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관 및 기관지에 발생하는 종양의 대부분은 악성종양이며, 양성 종양은 2% 이내에 불과하다[1,2]. 그 중에서도 기관지 지방종은 전체 폐종양의 0.1%만을 차지하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3], 1854년 Rokitansky [4]가 처음 보고하였으며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7예가 보고된 바 있는데[5-11]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내시경적으로 치료에 성공한 경우는 1예에 불과하다.
저자들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우중엽 부분 폐 허탈 소견을 보인 68세 환자에서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으로 기관지 내 양성 종양을 확인 후에 경직성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종양 제거술 시행하여 기관지 지방종을 진단하고 치료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68세, 남자
주 소: 단순 흉부 X-선에서 발견된 우중엽의 부분 폐 허탈 소견
현병력: 평소 건강하게 지내오던 중 건강 검진에서 시행한 단순 흉부 X-선 검사에서 우중엽의 부분 폐 허탈 소견을 보여 이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본원에 내원하였다.
과거력, 가족력 및 사회력: 특이 소견 없었으며, 흡연력은 10갑년으로 10년 전에 금연하였다. 직업은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혈압은 130/90 mmHg, 맥박 80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6℃였다. 흉부 청진은 정상이었으며, 다른 신체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혈색소 14.2 g/dL, 백혈구 5,900/mm3 (중성구 58.3%, 림프구 32.0%, 단핵구 8.1%, 호산구 1.6%), 혈소판 270,000/mm3이었고, 혈액응고검사는 프로트롬빈 시간 11.8초(프로트롬빈 시간-국제 정상화 비율 0.922), 활성화 부분 트롬빈 시간 29.3초로 정상범위였다. 혈청 생화학검사는 정상이었고, 적혈구 침강 속도는 4 mm/시간, C-반응성 단백은 0.34 mg/dL이었다. 동맥혈 가스 분석 검사에서 pH 7.40, 이산화탄소 분압 27.3 mmHg, 산소 분압 95.1 mmHg, 중탄산염 19.1 mmol/L, 산소 포화도 98.1%이었다. 객담 세균 배양검사 및 객담 항산균 도말 검사상 특이 소견 관찰되지 않았다. 폐기능 검사는 강제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 3.77 L (예측치의 111%), 1초간 강제날숨량(forced expiratory volume in one second, FEV1) 2.34 L (예측치의 99%), 1초간 강제날숨량의 강제폐활량에 대한 비(FEV1/FVC)는 0.62였다.
방사선학적 소견: 단순 흉부 X-선 검사에서 우중엽의 부분 폐 허탈이 관찰되었다(Fig. 1).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는 우중엽의 부분 폐 허탈 및 우중엽 기관지에 약 1 cm 크기의 80~100 Hounsefield unit (HU) 밀도를 갖는 균일한 음영의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2).
기관지 내시경 검사 소견: 우중엽 기관지에 직경 약 1 cm 크기의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노란색의 둥근 종양이 기관지 내강을 거의 대부분 막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Fig. 3). 종양 하방으로 겸자(forcep)의 통과는 가능하였고, 흡인(suction)시 종양이 움직이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종양은 줄기(stalk)에 의해 우중엽의 기관지 벽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시술 소견: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에서는 염증 소견만 관찰되어 종양에 대한 정확한 조직 검사 및 종양 제거술을 위해 전신 마취하에 경직성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였다. 우중엽 기관지 종양은 외후방에 줄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전기소작용 올가미를 이용하여 종양을 제거하였다. 종양을 제거한 후의 절단 표면은 노란색을 띄고 있었고, 우중엽의 가쪽구역(lateral segment) 기관지 입구에서 기원한 종양임을 알 수 있었다. 일부 잔여 조직은 생검용 겸자로 모두 제거한 후 종양의 기원 부위에는 전기소작술을 시행하였다. 다른 부위에 특이한 기관지 내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시술 중 합병증은 없었다.
병리 조직학 소견: 기관지 종양 절제 조직의 병리 조직학적 검사상 종양은 지방 세포의 군집으로 이루어진 지방종 소견을 보였으며 지방종을 덮고 있는 기관지 상피조직이 관찰되었다(Fig. 4).
경과: 환자는 기관지 내시경 절제술 이후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으며 현재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2003년 Muraoka 등[12]은 일본에서 보고된 기관지 지방종 64예를 분석하였는데 50예가 남자였고, 발생 연령은 대부분 중년으로 평균 60.0 ± 11.4세였다. 발생 위치는 약 2/3가 우측이었으며 대부분은 기관기관지 나무의 세 번째 분지 이내에 위치하였다. 종양의 크기는 평균 20 ± 15 mm 정도였다. 본 증례는 우중엽의 가쪽구역 기관지에 발생한 종양으로 직경은 약 1 cm이었다.
기관지 지방종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며, 흉부 방사선촬영에서도 잘 관찰되지 않는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는 기관지 폐색과 함께 증상을 나타내는데, 반복되는 기침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가래, 흉통, 재발성 폐렴, 호흡곤란, 객혈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데, 발생 부위에 따라 기관지 근위부에 발생할 경우에는 호흡곤란과 천명이 많고 원위부에 발생할 경우에는 무기폐, 기관지 확장증 및 객혈과 반복되는 폐렴 양상을 보인다[13].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관지 폐쇄가 일어난 후에 진단되므로 비가역적 기관지 확장이나 폐실질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6]. 본 증례는 건강 검진에서 시행한 흉부 X-선 검사에서 우중엽 부분 폐 허탈을 보여 내원한 무증상 환자로 기관지 지방종에 의한 기관지 폐쇄가 이루어지는 비교적 초기에 발견된 경우에 해당된다.
진단은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자기 공명촬영 및 기관지 내시경 등을 통해 내릴 수 있다.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Hounsfield unit은 지방을 감별하는데 민감하고 특이적이어서 기관지 지방종 진단에 용이하여 지방조직의 밀도를 가지면서 조영증강 되지 않는 균질성의 종양소견을 보이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14]. 자기 공명촬영은 지방조직과 비지방조직의 감별 진단에 유용하다[15].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 검사는 육안적으로 기관지 내 병변 유무를 관찰하는데 필수적인 검사이지만 조직학적 진단은 기관지 지방종이 섬유성 피막 혹은 편평 이형성 조직으로 덮여 있기에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 반응으로 인하여 비전형적인 세포들만 검출되는 경우가 많다[15]. 본 증례에서도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80~100 HU으로 지방 조직 밀도를 보이는 균질성의 종양 소견을 보여 지방종을 의심할 수 있었으나,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 검사에서는 악성화 소견이 동반되지 않은 만성 염증 소견으로만 확인되어 명확한 조직학적 확진 및 제거 위해 경직성 기관지 내시경을 시행하였다.
기도 내 양성 종양은 종양만 제거하거나(enucleation), 정상 기도 조직의 일부만을 제거하고 기도성형술을 시행하는 보존적 절제술이 보편화되었지만, 최근 내시경 기술의 발달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9,16,17]. 기관지 지방종의 치료는 기관지 내시경에 의한 조직학적 진단이 가능한 경우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전기소작용 올가미(snare) 또는 Nd-YAG 레이저를 이용하는 제거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1995년 Shah 등[2]은 기관지 내 양성 종양 185예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레이저 절제술을 시행하여 62%에서 완전 절제술이 가능하였으며, 2008년 Nassiri 등[18]은 내시경적 중재술을 시행한 기관지 지방종 38예에 대한 후향적 분석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경직성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경우가 36예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종양 제거술과 레이저 치료를 병행한 경우가 76.3%였으며 종양 제거술 이후 평균 22개월 추적관찰하는 동안 재발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기관지 내 양성 종양에서 내시경적 절제술이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으나 1) 종양에 대한 확진이 어렵거나 악성종양과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2) 장기간 무기폐 혹은 폐렴으로 인한 말초 폐실질의 손상이 발생한 경우 3) 기관지 외 증식 혹은 흉막하 지방종성 질병인 경우 4) 종양의 다방향 성장으로 기관지 내시경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등에는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15]. 본 증례에서는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과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소견 등을 고려할 때 폐실질의 손상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또한 유경성의 양성 종양으로 의심되어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종양 제거술을 시행하였다.
특히 본 증례에 사용된 경직성 기관지 내시경은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만을 이용한 방법과 비교할 때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환자의 기침 등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안정된 상태에서 시술할 수 있어 정확하고 신속하게 종양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 종양 절제 시 발생할 수 있는 대량 출혈에 대해서도 대처가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18].
국내 보고된 기관지 지방종 다른 7예와 본 저자들의 증례를 포함하여 기관지 지방종의 임상 소견과 치료 방법을 표 1로 정리하였다. 보고된 모두가 단일 종양을 가졌으며 대부분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종양이었다. 치료 방법으로 수술적 종양 제거술은 75%에서 시행되었으며, 25%에서는 내시경적 절제술이 시행되었다.
기관지 종양을 포함한 기관지 내 양성 종양은 조기 진단한 후 비가역적 폐실질 병변이 발생하기 전에 종양 제거술을 시행하여 불필요한 폐절제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본 증례에서도 조기 진단 후 경직성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종양 제거술을 시행하여 부분 허탈된 우중엽이 정상 소견으로 회복되었으며 재발 없이 추적관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