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자가면역성 간염(autoimmune hepatitis)은 원인 미상의 지속적인 간세포 손상을 보이는 만성 간질환으로 여성에서 호발하며 자가 항체 양성, 고감마글로불린혈증, 조직 검사에서 문맥주위부의 형질 세포 및 림프구의 침윤,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면역억제요법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특징을 가진다[1].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비열대성 스프루(Celiac disease),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제1형 당뇨,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을 흔히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신성 홍반성 낭창과 쇼그렌 증후군 같은 교원성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는 1% 정도로 흔하지 않다[1-3]. 전신성 홍반성 낭창은 전신을 침범하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신장, 폐, 중추신경계를 잘 침범하지만 간 침범은 흔하지 않고[4,5]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도 타액선과 누액선에 림프구 침윤을 보이는 전신 면역 질환으로 피부, 폐, 신경, 콩팥을 침범하기도 하며, 간을 침범하는 경우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을 일으킬 수 있으나 자가면역성 간염과 동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6-8]. 이런 교원성 질환 환자에서 간 기능 이상을 보일 때 이들 질환 자체에 의한 경우와 흔하지 않지만 자가면역성 간염에 의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질환의 임상 소견 및 혈청학적인 소견이 유사한 경우가 많아 사실상 구분하기 쉽지 않으나 치료 및 예후가 다르므로 교원성 질환의 동반여부에 대하여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제1형 자가면역성 간염에서 병발한 전신성 홍반성 낭창 및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을 각각 1예 경험하여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환 자: 여자 52세
주 소: 황달 및 가려움증
현병력: 환자는 내원 2주 전 갑자기 발생한 황달 및 전신 소양증으로 본원 외래 통해 입원하였다.
과거력: 특이사항은 없었고 약물 복용의 병력도 없었다.
가족력 및 사회력: 특이사항이 없었다.
계통 문진(review of system): 평소 피부의 광과민반응(photosensitivity)과 무릎 통증이 있었던 것 외에는 특이사항 없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은 120/80 mmHg, 맥박수는 70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은 36.8℃이었다. 공막에 황달 소견이 보였으며, 얼굴에 협부 발진(malar rash)이 관찰되었으며(Fig. 1), 복부 촉진에서 간이 2횡지 정도로 만져지며 우상복부 압통을 호소하였다. 그 외 특이소견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6,900/mm3, 혈색소 11.9 g/dL, 혈소판 269,000/mm3, 총 단백 8.2 g/dL, 알부민 3.1 g/dL, AST 999 IU/L, ALT 799 IU/L, ALP 106 IU/L, γ-GTP 65 IU/L, 총 빌리루빈 19.9 mg/dL, 직접 빌리루빈 19 mg/dL, HBs Ag 음성, IgM anti-HBc 음성, IgM anti-HAV 음성, anti-HCV 음성, CMV 및 EBV항체 음성, IgG 4120.9 mg/dL, 항핵항체 양성(1:1290), anti-ds DNA 항체 양성(1:40), 항 미토콘드리아 항체 음성, anti-LKM1항체 음성 소견을 보였다.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가 미량 검출되어 24시간 소변 검사를 시행하였고 총 단백량이 465 mg이었다.
병리학적 소견: 간 조직 검사에서 간 문맥 주위 및 소엽에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었다(Fig. 2).
방사선학적 소견: 복부 초음파 및 컴퓨터 단층 촬영에서 경도의 간 및 비장 비대가 관찰되었다.
치료 및 경과: 환자는 자가 항체 등 검사실 소견 및 간 조직 소견 등으로 자가면역성 간염 진단하에 일일 prednisolone 30 mg으로 경구투여를 시작하여 6개월 동안 점진적인 감량을 하였으며 현재는 prednisolone을 중단한 상태이다. AST 999 IU/L에서 35 IU/L, ALT 799 IU/L에서 17 IU/L로 감소되었으며, 간수치는 계속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환자는 임상 소견 및 자가 항체 등의 소견으로 전신성 홍반성 낭창을 진단받고 하루 두 번 hydroxychloroquine 200 mg을 계속 복용 중이다. anti-ds DNA 항체가 양성(1:40)에서 현재는 negative로 측정되고 있다.
증례 2
환 자: 여자 60세
주 소: 황달 및 가려움증
현병력: 환자는 내원 10년 전부터 구강 건조증이 있었으며 이후 안구 건조감이 있었으나 특별한 검사 및 치료는 하지 않았다. 내원 5개월 전 황달과 전신 쇠약감으로 타 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염증성 간질환 등으로 진단 후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내원 1개월 전 황달 등의 증상이 심해져 본원 외래 통해 입원하였다.
과거력: 특이사항은 없었고, 약물 복용의 병력도 없었다.
가족력 및 사회력: 특이사항이 없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은 100/60 mmHg, 맥박수는 82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은 36.6℃이었다. 진찰 소견에서 공막의 황달 소견 외 특이한 소견은 없었으며 복부 촉진 시 간과 비장은 만져지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말초 혈액 검사 소견에서 백혈구 7,700/mm3, 혈색소 10.4 g/dL, 혈소판 197,000/mm3, 총 단백 7.8 g/dL, 알부민 3.5 g/dL, AST 201 IU/L, ALT 153 IU/L, ALP 752 IU/L, γ-GTP 649 IU/L, 총 빌리루빈 4.2 mg/dL, 직접 빌리루빈 3.5 mg/dL, HBs Ag 음성, HBs Ab 양성, IgM anti-HAV 음성, anti-HCV 음성, IgG 1668 mg/dL, 항핵항체 양성(1:80), anti-ds DNA 항체 음성, anti-LKM항체 음성, 항 미토콘드리아 항체 음성, Anti-Ro Ab 양성(+++), Anti-LA Ab 양성(+) 소견을 보였으며 소변 검사는 정상이었다.
병리학적 소견: 하순점막의 생검에서 소타액선에 소수의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침윤이 보였고, 간 조직 검사에서는 문맥, 문맥 주위 그리고 소엽에서 림프구 및 형질 세포가 침윤된 소견 및 문맥 주위 경화 소견이었다(Fig. 3).
방사선학적 소견: 복부 초음파에서 경미한 간의 위축과 결절성 표면을 보였다. 타액선 스캔에서 혀밑샘, 귀밑샘과 하악골하선의 동위 원소의 섭취 감소가 관찰되었다(Fig. 4).
그 외 검사 소견: Schirmer's test에서 우안 5 mm, 좌안 2 mm (정상 15 mm)로 안구 건조를 보였다.
치료 및 경과: 환자는 특징적인 임상 소견, 자가 항체 반응, 타액선 스캔 및 Schirmer’s test, 간조직 검사 소견 등으로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 및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진단받은 후 prednisolone 60 mg으로 경구투여를 시작하여 증상 및 간수치 호전을 보여 prednisolone 30 mg으로 감량 후 입원 20일째 퇴원하여 외래 통하여 스테로이드 용량 조절 중이다.
고 찰
자가면역성 간염의 병태생리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에서 바이러스, 약물 등의 환경요인이 유발인자가 되어 주로 CD4양성 T림프구가 간세포의 항원에 감작되고 이 면역반응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간세포의 염증, 괴사 및 섬유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9]. 자가면역성 간염은 출현하는 자가 항체의 종류와 임상양상에 따라 제1, 2, 3형으로 분류하는데 제1형 자가면역성 간염은 ANA (antinuclear antibody), anti-SMA (anti smooth muscle antibody) 등의 자가 항체가 양성이며 제2형 자가면역성 간염은 anti-LKM1, Anti-liver cytosol1이 양성이며 제3형 자가면역성 간염은 Anti-soluble antigen (ant-SLA)이 검출된다. 제2형 자가면역성 간염의 경우 젊은 연령 및 여성에서 호발하며 간염의 정도가 더 심하고 스테로이드 등 치료에 반응을 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더 나쁘다[1,2]. 자가면역성 간염의 진단은 1993년 국제자가면역성간염연구회(International Autoimmune Hepatitis Group)에서 제시한 배점 체계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으며 배점 체계는 1999년 한 차례 개정되었으며 이후 2008년 임상적용이 편리하도록 배점 기준이 고감마글로불린혈증, 혈청 자가 항체, 간 조직 소견 및 바이러스성 간염의 유무 등의 항목으로 간소화되었다[10-12].
전신성 홍반성 낭창은 면역 조절 작용의 이상으로 자가항체가 생성되고 혈액 내 면역복합체의 존재, 보체의 활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조직 손상의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혈액 내 ds DNA에 대한 면역 복합체가 조직 손상에 관여할 것으로 여겨진다[13]. 주로 피부, 신장, 혈액, 근골격계를 침범하며 표적 장기로서 간 침범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4,5]. 전신성 홍반성 낭창이 간을 침범한 경우와 자가면역성 간염은 실제로 두 질환이 임상 소견 및 혈청학적인 소견이 유사한 경우가 많아 사실상 구분하기 쉽지 않으나 자가면역성 간염과 전신성 홍반성 낭창의 진단 기준이 제시되면서 구분하기 어려웠던 두 질환을 감별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12-14].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에서 전신성 홍반성 낭창이 병발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과도한 항원성이 초래되면서 면역체계의 부조화로 추정되고 있다[15]. Abraham 등[5]에 의하면 전신성 홍반성 낭창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혈청학적 및 조직학적으로 간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경우는 21%로 보고하였고, 이 중 4.4%에서 간경변증,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 및 간부전 등 심한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였다. 전신성 홍반성 낭창이 간을 침범한 경우 조직 소견으로는 지방 침착이 가장 많았으며, 간수치의 이상의 원인으로는 동반된 바이러스성 간염의 악화, 약제(특히 salicylate, NSAID), 알코올 등이 있다[4,5]. 전신성 홍반성 낭창에 의한 간염과 자가면역성 간염은 여성에서 호발하며 임상양상 및 자가 항체 양성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간염을 일으키는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자가면역성 간염은 간부전을 초래하며 전신성 홍반성 낭창은 주로 말기 신부전을 초래하여 치료, 예후 및 합병증이 달라지므로 두 질환을 감별하는 것은 중요하다[16]. 혈청검사에서 ribosomal P proteins antibody는 전신성 홍반성 낭창의 간 침범과 관련이 있으며 간 침범의 정도를 반영한다. 간침범이 없는 전신성 홍반성 낭창의 경우에는 10%만 ribosomal P proteins antibody가 양성이며 자가면역성 간염만 있는 경우에는 음성이므로 감별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으나[17,18] 본 환자에서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다. 그 외 anti-ds DNA는 자가면역성 간염에서 34-64%로 검출되지만 전신성 홍반성 낭창에 의한 간염보다 상대적으로 저역가로 나타나는 반면, anti-SMA는 자가면역성 간염에서 60-80%로 더 높은 역가로 나타나 감별 진단에 도움을 준다[15,19]. 조직 소견은 두 질환을 감별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전신성 홍반성 낭창에 의한 간염의 경우에는 주로 간 소엽에 림프구가 분포하지만 자가면역성 간염에서는 주로 문맥 주위에 단핵 세포(주로 림프구와 형질 세포)의 침윤을 특징으로 하며 계면 간염(interface hepatitis), 조각성 괴사(piecemeal necrosis)가 나타난다[18,19]. 임상적으로는 홍반 발진, 구강 궤양, 활막염, 광과민, 관절염 등의 전신성 홍반성 낭창의 특징적 소견으로 두 질환을 감별할 수 있다[14].
증례 1의 경우에는 항핵항체 양성, 고감마글로불린혈증, 바이러스성 간염의 배제 및 간 조직 검사에서 자가면역성 간염 등의 소견을 보였으므로 1999년 개정된 국제자가면역성간염연구회의 배점 체계에 따라 치료 전 19점, 2008년 간소화된 배점 체계에 의해서도 8점으로 명확한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고, 항핵항체 양성, ant-LKM1 항체 음성으로 제 1형 자가면역성 간염에 해당한다. 그리고 진단 당시 얼굴의 홍반, 관절염 및 광과민 과거력, 자가항체 양성(ANA와 anti-ds DNA)으로 ARA (American Rheumatism Association) 진단 기준 11개 중 5개를 만족하여 전신성 홍반성 낭창을 진단할 수 있었다. 1일 0.5 g 미만으로 단백뇨가 나와 전신성 홍반성 낭창에 의한 신염은 배제할 수 있었으며 anti-ds DNA가 저역가이고 보체가 정상 범위, 병변이 피부에 국한되었으므로 질병의 정도가 경미하여 항말라리아 제제인 hydroxychloroquine을 처방하였고, 또한 간 조직 검사에서 간 문맥 주위 및 소엽에 림프 형질세포의 침윤 등 자가면역성 간염의 특징적인 소견이 관찰되어 전신성 홍반성 낭창에 의한 간염을 배제할 수 있었다.
쇼그렌 증후군은 림프구에 의해 외분비선이 파괴되어 외분비선의 분비 억제와 점막 건조를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주로 타액선과 누액선을 침범한다[8]. 특징적으로 자가 항체인 Ro (SS-A) 항체와 La (SS-B) 항체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쇼그렌 증후군은 원발성과 다른 교원성 질환과 동반되는 이차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원발성인 경우에는 주로 타액선과 누액선을 침범하며 그 밖에 피부, 신장, 간, 폐, 신경계 등을 침범할 수 있다[6-8]. 특히 간을 침범하는 경우는 7-20%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5], 주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과 연관되어 있고 자가면역성 간염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고되고 있다[7]. Csepregi 등[6]의 연구에 의하면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 환자 180명 중 26명(14%)이 간질환이 있었으며 그중 2명(1%)이 자가면역성 간염과 동반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의 병인으로 Herpes virus, Retrovirus, Epstein-Barr virus,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uman T lymphotropic virus 및 hepatitis C virus가 원인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명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다[20]. 쇼그렌 증후군과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기전은 두 질환의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 인해서 CD4양성 T림프구가 활성화되어 담관, 누액 및 타액선을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증례 2의 경우에는 유럽의 다기관 연구 기준에 따라 3개월 이상의 구강 건조와 안구 건조, Schirmer's test 양성, anti-Ro/La 항체 양성, 타액선 스캔에서 분비능 저하 소견, 항핵항체 양성으로 원발성 쇼그렌 증후군으로 진단하였다[8]. 간 조직검사 소견 및 AMA음성으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을 배제할 수 있었으며 혈청학적 검사로 다른 바이러스성 간염 또한 배제할 수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 항핵항체 양성, 고감마글로불린혈증, 바이러스성 간염의 배제 및 간 조직 검사상 자가면역성 간염 등의 소견을 보였으므로 1999년 개정된 국제자가면역성간염연구회의 배점 체계에 따라 치료 전 16점, 2008년 간소화된 배점 체계에 의해서도 7점으로 명확한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고, 항핵항체 양성, ant-LKM1 항체 음성으로 제1형 자가면역성 간염에 해당하였다.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들은 다른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 및 교원성 질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진단 시 주의 깊은 관심과 검사가 필요하며 또한 다른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이 간 기능 이상 및 기타 간 손상의 소견이 보이면 환자의 치료 및 예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가면역성 간염 동반 유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