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치료의 결정

Decisions on Life-Sustaining Treatment at the End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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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2018;93(2):75-79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8 April 1
doi : https://doi.org/10.3904/kjm.2018.93.2.75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and Humanities, Kyung He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박소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및 의인문학교실
Correspondence to So-Youn Park, M.D., Ph.D.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and Humanities, Kyung He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02447, Korea Tel: +82-2-961-9545, E-mail: syparkmd@khu.ac.kr

의사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직무윤리에 기초한 전문적 판단의 자율성 보장이다. 세계의 사회에 따르면 의사는 개개인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그의 전문적인 판단이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임상적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반면, 의사의 의무측면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돌봄과 치료에 대해 환자가 선택하는 내용은 윤리적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무엇보다 중요하게 간주되어야 한다(환자 자율성 존중의 원칙). 전문가적 자율성과 환자의 의견존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올바른 치료의 선택에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연명의료와 관련된 의학적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8년 2월 4일부터 새로 시행되는 변화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 법의 내용을 살펴보고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연명의료법의 배경

2009년 소위 김할머니 사건을 통해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즉, 환자가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경우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고,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동일하게 치료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경우에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후 과연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2009년 12월 ‘연명 치료 중단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의 범위, 의사결정 주체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의가 쉽지는 않았다. 이에 연명의료 중단이나 유보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이 잠재적인 대상자이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한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2013년 6월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였다. 권고를 바탕으로 2016년 2월 제정된 법이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다.

이 법률은 크게 호스피스 · 완화의료에 관한 내용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서는 그중 뒷부분인 연명 의료에 대한 기본개념 및 내과 의사로서 숙지해야 할 법의 주요내용 그리고 법의 시행을 맞아 실제 임상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연명의료법에 대한 이해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의료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의료문화가 반영되어 해외의 연명의료 관련 내용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제도가 제안되었다. 먼저 법 제2조에서는 임종과정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처음 법이 제정되었을 당시 ‘과연 임종과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이 있었으나, 해당 법에서 연명의료의 범위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제한한 것은 먼저 담당 의사 및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의 임종과정에 대한 전문적 판단-즉,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후, 연명의료 시행 여부에 관한 환자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미이다. 법에서는 연명의료의 범위 또한 1) 심폐소생술, 2) 혈액투석, 3) 항암제 투여, 4) 인공호흡기 착용 네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항생제 사용이나 인공영양,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등에 대한 선택 내용은 연명의료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는 곧 중단결정을 내릴 수 없는 항목이라는 의미이다.

임상현장에서의 연명의료

내가 나이가 들어 생의 말기에 들어섰을 때 의학적 처치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밝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데 이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된 후 훗날 의료 관련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상황에 대비하여 연명의료를 포함한 미래 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意思)를 문서로 작성해 놓은 것이다. 즉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언제나 작성할 수 있는 문서이다. 반면 본 법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연명의료계획서’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 등이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와 같이’ 본인이 원하는 연명의료의 방향에 대해 계획하고 작성하는 문서를 뜻한다. 즉 연명의료계획서란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실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미리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일종의 의학적 서류이다. 따라서 연명의료계획서는 내용은 앞에서 설명한 네 가지의 연명의료와 관한 중단 여부 선택에 더하여, 담당 의사의 질병·치료와 관련된 설명, 환자의 뜻을 확인하는 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작성된다(Fig. 1).

Figure 1.

A life-sustaining treatment plans.

그렇다면 연명의료와 관련한 환자의 결정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되는가? 말기암 환자 ‘김’씨가 입원해 있다고 가정하고, 이 환자의 연명의료중단에 관한 결정이 이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암환자 김씨는 여러 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점차 병세가 악화되었고 주치의는 환자가 사망에 임박하였다는 판단을 내렸다. 임종과정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하여 주치의는 해당 분야의 다른 전문의와 함께 다시 환자 상태에 대해 판단하였으며, 이를 법에 있는 서식(별지 제9호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에 따라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주치의는 연명의료중단 등에 대해 환자가 이전에 어떠한 의사(意思)를 표하였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다행히 환자가 의식이 명료할 때 기존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주치의가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였거나, 혹은 같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놓았다면 환자의 뜻은 온전히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자의 뜻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는데 갑작스러운 악화로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조금 복잡해진다. 주치의는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생각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후부터는 환자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 그 절차가 달라진다(Fig. 2).

Figure 2.

Implementation of determination to terminate life-sustaining treatment.

먼저 1) 환자 본인에게 직접 확인받지 못하였으나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작성되어 있는 경우: 주치의는 의향서의 적법성을 다른 전문의와 함께 확인하여 기록으로 남기고(별지 제10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 적법하게 작성되었다면 해당 의향서에 기술된 내용대로 연명의료에 대해 시행하면 된다. 2) 환자가 미리 작성해 둔 관련 서류가 전혀 없는 상황이고, 연명의료에 대해 충분 기간 동안 일관되게 환자가 본인의 뜻을 이야기했음을 2명 이상의 가족들이 일치하게 진술한다면: 주치의와 전문의 1명은 이를 확인하여 환자의 의사(意思)로 간주하게 된다(별지 제11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 [환자가족 진술]’). 이 때 환자가족이란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을 말하며, 위 세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만 형제자매가 인정된다. 3) 마지막으로 이전에 환자가 연명의료 관련한 본인의 생각을 말한 적이 없다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주치의와 전문의 1명이 확인하여 시행하게 된다(별지 제12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친권자 및 환자 가족 의사 확인서’). 이 때 담당 의사는 환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해야 하며, 만약 가족 중에 실종된 사람이거나 행방불명 신고 후 3년 이상 경과한 사람의 경우에는 전원 합의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시 김씨의 사례로 돌아가서 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임종기로 판단한 주치의는 위의 상황 중 하나에 맞추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였고 관련 서류를 작성하였다. 이제 주치의는 환자의 임종기를 맞아 환자의 뜻을 존중하여 더 이상의 의미 없는 의료 행위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환자의 숨이 멎었을 때 주치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던 가족들은 환자를 편안하게 보내주었다. 사망을 선고한 후 주치의는 별지 제13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마지막으로 작성하였다.

앞 사례에서 김 환자는 평화로운 임종을 맞이하였지만, 실제 현장에서 의료진이 겪게 될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만약 환자의 뜻에 대해 가족 A는 “환자가 인공호흡기까지 포함하여 모든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하고, 가족 B는 “무슨 소리냐. 환자는 연명의료 없이 편안한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라고 하며 의견이 불일치 한다면 주치의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 것인가? 혹은 가족들의 뜻이 연명의료 중단으로 모아졌으나 주치의의 종교적 신념 등의 문제로 주치의가 도저히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법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기관 내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윤리위원회가 하게 될 업무는 1)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하여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환자 가족 또는 의료인이 요청한 사항에 관한 심의, 2) 담당 의사의 교체에 관한 심의, 3)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관련 상담, 4)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인에 대한 의료윤리교육, 5) 그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있다.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갈등상황이 발생하면 주치의나 환자 가족들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주치의가 본인의 신념에 따라 연명의료 이행을 거부할 경우 의료기관에서는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당 의사를 교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의료기관에서는 이행 거부를 이유로 해당 의사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법 제19조).

윤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5-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필수인원으로 의료인이 아닌 종교계, 법조계, 윤리학계 및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사람 2명 이상을 포함하게 되어 있다. 만약 적정 운영을 위한 전문성이 미흡한 기관의 경우, 다른 의료기관의 윤리위원회나 혹은 공용윤리위원회와 위탁협약을 맺으면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제언

앞에서 설명한 내용들이 잘 이해되었는지 한 가지 사례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 사례: 52세 여자가 말기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았다. 여러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점차 증상이 악화되던 어느 날 환자는 급성 폐렴으로 의식이 악화되었고 환자의 아들들은 면담에서 더 이상의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만약 당신이 환자의 담당 주치의라면 이후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자신이 해당 주치의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결정하였는가? 먼저 환자가 임종과정이라는 것을 판단하고자 했는가? 그렇다면 환자의 임상적 징후는 어떠할지 예상할 수 있는가? 만약 환자의 상태 판단이 어렵다면, 환자가 임종과정에 들어섰는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기준으로 대한의학회에서 제시한 내용을 참고할 수도 있다.

대한의학회에서는 임종을 예측할 수 있는 징후로 생체징후와 신경계 변수, 호흡양상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임종과정의 1) 생체징후로는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혹은 기존수치에서 8% 이상 감소하거나, 혈압 또한 수축기 20 mmHg 이상 혹은 이완기 10 mmHg 이상 저하되기도 한다. 분당 맥박수는 10회 이상이거나 안정된 상태에 비해 20%가 증가하기도 한다. 또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호흡수나 체온이 증가하기도 하고 노동맥(radial artery) 맥박이 소실되기도 한다. 2) 신경계의 변화로는 의식 수준이 변하고 목이 과신전될 수 있으며 동공반사가 소실되기도 한다. 또 성대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눈꺼풀이 안 닫히기도 한다. 3) 호흡의 변화도 특징적인데 체인-스토크스 호흡(cheyne-Stokes respiration)이 시작되고 천명(death rattle)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가 임종과정이라는 것을 판단한 후, 아들들과의 의사소통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지 생각하였는가? 만일 유산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의 의사를 가족이 적절하게 대변해 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해 줄 수 있는 가족이 없는 환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아직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특히 환자의 의사추정과 관련하여 지적장애인과 같은 취약한 집단을 대상으로 결정을 내릴 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 의사들은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꺼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한국 문화에서 그동안 생의 말기는 병원에서 마지못해 맞이하는 순간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연명의료법」의 시행을 맞아 생의 말기를 준비하는 모두의 자세가 바뀔 필요가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본인이 원하는 생의 말기 치료에 관한 주제로 평소에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본인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하기를 바라는지에 관한 단 한 번의 대화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본인의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둔다면 더 좋다. 의료진 특히 내과 의사는 임종 과정에서도 함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연명의료와 관련한 법률적 부분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와 더불어 ‘좋은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 의사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좋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그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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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A life-sustaining treatment plans.

Figure 2.

Implementation of determination to terminate life-sustaining trea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