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증 례
환 자: 이〇〇, 남자, 32세
주 소: 우측 상지와 하지의 불수의적 운동
현병력: 내원 1개월 전 고혈압을 진단받은 후 amlodipine(5 mg/일)을 복용하던 중 내원 10일 전부터 다음, 다뇨, 다갈, 전신쇠약감, 체중 감소(20 kg/7개월), 내원 7일 전부터 우측 상지와 하지의 불수의적 운동이 발생하였으며 타원에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혈당이 높게 측정되어 본원 내분비내과를 방문하였다.
과거력: 당뇨병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내원 1개월 전 고혈압을 진단받은 후 amlodipine (5 mg/일)을 복용하고 있었다.
가족력: 아버지가 당뇨병, 어머니가 고혈압이 있었다.
사회력: 특이사항 없었음.
신체검사 소견: 내원 시 신장은 178 cm, 체중은 76.0 kg, 체질량지수는 24.0 kg/m2 (체중 감소 전 30.6 kg/m2)이었으며 혈압은 150/100 mmHg, 맥박은 120회/분, 호흡은 20회/분, 체온은 37.0℃였고, 의식은 명료하였다.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혀가 건조되어 있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우측 상지와 하지의 감각과 근력은 정상이었으나 불수의적이면서 불규칙적인 빠른 율동성 운동이 관찰되었는데 때로 팔이 내던져지는 듯한 양상이었으며 수면 시 소실되었다. Babinski 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내원 시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9,600/mm3 (호중구 60.4%, 림프구 27.8%, 단핵구 6.5%, 호산구 4.9%, 호염기구 0.4%), 혈색소 13.6 g/dL, 혈소판 329,000/mm3이었다. 혈청 전해질검사에서 나트륨 129 mEq/L, 칼륨 4.9 mEq/L, 염소 93 mEq/L, 총 CO2 19.0 mEq/L이었으며 혈청 생화학검사에서 포도당 632 mg/dL, 칼슘 9.7 mg/dL, 인 3.7 mg/dL, 요산 5.1 mg/dL, 혈액요소질소 20.9 mg/dL, 크레아티닌 1.5 mg/dL, 총 콜레스테롤 316 mg/dL, 중성지방 173 mg/dL,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39 mg/dL, 측정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203mg/dL, 총 단백 6.7 mg/dL, 알부민 3.8 mg/dL, AST 15 IU/L, ALT 12 IU/L, 총 빌리루빈 0.5 mg/dL이었다. 혈액응고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 0.92 INR, 활성 부분트롬보플라스틴 시간 31.7초(정상범위: 28~41)였다.
내원 시 시행한 당뇨병 검사에서 당화혈색소 17.6%, C-peptide 1.56 ng/mL, 혈청 케톤체 양성, 혈청 삼투압 298 mOsm/Kg(정상범위: 275~295)이었다. 동맥혈가스검사에서 pH 7.257, PaCO2 37.3 mmHg, PaO2 87.0 mmHg, HCO3¯ 16.0 mmol/L, SpO2 96.7%였으며 음이온차(anion gap)는 20.0 mmol/L이었다. 심전도에서 120회/분의 동성 빈맥이 관찰되었으며 흉부 및 복부 단순촬영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방사선학적 검사: 내원 시 시행한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좌측 기저핵의 고음영 병변이 관찰되었으며(그림 1) 내원 2일째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동일한 부위의 T1 강조영상 고신호 강도, T2 강조영상 저신호 강도의 병변이 관찰되었다(그림 2). Diamox 부하 전후 뇌 SPECT에서 좌측 기저핵 병변의 혈류랑 증가가 관찰되었다(그림 3).
치료 및 경과: 상기 검사 결과들을 종합하여 제2형 당뇨병, 당뇨병성 케톤산증, 급성 신부전, 편무도증으로 진단하였으며 충분한 수액공급과 인슐린 투여 등으로 집중 치료하였다. 치료 2일째 공복 혈당은 80~120 mg/dL, 식후 혈당은 150~180mg/dL로 유지되었으며 혈청검사에서 혈청 케톤체 음성, 혈청 삼투압 287 mOsm/Kg, 혈액요소질소 15.5 mg/dL, 크레아티닌 1.0 mg/dL이었고, 동맥혈가스검사에서 pH 7.381, PaCO236.5 mmHg, PaO2 98.2 mmHg, HCO3¯ 21.1 mmol/L, SpO2 97.3%, 음이온차 10.0 mmol/L이었다. 내원 시 관찰되었던 혈청검사의 이상 소견은 모두 정상화되었으며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없었다. 치료 3일째 우측 상지의 편무도성 운동은 소실되었으며 우측 하지의 편무도성 운동은 호전되었고, 치료 5일째 우측 하지의 편무도성 운동도 소실되었다.
퇴원 후 70/30 premix pen (Novomix®) 아침 30 단위, 저녁 14단위로 혈당을 조절하고 있으며 현재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 없이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인 상태이다.
고 찰
무도증(ballism-chorea)은 불수의적, 불규칙적인 빠른 율동성 운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운동 장애로 침범된 근육과 장애의 정도에 따라 발리즘(ballism)과 무도병(chorea)으로 구분된다13,14). 발리즘은 주로 안면 근육과 근위부 근육을 침범하며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반면 무도병은 근위부와 원위부 근육을 모두 침범하며 발작성 경련 양상을 보인다15). 편무도증은 일측에서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무도증으로 상황에 따라 발리즘과 무도병 양상이 서로 바뀌거나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며 당뇨병, 갑상선 기능항진증, 뇌하수체 종양,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기형, 약물, 결핵 등과 동반된다고 보고되어 있다1-4).
당뇨병이 편무도증을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기저핵의 GABA 결핍이 주된 기전이라는 가설이 있다5). 고혈당은 중추신경세포, 특히 기저핵 신경세포 내 Krebs 회로를 억제하며 기저핵 신경세포는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하여 GABA를 숙신산(succinic acid)으로 대사한다(GABA 우회 경로 가설). 고혈당이 지속되면 GABA 우회 경로의 작동에도 불구하고 기저핵 신경세포는 에너지 필요량의 10~40%만을 공급받게 되어 GABA 결핍과 대사성산증이 함께 유발된다5). 뇌 자기공명영상 소견을 근거로 허혈, 석회화, 수초용해(myelinolysis), 점상출혈(petechial hemorrhage), 선택적 신경손상(selective neuronal loss)이 편무도증을 유발한다는 가설과 부검 소견을 근거로 신경교증(gliosis), 보상성 성상세포 증식증(reactive astrocytosis)이 편무도증을 유발한다는 가설 등이 있다5,16-18).
비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편무도증은 1960년 Budwell에 의하여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19) 현재까지 국외에서 47예, 국내에서 16예가 보고되어 있다5-10). Oh 등은 국내외 비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편무도증 53예가 대부분 폐경 후 여성에서 발병하였음을 보고하였으며5) Lin 등은 비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편무도증이 폐경 후 여성의 도파민 과민반응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20). 국내 비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편무도증 16예 중 당뇨병 형태가 기술된 5예 모두 제2형 당뇨병이었는데 2예는 제2형 당뇨병의 과거력이 있으면서 혈당 조절이 안되어 편무도증이 발병하였으며 3예는 당뇨병의 과거력없이 편무도증 발병 후 제2형 당뇨병이 진단되었다.
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중추신경 장애로 부분발작, 의식 저하, 대사성 혼수 등이 있으나 운동 장애는 극히 드물어서 국외에서 2예만 보고되어 있을 뿐이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11,12). 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운동 장애가 극히 드문 이유로 비케톤성 고혈당의 경우 기저핵 신경세포의 GABA가 재공급되지 않고 급격하게 결핍되는 반면 케톤성 고혈당의 경우 기저핵 신경세포의 GABA가 케톤체에서 재합성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5). 국외의 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운동 장애 2예 중 1예는 20세 여성으로 제1형 당뇨병과 모야모야(Moyamoya)병의 과거력이 있으면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던 중(당화혈색소 15.1%)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동반된 무도병 및 Broca 실어증(aphasia)으로 내원하였으며11) 1예는 78세 여성으로 당뇨병(당뇨병의 형태는 기술되어 있지 않음)의 과거력이 있으면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던 중(당화혈색소 12.0%) 당뇨병성 케톤증(diabetic ketosis)과 동반된 편무도증으로 내원하였다12).
본 증례는 당뇨병의 과거력이 없으면서 제2형 당뇨병 및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동반하여 편무도증이 발병하였다는 점에서 국내외 최초의 증례이다. 국외 케톤성 고혈당과 동반된 운동 장애 증례들의 경우 모두 여성이었으며 당뇨병의 과거력이 있었고, 혈당 조절과 haloperidol 투여를 병행한 후 운동장애가 호전된 반면 본 증례의 경우 32세 남성이었으며 당뇨병의 과거력이 없었고, 편무도증 발병 후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았으며 haloperidol 투여없이 혈당 조절만으로 편무도증이 소실되었다는 차이점들이 있다. 본 증례에서 케톤체가 생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무도증이 발병한 원인으로 GABA결핍 이외 다른 인자가 관여하였거나 충분한 양의 GABA가 생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과 동반된 편무도증의 방사선학적 소견은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기저핵 또는 선조체(striatum)의 T1 강조영상 고신호 강도와 T2 강조영상 저신호 강도,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동일한 부의의 동음영 또는 고음영이 특징적이다5-10). 뇌 SPECT에서 대개 혈류량이 감소된 소견을 보이나 정상 또는 증가된 소견을 보이기도 하며 PET에서 대부분 포도당 이용이 감소된 소견을 보인다5,7,12). 본 증례의 경우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좌측 기저핵의 T1 강조영상 고신호 강도와 T2강조영상 저신호 강도 병변,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좌측 기저핵의 고음영 병변이 관찰되었으며 병변 위치는 편무도증 침범 부위와 잘 일치하였다. Diamox 부하 전후 뇌 SPECT에서 해당 병변의 혈류랑이 증가된 소견을 보였는데 이는 편무도증이 기저핵 전체의 혈류량 변화가 아닌 기저핵 내 국지적 혈류량의 변화 또는 혈류량과 포도당 대사의 불균형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의 경우 경제적 사정으로 PET를 시행하지 못하였는데 향후 편무도증의 임상경과에 따른 PET 소견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기저핵의 혈류량과 포도당 대사의 불균형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편무도증을 포함한 운동 장애 환자에서 드물지만 비케톤성 고혈당뿐 아니라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동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당뇨병성 케톤산증 동반 시 더욱 철저한 혈당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