 환자수는 1형 당뇨군보다 많은 경향을 보인다[12]. 위 배출의 지연과 오심, 구토 등의 전형적인 상부위장관 증상을 모두 가진 경우로 진단기준을 제한한 인구기반조사에서는 1형 당뇨군이 4.8%, 2형 당뇨군은 1%, 비당뇨군은 0.1%의 누적 발생률을 보였다[13].
당뇨병성 위 마비가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혈당 조절이 개선되는 경우에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당뇨 환자군을 대상으로 12년간의 장기 추적하였을 때 당화혈색소나 평균 혈당은 호전되었으나 위배출의 정도나 증상 점수는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14].
병태 생리
당뇨 환자에서 위장 운동기능의 이상은 자율신경 혹은 장신경의 이상, ICC의 소실, 투여 약물, 정신신체요인(psychosomatic factors), 혈당 조절의 이상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율신경의 이상
자율신경 장애 특히 미주신경의 기능이상(vagal dysfunction)은 위 배출의 지연 특히 고형식의 위 저류를 유발한다. 위 저부의 적응 장애를 유발하여 음식물이 위전정부로 빨리 이동함으로써 증상을 발생할 수 있으며[15], 유문부의 이완을 감소시켜 음식물의 유문부 통과를 방해하게 된다[16].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에서 헛급식(sham feeding)에 대한 췌장 폴리펩티드 반응(pancreatic polypeptide response)의 감소, 위 분비 감소 등의 미주신경 기능이상과 관련된 소견들이 관찰되며[17,18],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의 절제 조직에서 미주신경의 탈수초(demyelination) 소견이 관찰된다[19].
장신경(enteric nerves)의 이상
위벽 내에는 산화질소(nitric oxide, NO)를 분비하는 억제성 신경세포(nitrergic neuron)가 존재하여 여기에서 분비된 NO가 평활근의 이완을 유발하는 최종 매개체로 작용하여 위저부의 적응 반응, 유문부의 이완 등 위장관의 여러 부위에서 중요한 생리적 역할을 하고 있다[20]. 동물실험 및 인체 위 조직을 이용한 연구들에서 산화질소 합성효소(neuronal nitric oxide synthase, nNOS)의 발현 감소는 당뇨병성 위 마비에서 위장 내 발생하는 세포변화 중 가장 흔히 관찰되는 소견이며[12], NO 기능의 장애가 위 배출 지연의 중요한 병태생리로 생각된다.
당뇨쥐(diabetic BB/W rat, 1형 당뇨의 동물모델)를 이용한 연구에서 위벽의 근육층 신경얼기(myenteric plexus) 내에 nNOS 활성도가 의미 있게 감소되어 있으며[21], 비비만성 당뇨 쥐, 비만성 당뇨 쥐(2형 당뇨의 동물모델), 스트렙토조토신 주사 유발 당뇨 쥐 등 여러 당뇨 동물모델에서도 nNOS의 발현과 근육층 신경얼기 내 활성도가 의미 있게 감소되어 있다[22-24].
nNOS를 발현하는 장신경세포(enteric neuron)의 소실은 일부 동물실험과 인체 조직연구에서만 관찰되고, 대부분의 실험연구에서 장 신경세포의 소실은 관찰되지 않아 신경세포의 소실이 nNOS의 발현 감소의 주된 원인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25,26]. 따라서 당뇨병이 위장 내 nNOS의 발현을 변화시키는 기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카할 간질세포(ICC)의 이상
ICC는 위장관 내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전기적 서파(slow wave)를 발생시켜 위 근육의 위상성 수축(phasic contraction)을 일으킨다. ICC의 감소는 당뇨병성 위 마비에서 가장 흔히 동반되는 신경병리 이상(neuropathologic abnormality) 소견으로 ICC의 소실이 있으면 서파의 소실이 나타나고 위장 운동의 이상을 유발된다.
위장 내 ICC의 소실은 여러 당뇨 동물모델과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의 위 조직을 이용한 연구에서 확인되었다[27-29]. NOD 당뇨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ICC의 용적이 특히 위 전정부에서 현저히 감소되어 있고 전기 생리학 검사에서 서파(slow wave)가 소실되고 위 배출의 지연이 있었다[27]. 불응성 위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위 전정부에서 전층 조직생검을 시행하였을 때 ICC가 거의 보이지 않거나 현저히 감소된 소견을 보이고[30], 위암으로 위 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위 전정부에서 2형 당뇨군과 대조군을 비교하였을 때 윤상근 내의 ICC 밀도가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감소되어 있어[29], ICC의 이상이 당뇨병성 위 마비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국 NIH의 위 마비 임상연구 컨소시엄에서 시행한 다기관 연구에서도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군의 50% 정도에서 ICC의 현저한 감소가 있었으며, 남아 있는 ICC의 경우에도 손상을 의심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형태와 분포를 나타내었다[31].
당뇨병이 ICC의 감소를 일으키는 기전은 불분명하지만 인슐린, 인슐린 유사성장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 1, IGF-1) 혹은 nNOS의 결핍,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등과 관련이 있다[28,32,33]. 인슐린과 IGF-1은 ICC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기세포인자(stem cell factor)의 생성을 촉진하며[28], hemin을 투여하여 산화 스트레스에 방어기전으로 작용하는 heme oxygenase-1을 활성화시키면 ICC와 nNOS가 증가되고 위 배출이 호전된다[12].
혈당과 위 배출의 관련성
혈당의 급성 변화는 위 배출 기능에 영향을 주며[34], 혈당의 급격한 상승은 위저부 긴장도(tone)를 감소시키고 위체부 및 전정부의 수축력 감소, 유문의 수축력 증가, 소장의 수축력 변화 등을 통해 위 배출의 지연을 유발한다[35]. 또한 고혈당은 위장의 전기적 활성도(myoelectrical activity)를 변화시키고 특히 위빈맥(tachygastria)을 유발하며[36], 운동촉진제에 대한 위장의 반응을 감소시킨다[37]. 반면에 인슐린을 투여하여 일시적으로 저혈당을 유발시키면 위 배출이 증가하는 소견이 나타난다[38]. 장기간 고혈당이 지속될 때 위 배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며, 자율신경병증이 동반된 경우에 위 배출 지연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39].
위 배출의 변화는 식후 혈당반응(postprandial glycemic response)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40], 위 배출의 지연이 있는 당뇨 환자에서 인슐린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식후에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다[41]. 따라서 고혈당을 조절하는 약물을 피하나 경구로 투여할 때 위 배출의 변화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임상적 특징
위 마비는 구역, 구토, 조기 포만감, 식후 포만감(fullness), 팽만감, 상복부 통증 등의 다양한 상부위장관 증상과 위석(bezoar), 체중 감소, 영양 결핍을 유발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위산 역류가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구로 복용한 약제의 소장 내 흡수에도 영향을 주어 약제의 혈중농도의 변화를 유발한다[42].
복통은 위 마비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식후나 야간에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흔하며[43], 다른 증상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위 마비의 임상적 특징에 대한 다기관연구에서 위 마비 환자의 72%에서 복통이 있었으며 18%에서는 주증상으로 복통을 호소하였다[44].
위 배출의 지연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증상들로는 식후 포만감, 상복부 통증, 배고픈 느낌의 감소 등이 있으며[45], 혈당의 조절이 불량하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 위장관 증상들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46,47]. 위 배출의 지연이 있는 경우에도 무증상인 경우가 있으며[2], 미주신경의 기능 장애에 의한 감각기능의 이상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48].
위 마비의 진단
임상적으로 구역, 구토, 조기 포만감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먼저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검사, 바륨 위장조영술 등을 시행하여 기계적 폐색이나 다른 원인질환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검사들에서 뚜렷한 병변이 관찰되지 않고 바륨조영술에서 위 배출이 현저하게 느려지거나 충분한 금식시간 후에도 내시경검사에서 위 내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위 마비를 의심할 수 있으며, 위 배출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할 수 있다. 위 배출 검사를 적절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위 배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제를 48-72시간 정도 중지해야 한다.
위 배출 신티그래피(Gastric emptying scintigraphy)
유동식의 위 배출은 정상인 경우가 많아 고형식의 위 배출지연을 확인하는 검사법이 위 마비의 표준검사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침습적이고 재현성이 비교적 높다. 주로 99mTc-sulfur colloid를 고형식에 부착하여 위 배출의 양,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병원마다 장비, 검사방법, 분석방법, 식이의 차이가 있어 검사방법의 표준화가 부족한 단점이 있다.
검사식 투여 4시간 후 스캔영상에서 음식의 잔류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이 2시간 후 스캔과 비교하여 위 마비의 진단 민감도와 정확도가 유의하게 높으며[49,50], 합의된 가이드라인에서 위 마비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증상과의 상관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방사선 동위원소 호흡검사(Radioisotope breath test)
13C를 이용한 호기검사는 위 배출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법이다. 13C-labeled octanoate를 고형식에 부착하여 투여한 후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 13CO2를 측정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소아나 임산부에서 검사가 가능하고 감마카메라와 같은 고가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위 배출 신티그래피와 높은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이고 검사의 재현도가 높으며[51], 위 배출 지연의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가 85%, 8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52]. 그러나 간경변증, 만성췌장염, 폐기종, 소장질환 등이 있으면 검사의 결과가 심각한 영향을 받는 제한점이 있으며, 검사방법과 분석방법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복부초음파 검사(Abdominal ultrasonography)
비침습적이고 간단하게 위장의 구조적 이상과 운동 기능의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위 배출에 대한 평가 외에도 위 적응(accommodation), 위장 내 음식물의 이동 등을 평가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식이 투여 후 시간에 따라 동일한 위치의 위 전정부 횡단면을 반복 측정한 후 단면적의 변화를 계산하여 위 배출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53]. 또한 위장의 팽창, 전정부의 수축력 측정, 유문부의 흐름(transpyloric flow) 등을 평가할 수 있다[54]. 동위원소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임산부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자에 따라 결과의 정확도가 차이가 많아 경험이 많은 검사자가 필요하다. 또한 비만이나 복부 가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를 정확하게 시행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복부자기공명영상(Abdominal MRI)
자기공명영상은 방사선 노출의 위험이 없이 위장의 운동 기능과 위 배출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비침습적이고 재현성이 높은 검사법이다[55]. 고형식, 유동식, 공기, 분비액 등 위장 내용물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고비용과 제한적인 시설로 인해 연구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35].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검사시간이 좀 더 빠르고 성능이 개선된 기기의 개발이 필요하다.
위소장내압검사(Antropyloroduodenal manometry)
식전, 식후의 위 전정부 수축에 의한 압력의 변화를 측정하고 전정부-유문부-십이지장의 조율을 관찰할 수 있으며, 신경병증(neuropathy)과 근육병증(myopathy)을 감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 마비의 경우 전정부 수축의 감소, 유문부 위상성 수축의 증가, 소장의 비정상적인 수축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56], 불응성 위 마비의 원인 기전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법이다. 침습적이고 검사에 따른 불편감이 심하여 일부 검사실에서 연구용 검사로 제한되어 사용 중이다.
위 마비의 치료
치료의 목표 및 전략
증상이 있는 위 마비의 일반적인 치료목표는 증상을 개선시키고 충분한 영양 및 수분, 전해질 공급을 통해 탈수 및 영양 결핍을 교정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시키며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사의 조절, 위장관 운동촉진제 및 항구토제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하며,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증상이 경한 경우 식이조절을 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는 약제를 피하며, 필요에 따라 항구토제나 위장관 운동촉진제를 투여한다.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다른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증 치료를 병행한다. 최근 수개월간 5% 이상의 체중 감소가 있거나 경구 영양섭취가 안되고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위 마비의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35]. 인슐린 투여, 정맥으로 수액 및 약제를 투여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장관 영양법, 비경구 영양법, 내시경적 치료 또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식생활의 조절 및 영양 지원
소량의 식사를 자주 먹고 천천히 충분히 음식을 씹어야 하며 필요시 비타민을 같이 투여하고, 식후 1-2시간 동안 눕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위장운동을 방해할 수 있는 약제의 복용을 피해야 한다. 불용성 섬유소의 경우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위석을 유발하기 때문에 섭취를 제한하여야 하며[60], 유동식의 배출은 정상적인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유동식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지방 성분은 건강인에서도 위 배출을 지연시킬 수 있어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61]. 이러한 식이의 조절이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의 자연병력이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체중감소가 심하거나 식사량이 매우 적을 경우 비위영양관(nasogastric tube)을 이용한 영양 공급이 체중을 개선시키고 영양상태를 호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62]. 비위영양관을 이용한 치료를 4-6주간 시행한 후 재평가를 시행하여 증상이나 영양상태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장부위까지 영양관을 삽입하는 방법이 영양 공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치료법들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비경구적 영양법(parenteral nutrition)이 필요하다.
위장관 운동촉진제(prokinetics)
중등도 이상의 위마비증의 주된 치료제이며, metoclopramide, erythromycin, domperidone 등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메타분석에서 erythromycin이 위 배출 촉진효과가 가장 강하며, metoclopramide에 비해 erythromycin, domperidone이 증상개선효과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63]. 당뇨 환자 중 일부에서는 위 배출이 증가되어 있어 위장관 운동촉진제를 투여하기 전에 위 배출의 정도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64].
Metoclopramide
중추신경계와 위의 도파민(D2) 수용체의 길항작용, 세로토닌(5-HT4)수용체 촉진제 및 세로토닌(5-HT3)수용체 길항작용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위장관 운동 촉진효과를 나타내며 중추신경계성 항구토작용 및 유문부와 십이지장 구부를 이완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위장관 운동촉진작용은 주로 상부위장관에 국한되어 일어나며, 오심, 포만감 등의 증상 호전 및 위 배출 촉진 효과 등이 위약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결과를 보였다[65]. 반복적인 투여 후에도 항구토 효과는 지속되지만 위장관 운동촉진작용은 내성이 발생하여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66].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지연운동이상증(tardive dyskinesia) 등의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고프로락틴혈증에 의한 유즙분비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67].
Domperidone
Domperidone은 말초성 도파민(D2) 수용체 길항작용을 통해 metoclopramide와 유사한 위장관 운동 촉진작용이 있으며, 위장관 증상의 호전 및 위 배출 촉진효과를 나타낸다[68].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추체외로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으며, 특히 파킨슨병 환자에서 위 마비가 동반된 경우에 중추신경계의 도파민성 작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위 배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혈뇌장벽 바깥쪽의 화학수용체 유발영역(chemoreceptor trigger zone)에 작용하여 항구토효과를 같이 나타낸다.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지속되나 위장관운동 촉진 작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되는 양상을 보여 항구토작용이 증상 개선의 주된 기전으로 추정된다.
Itopride
말초성 도파민(D2) 수용체 길항작용 및 아세틸콜린에스테르 분해효소 억제작용을 나타내며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에서 위약에 비해 유동식의 위 배출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69].
Erythromycin
위십이지장내 신경과 평활근의 콜린성 신경세포에 위치한 모틸린 수용체에 작용하여 상부위장관의 이동성위장관복합운동(migrating motor complex, MMC)을 유발하고 전정부의 수축 및 유문부 이완을 유발한다. 정맥으로 투여할 경우 기존의 위장관 운동촉진제 중 가장 강력한 위 배출 촉진효과를 나타낸다[70].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에서도 위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나, 고혈당에서는 위 전정부 수축력 및 위 배출 촉진효과가 감소한다. 경구로 erythromycin을 투여한 후 증상의 변화를 관찰한 연구들에서는 43%의 위 마비 환자에서 위장관 증상 개선을 보였다[71].
Erythromycin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모틸린 수용체의 하향조절(down-regulation)에 의한 빠른 내성(tachyphylaxis)을 보여 4주 후에는 치료효과가 현저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간 치료효과가 지속된다[72].
Azithromycin
위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azithromycin과 erythromycin을 정맥으로 투여한 후 위소장내압검사를 시행한 결과 azithromycin 투여군에서 위 전정부 수축의 정도나 운동지수(motility index)가 유의하게 높고 의미 있는 약물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어 증상 평가 등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73].
항구토제(antiemetics)
항구토제는 도파민수용체길항제, 무스카린수용체길항제, 히스타민(H1)수용체 길항제, 세로토닌(5-HT3)수용체 길항제, 뉴로키닌(NK1)수용체 길항제, 카나비노이드,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있으며, 위 마비 환자에서 구역 및 구토를 개선시키기 위해 위장관 운동촉진작용이 없는 항구토제를 단독 투여하거나 위장관 운동촉진제와 병용 투여하는 방법이 흔히 이용되고 있다. 특히 뉴로키닌(NK1)수용체 길항제인 aprepitant, 항우울제인 mirtazapine 등이 위장관 운동촉진제에 반응 이 없거나 불응성 위 마비에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80,81], 대부분의 항구토제가 아직 당뇨병성 위 마비 환자에 대한 위약 대조군연구가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저용량의 삼환계 항우울제는 일부의 위 마비 환자에서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82].
세로토닌(5-HT3)수용체 길항제의 경우 항암화학요법 혹은 수술 후 구토증상의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위마비증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Ondansetron은 위 배출에 대한 영향이 없으며[83], tropisetron은 위운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4].
내시경적 치료
유문부 경련(pylorospasm)이 위 배출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내시경을 이용하여 보툴리눔 독소를 유문부에 주입하는 시술이 일시적으로 유문부 경련을 호전시킬 수 있는 치료법으로 생각되고 있다. 실제 보툴리눔 독소를 유문부에 주입하면 유문부의 압력 및 위상차 수축력이 감소하고[85], 증상 및 위 배출능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86].
그러나 최근 63명의 불응성 위마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43%만이 증상이 호전되고 평균 5개월간 증상호전이 지속되었으며[87], 무작위 이중 맹검 연구들에서는 위약에 비해 증상이나 위 배출의 유의한 호전이 관찰되지 않았다[88,89]. 이러한 결과를 볼 때 보툴리눔 독소치료의 적절한 대상군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 전기자극치료(Gastric electrical stimulation)
증상이 심하고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위 마비 환자의 경우 전기자극치료의 대상이 된다. 외과수술을 통해 위 장막에 심장 조율용(cardiac pacing) 전극을 심어 자극하는 침습적인 치료법으로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전기자극 방법에 따라 short pulse (높은 주파수/낮은 에너지)와 long pulse (낮은 주파수/높은 에너지) 치료로 분류할 수 있다. 전기자극치료를 처음 시도할 때 치료적 목표는 위장의 조율(pacing)을 통한 위 배출의 촉진이었으나 현재 주로 이용하는 전기자극치료는 short pulse를 이용하며 위 배출 촉진효과는 뚜렷하지 않다[35].
Short pulse 전기자극치료는 위 마비 환자에게 시행하였을 때 구역, 구토를 의미 있게 호전시키고 삶의 질, 영양상태, 입원기간 등을 향상시켰으며[90,91], 10년간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증상 개선효과가 지속되고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92]. 전기자극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전반적인 증상이나 오심, 구토 등의 호전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확인되었으나, 대부분의 연구가 비대조 공개연구(uncontrolled open-label study)여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93]. 증상을 호전시키는 기전은 불분명하며 위 긴장도의 변화, 위 적응기능의 향상, 위의 팽창에 대한 감각 역치의 증가, 중추신경계에 대한 영향 등이 관련이 있다[94]. Long pulse 전기자극치료는 위 서파나 위 배출은 호전시키는 반면 증상 호전은 short pulse를 이용한 치료에 비해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수술적 치료
다른 치료법으로 전혀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 조심스럽게 고려해 볼 수 있는 치료법으로 위조루술(gastrostomy), 공장조루술(jejunostomy), 유문절개술, 위 부분 혹은 전체절제술, 우회수술(bypass surgery)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 왔으며 일부 환자에서 임상적인 호전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위조루술에 대한 공개연구에서 전반적인 증상의 조절, 체중 유지 등이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95], 심한 위 마비 환자 중 일부에서 위 절제술 후 구토증상이 호전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96].
결 론
위 마비는 당뇨병의 이환 기간이 길어지면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위 배출의 지연과 다양한 상부위장관 증상을 동반한다. 병태 생리는 아직 잘 모르지만 최근 수년간 다양한 동물실험과 인체 위장 조직을 이용한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율신경, 내인성 신경, ICC, 평활근 세포 등 다양한 부위의 이상과 관련이 있으며 고혈당, 정신신체적 요인 등도 위장관 증상의 발생에 관여한다. 위 마비의 진단 방법으로 위 배출 신티그래피가 표준검사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초음파, MRI, 무선 캡슐 운동검사 등이 새로운 검사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위 마비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식이요법, 혈당의 조절, 약물치료, 내시경적 치료, 전기자극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치료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의 개발 및 적절한 치료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