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은 서양에는 매우 드문 종양이며 최근 진단 기술의 발달로 한국, 대만,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1]. 이 종양은 담도 안으로 다량의 점액을 분비하는 질환으로 담도 안의 점액을 내시경 검사 과정 중에 육안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점액 때문에 담도 폐색이 발생하여 독특한 임상 소견과 방사선 소견을 보인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담도-장 누공은 드물며 특히 바터 팽대부 주변에 발생하는 총담관-십이지장 누공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이 누공은 증상이 없어 대부분 우연히 발견된다. 바터 팽대부 주변의 총담관-십이지장 누공은 대부분 총담관 결석, 십이지장 궤양이나 원위부 담도암의 직접적인 침윤으로 발생한다[2]. 그러나 담관 내 점액성 유두종양과 총담관-십이지장 누공 형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Nakajima 등은 이 누공으로 인한 담즙의 역류가 담도암 발생의 위험인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3]. 저자들은 황달로 내원한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 환자에서 바터 팽대부 총담관-십이지장 누공 동반을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환 자: 김○○, 여자 63세
주 소: 황달과 가려움증
현병력: 환자는 평소 특이 질환 없었으며 내원 1주 전부터 복부 불편감 동반한 황달소견 보여 내원하였다.
과거력 및 사회력: 특이사항 없었다.
진찰 소견: 활력증후는 혈압 130/80 mmHg, 맥박 80회/분, 체온 36.8℃, 호흡수 20회/분이었고, 이학적 검사에서 공막에 황달 소견이 보였다. 복부는 부드러웠으며 압통이나 촉지되는 종괴는 없었다.
검사 소견: 말초혈액 검사 소견은 백혈구 9,800/mm3, 혈색소 13.4 g/dL, 혈소판 332,000/mm3이었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총 빌리루빈 12.3 mg/dL, 직접 빌리루빈 9.3 mg/dL, Alkaline phosphatase 323 U/L, AST/ALT 81/110 U/L, GGT 643 U/L였고, BUN/Cr은 13/0.7 mg/dL였다. 종양 표지인자 CA 19-9은 1.0 U/mL였다.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이질적인 담즙 내용물로 가득 찬 간내와 간외 담도의 미만성 확장이 보였고, 간의 좌 옆 외측 분절의 간 실질 위축을 동반한 간내 담도의 두드러진 확장과 담도 내부의 연부조직이 관찰되었다. 담도의 점액 분비성 종양이 의심되었다(Fig. 1).
치료 및 경과: 내시경 역행성 담도 췌관 조영술에서 큰 크기의 총 담관-십이지장 누공이 관찰되었으며 총 담관 부위에 점액성 물질이 가득 차 있었다(Fig. 2). 총 간관 부위에 용종 모양의 덩어리가 있었다(Fig. 3). 총 담관-십이지장 누공을 동반한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으로 진단하였다. 담즙 정체로 인한 황달 치료를 위해 비-담관 카테터를 삽입하였다. 비-담관 카테터의 배액이 용이하지 않아 입원 9일째 경피 경간 담도 배액술을 시행하였으며 입원 12일째 간좌엽절제술 및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다(Fig. 4). 종양은 총 간관에 국한되어 있었고, 담낭관과 좌 간내 담도는 침범하지 않았다. 조직검사 결과 경계성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으로 진단되었다(Fig. 5). 입원 37일째 퇴원하였으며 현재 재발의 증거 없이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담도의 유두종증은 간내와 간외 담도에 다양하게 분포하며, 다발성의 유두 종양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점액 생산 유무에 따라 점액 생산형과 비점액 생산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4]. 점액-생산 담도 종양은 담도 내강 내로 돌출하는 유두모양 점막돌기들과 점액 과생산이 특징인 희귀한 담도암이다. 최근 이 질환은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과 조직학 소견이 유사하여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intraductal papillary mucinous neoplasm of the bile ducts, IPMN-B)이라는 진단명이 제시되었다[5]. 이 종양은 담도로 점액을 분비하여 담즙 정체를 유발하고 폐쇄성 황달과 간 내외 담도의 확장으로 인해 담도염을 일으켜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는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의 경우, 담도가 미만성으로 늘어나있어 병변 위치 파악이 어려우며 점액성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진단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내시경 초음파와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을 통해 점액성 담즙을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6]. Lee 등[4]은 이 질환에서 대부분의 경우에 양성 선종과 혼재된 유두상 암종이 수술 후 검체의 조직검사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 볼 때,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은 고도의 암성 변이의 잠재성을 지닌 전암성 병변임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의 치료는 조기 근치절제술이며 수술 전 병변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병변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피 경간 담도경 검사가 수술 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Park 등[1]은 IPMN-B을 췌관 내 유두상 점액 종양과의 유사성을 토대로 선종(IPMN-B adenoma), 경계성 종양(IPMN-B borderline), 침윤이 없는 상피내암(IPMN-B carcinoma, noninvasive), 침윤암(IPMN-B carcinoma, invasive)으로 분류하였다. Nakajima 등[7]은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이 호발하는 위치가 간 좌엽이고 성장속도가 느리며 조직학적으로 고분화된 선암이 많고 담도벽을 뚫고 침윤하기보다는 점막을 따라서 종양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예후가 좋다고 보고하였다.
자연적인 담도-장 누공은 드문 질환이며 가장 흔한 부위는 담낭과 십이지장 사이의 누공이다. 총 담관과 십이지장 사이의 누공은 매우 드물며 가장 흔한 원인은 총 담관 결석 및 만성적인 십이지장 궤양이다. Ikeda 등[8]은 유두주위 총 담관-십이지장 누공의 형태적 분류를 제안하여 유두 종주름(longitudinal fold) 위의 누공을 제1형, 유두 상부 변연 위 또는 변연 근처 누공을 제2형으로 하였다. Ikeda 등은 총 담관-십이지장 누공 유형을 발생기전 가설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작은 담석이 총 담관의 말단(intramural portion)까지 내려와 유두를 관통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누공을 제1형으로, 총 담관 말단까지 내려올 수 없는 상대적으로 큰 담석이 총 담관의 십이지장 연결부위(extramural portion)에서 형성한 누공을 제2형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Park 등[2]은 ERCP로 총 담관-장관 누공 97예를 분석한 결과 제1형과 2형의 직경 차이가 없어 누공 위치가 단순히 담석 직경 차이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제시하였다.
본 증례는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과 총 담관-십이지장 누공이 동반된 환자이다. 저자들의 문헌고찰에 따르면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이 다른 장기와 누공을 형성한 보고는 없으며 누공이 형성된 기전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과 장관의 누공에 대한 Kurihara 등의 보고에 의하면 약 절반의 증례에서는 누공 주위 조직에서 종양의 침윤이 관찰되었지만, 나머지 증례에서는 누공 주위 조직에서 뚜렷한 침윤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후자의 경우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에서 분비되는 풍부한 점액에 의한 기계적인 압력으로 누공이 형성된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9]. 일반적으로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이 췌장암에 비해 악성화 가능성이 낮고 성장 속도, 전이 및 수술 후 재발 빈도가 낮은 것도 이 기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였다[10].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의 경우, 누공을 형성하는 기전으로 암성 침윤 또는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에서 분비되는 많은 양의 점액이 기계적인 압력을 형성하여 누공이 발생하는 것으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췌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과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은 서로 비슷한 임상소견과 병리 소견을 보이며 같은 발생학적 기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증례에서 총담관-십이지장 누공의 발생기전은 담관 내 점액성 유두 종양의 과도한 점액생산으로 인해 총담관에 발생한 기계적 압력이 총담관과 십이지장 연결부위의 취약부위로 전달되어 누공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