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과 결핵은 의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결핵의 발생률은 2007년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따르면 10만 명당 71.6명이며 결핵에 의한 사망률은 10만 명당 4.9명에 이른다. 이는 OECD 국가 중 결핵발생률 및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1).
따라서 결핵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핵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군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결핵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는 열악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청결하지 못한 생활환경 등이 있으며, HIV 감염, 영양실조, 흡연, 당뇨병, 알코올 섭취 등의 면역력 약화가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2). 특히 당뇨병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과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결핵의 임상양상 및 치료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4). 당뇨병과 결핵과의 연관성은 해당지역의 결핵성 질환과 당뇨병의 유병률에 따라 다르게 보고되고 있으며 인종에 따른 차이도 확인된 바 있다5).
과거의 환자-대조군 연구들에서 당뇨병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2.44~8.33 정도의 높은 상대적 위험도를 가진다고 보고되고 있다6-9).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 시행된 연구에서 800,000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당뇨병군과 비당뇨병군으로 나누어 2년간 추적관찰을 하였을 때 당뇨병군의 폐결핵 발생 상대위험도가 비당뇨병군에 비해 3.47 (95% CI 2.98~4.03)이라는 보고가 있었다10).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환자의 증상 유무 및 임상의사의 진단 없이 검진에서 시행한 흉부단순촬영 결과만으로 활동성 폐결핵을 진단하였다. 그 결과 이 연구에서는 도말 또는 배양 양성률이 당뇨병군에서 26.5%, 비당뇨병군에서 17.8%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으며 실제로 결핵으로 보고되고 치료 받은 자도 결핵 진단 환자의 50% 정도로 낮았다. 이것으로 유추하여 볼 때 흉부단순촬영만으로 폐결핵을 진단한 결과 이미 치유된 비활동성 폐결핵이나 비결핵성 흉부 질환이 활동성 결핵으로 다수 포함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20세부터 64세까지의 장년층만을 그 대상으로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며 공무원이라는 특정 직업층에서 시행한 만큼 선택적 오류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임상의사의 판단에 의하여 결핵을 진단하고 결핵약제가 실제로 투여된 경우를 결핵환자로 분류하였으며 환자군을 노년층을 포함한 20세 이상으로 하였고, 폐 외 결핵을 포함한 결핵의 유병률을 6년의 장기간 동안 후향적으로 알아보았다. 또한 결핵의 유병률을 당뇨병군과 비당뇨 고혈압 환자군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후향적 코호트 연구이며 2004년 1월 1일부터 2004년 4월 30일까지 을지병원에서 신환자 또는 재진환자의 구분 없이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았던 20세 이상의 환자를 당뇨병군으로, 같은 시기에 순환기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던 비당뇨병 고혈압 환자를 고혈압군으로 하여 이후 2010년 4월 31일까지 총 6년 동안의 결핵발생 여부를 비교하였다.
대상자들에 대해 성별, 나이, 당뇨병 또는 고혈압 유무, 결핵 발생 장소, 도말 또는 배양검사 양성 유무, 결핵 약제 복약 유무를 조사하였다. 당뇨병군은 경구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 고혈압이 없는 경우로 제한하였으며, 고혈압군은 당뇨병이 없으면서 고혈압 약제를 복용 중인 환자로 한정하였고, 추적관찰 기간 동안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는 연구에서 탈락시켰다.
코호트 시작 당시 이미 결핵치료를 받고 있었거나,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었던 경우, 악성종양이 있었던 경우, HIV 양성인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추적관찰은 1년에 최소 1회 이상 외래방문 또는 입원하였던 경우로 하였고,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는 중도 절단된 자(censored data)로 하였다.
결핵 양성자는 도말 양성, 음성 여부에 상관없이, 임상적 판단에 의하여 결핵을 진단하고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Cycloserin 중 한 가지 이상의 약제를 투약 받은 자로 정하였다. 연구 기간 동안 매년 위험에 노출된 환자수를 산출하고 이를 통하여 산술적으로 당해 년의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을 추산하였다. 또한 비당뇨병 고혈압군에 대한 당뇨병군의 결핵 발생에 대한 상대위험도를 산출하였으며 두 군의 무결핵 생존율을 비교하였다.
결 과
1. 대상군의 임상적 특성
총 환자군은 4,376명이었으며 그 중 2,491명이 당뇨병군이었으며 1,885명이 고혈압군이었다. 당뇨병군의 평균 나이는 59.1±11.8세였으며, 고혈압군의 평균 나이는 59.9±12.8세였다(p=0.021). 두 군에서 남성 환자의 비율은 당뇨병군에서 44.5%, 고혈압군에서 41.6%로 통계학적인 차이는 없었다(p=0.057). 전체 기간 동안 통원치료를 받았던 환자는 당뇨병군에서는 1,487명(59.7%)이었으며 고혈압군에서는 987명(52%)이었다(표 1).
2. 대상군에서의 결핵발생률
총 연구 기간 동안 당뇨병군에서는 32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였고, 고혈압군에서는 10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였다. 이를 10만 명당 연간 결핵 발생률로 환산한 경우 당뇨병군은 평균 282.8명이었고, 고혈압군은 112.9명이었다. 또한 당뇨병군에서는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핵 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표 1). 전체 결핵을 진단받은 환자 중 76.2%인 32명의 환자에서 폐결핵이 발생하였으며, 5명의 환자는 결핵가슴막염, 2명의 환자는 장결핵을 진단 받았다(표 2). 당뇨병군에서 폐결핵을 진단 받은 환자 중 도말 양성, 배양검사에서 양성, 도말 또는 배양에서 양성이었던 환자의 비율은 각각 37.5%, 70.8%, 80.8%였으며 고혈압군에서는 각각 50%, 50%, 72.5%였다.
결핵을 진단받을 당시의 평균 연령은 당뇨병군에서 60.0±12.7세였으며 고혈압군에서는 61.5±15.6세였다. 연령대별로 연간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은 당뇨병군에서는 20대에, 고혈압군에서는 30대에 가장 높았으며 50대에 가장 낮아진 후 고령층으로 갈수록 다시 증가하는 J형 곡선을 그렸다(그림 1).
3. 당뇨병군과 고혈압군에서의 결핵발생률 비교
고혈압군에 대한 당뇨병군의 평균 연간 결핵 발생률을 산술적으로 비교해 보면 2.5배로 높았다. Cox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고혈압군에 대한 당뇨병군의 결핵 발생 상대위험도를 계산하였을 때, 나이를 보정한 후 2.220 (p=0.028, 95% CI 1.090~4.523)으로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였다. 하지만 생명표법을 이용하여 무결핵 생존률을 비교하였을 때 당뇨병군에서 결핵 발생이 많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학적 의미는 없었다(p=0.075, 그림 2).
고 찰
본 연구에서는 후향적 코호트 방법을 통하여 당뇨병군과 비당뇨병 고혈압군의 6년 동안의 결핵발생률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산술적으로는 당뇨병군의 연간 결핵 발생률이 평균 10만 명당 282.8명으로 고혈압군의 평균인 10만 명당 112.9명에 비하여 2.2배 높았다. Jeon과 Murray에 의해 13개의 연구를 고찰하여 발표된 논문에서 당뇨병 환자가 가지는 결핵의 상대위험도는 3.11 (95% CI 2.27~4.26)이며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승산비는 연구들마다 차이는 있으나, 1.16에서 7.83 사이였다5). 국내에서는 1985년 윤 등에 의해 시행된 연구에 의하면 흉부단순촬영으로 폐결핵을 진단하였을 때 당뇨병군은 대조군보다 결핵 발생의 위험이 4배 가량 높았고11), 김 등에 의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폐결핵 연간 발생률이 대조군보다 3.47배 높았다10). 우리나라 결핵 통계 수치와 본 연구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2007년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인 10만 명당 71.6명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나, 20세 미만을 제외한 2007년 결핵 발생률이 10만 명당 102.8명인 것과 비교한다면, 대조군인 고혈압군과의 결핵 발생률은 유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2007년 결핵 발생률은 20대에 10만 명당 83.0명이고, 점차 감소하여 40대에는 10만 명당 63.3명으로 낮아졌으며 그 후 증가하여 70세 이상에서 10만 명당 210.5명으로 가장 높았다1). 본 연구에서는 20~30대에서 연간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았으며 그 후 감소하여 두 군 모두 50대에 최저점을 기록하였고, 그 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해 보았을 때 최고 및 최저 발생률 연령대에는 차이가 있으나, J형 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하겠다. 본 연구에서는 결핵에 대한 상대위험도는 당뇨병군에서 높게 나타났으나, 무결핵 생존률에는 통계학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56개월 추적관찰의 경우 무결핵 생존율의 p 값 0.25에 비하면 72개월 추적관찰에서 p 값 0.07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발생률 자체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생존분석에 있어 사건의 발생률이 낮은 점이 통계학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사료된다.
결핵이 발생하는 경로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환자가 과밀집 지역, 결핵의 유병률이 높은 지역 등에서 결핵균에 초기에 노출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환자의 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결핵균이 환자 체내의 상태에 따라 활성화된 결핵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12). 당뇨병 자체가 결핵균에 대한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므로13) 당뇨병 환자에서 결핵의 발생은 환자의 면역력에 의한 잠재 결핵의 활성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14). 그 기전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발견되는 면역 기능의 이상이 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그 원인으로 당뇨병 환자에서는 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대한 화학 쏠림성, 포식작용, 발현과 항원 표시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4).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결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당뇨병의 이환기간이 긴 환자일수록 결핵에 의한 합병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에서 5년간 42,358명의 결핵 또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뇨병의 이환기간과 결핵의 발생률을 조사한 연구에서 당뇨병의 이환기간이 길수록 결핵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8). 본 연구에서는 당뇨병의 이환기간과 결핵의 발생률을 직접 비교하지는 않았으나, 10만 명당 연간 결핵 발생률을 보았을 때 해를 거듭하면서 결핵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을 보이고 있어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결핵의 발생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혈당의 조절이 안 되는 군에서 조절이 잘 되는 군에 비해 결핵의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하여는 많은 연구들이 있어 왔다15). 그 중 최근에 홍콩에서 4,690명의 성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당화혈색소가 7% 이상인 군은 당화혈색소가 7% 이하인 군보다 결핵에 대한 위험도가 3배 높게 예측되었다(hazard ratio 3.11; 95% CI 1.63~5.92)16).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진 환자-대조군 연구에 의하면 고혈당 자체가 결핵의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므로 당뇨병 발생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공복혈당장애 환자에서도 결핵의 위험도가 증가하여 있었으며(OR 4.2, 95% CI 1.5~11.7), 이는 당뇨병 환자의 위험도와 비슷하다는 보고가 있다(OR 4.7, 95% CI 2.7~8.1)17). 따라서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고혈당 자체가 결핵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6년간의 관찰 기간은 무결핵 생존율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상군의 확대 또는 기간의 연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당뇨병군의 대조군으로 비당뇨병 고혈압군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이차병원에서 이루어진 만큼 일반인을 대조군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알아본 바로는 고혈압 자체가 결핵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없으며 고혈압군의 결핵발생률이 국내 보고된 환자의 발생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 그리고 타 연구에서도 급성 충수 돌기염 환자, 하지의 깊은정맥혈전증 및 폐동맥 색전증 환자를 대조군으로 사용한 예가 있어서18) 대조군으로 사용함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 집단 보다 대조군인 고혈압군의 연간 결핵 발생률이 높았는데, 이는 이차 병원에서 모집된 환자군인 만큼 환자들이 고혈압 외에 본 연구에서 배제되지 않은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결핵의 발생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군을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했었다면 더 유의한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당뇨병 유무에 따른 결핵의 발생률 만을 조사하였으나,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결핵의 여러 가지 특징에 대한 연구가 동반된다면 더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증상을 동반한 활동성 결핵에 초점을 맞추어 결핵발생률을 조사하였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163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결핵 피부반응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42%의 환자에서 양성을 보였다는 보고19)가 있어 앞으로 결핵의 증상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서도 결핵의 발생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 및 잠재결핵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