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학술지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Unsolved Enigma of Publishing Korean Language Jour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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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2017;92(1):1-3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7 February 1
doi : https://doi.org/10.3904/kjm.2017.92.1.1
Department of Parasitology and Tropical Medicin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홍성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Correspondence to Sung-Tae Hong, M.D.  Department of Parasitology and Tropical Medicin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103 Daehak-ro, Jongno-gu, Seoul 03080, Korea  Tel: +82-2-740-8343, Fax: +82-2-765-6142, E-mail: hst@snu.ac.kr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의 교수 연구 업적 평가 기준에 SCI(E) 등재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우대 정책이 시작되더니, 2000년대에는 더욱 심화되어 지금은 SCI(E) 등재학술지 논문이 아니면 업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학문적 예속과 사대주의가 심화되어 거의 고착화된 셈이다. 국제화 시대에 무슨 사대주의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우리가 출판한 학술지에 낸 논문을 우리가 믿지 못하고 우리가 그 가치를 외국 학술지만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연구 업적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 의학은 물론 다른 과학 분야 전반에서 SCI(E) 광풍이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즉 국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도 SCI(E) 등재지가 아니면 학술지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된 것이다. 언제까지 그래야 하나? 이제는 학술지도 논문도 새로운 평가 기준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SCI(E)는 톰슨로이터스가 주관하는 Web of Science® 에 등재된 학술지 인용지수(Journal Impact Factor)를 근간으로 하여 구축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로, 과학 분야 학술지의 서열을 매겨놓은 Journal Citation Reports® 로 유명하다. 이 인용지수를 토대로 학술지뿐 아니라 논문 저자의 연구 역량 평가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아시아계 연합 사모펀드가 비싼 값에 인수하여 Clarivate Analytics® 로 명칭을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다. 과학계의 객관적 지표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지수이고 데이터베이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업성에 근거하여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SCI(E) 위주 국내 학술 업적 평가 기준에 따라서 국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도 여기에 등재되는 것이 숙원이 되었다. 국내 의학학술지 중에서 SCI(E) 등재지가 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이 1996년에, Yonsei Medical Journal이 1998년도,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가 1999년도에 등재되었다. 이러한 선두에 있는 국내 발행 영문 의학학술지가 하나씩 SCI(E)나 MEDLINE에 등재되는 것을 보고 여러 의학학술지들이 관심을 갖고 이러한 국제 색인지에 등재하기 위하여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다. 1996년에 결성한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약칭 의편협)가 글로벌 표준에 맞는 학술지 편집과 출판을 강조하고 널리 홍보하면서 국제 색인지 등재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었다. 대한내과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은 2012년도부터 등재가 결정되어 인용지수 2014가 1.360, 2015가 1.679로 해당 분야의 상위 2/4권에 들어 있다. 학술지 이름에 “Korean”을 당당하게 달고 등재된 것 역시 우리 의학계의 쾌거이다.

지난 10년간 SCI(E), MEDLINE, Scopus 등 국제 색인지 등재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문이 영문인 학술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여러 학술지들이 대거 영문 학술지로 전환하였다(Table 1). 원래 Web of Science나 PubMed 등 국제 색인지 등재 기준에 의하면 본문 언어가 국문이더라도 영문 초록, 도표, 참고문헌만 영문이면 적합한 학술지이다. 실제로 대한 진단검사의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Korean Journal of Laboratory Medicine이 국영문 혼용으로 2011년도에 등재되었으나 등재 후 2012년도 영문으로 전환하고 명칭도 Annals of Laboratory Medicine으로 변경하였다. 대한의사협회지가 국문 학술지이지만 등재되었다가 2013년도에 제외되면서 현재 국문 의학 학술지가 SCI(E)에 등재된 것은 없다. 미리 국제 규격에 맞추어 편집하면서 준비한 학술지들이 실제로 대거 2008-2013년도에 SCIE에 등재되었고 의편협 회원 학술지 중 2016년 말 현재 34종이 등재되어 있다. 이러한 국제 색인지 등재를 위한 변화에 따라 국문 학술지가 점점 감소하게 되었고, 2016년도 12월말 현재 의편협에서 운영하는 Korea-Med 등재 학술지 229종 중에서 국문 학술지가 103종(45%)으로 집계되었고 논문 편수는 더 줄어들어 전체 11,586편의 27.0%인 3,134편이 국문으로 출판되었다(Table 1) [1].

Number of journals and articles by language in the KoreaMed database, 2010-2016a

우리 연구 업적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에 영문 학술지가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말과 글이 의학 학술 활동에서 밀려나는 현상도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현재 규모가 큰 학회인 대한내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등은 국문과 영문 학술지를 모두 발행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회와 유방암학회는 원래 발행하던 국문 학술지를 영문으로 전환한 다음 국문 학술지를 새로 창간하였다. 즉 국제적인 학술 교류를 위하여 영문으로 학술지를 발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내 회원이나 독자를 위하여 국문 학술지도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학술지 발행에서 대상 독자를 구분하여 국문과 영문 학술지의 역할을 분담하는 좋은 예가 대한의사협회가 국문 학술지를 발행하고 대한의학회가 영문 학술지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문 학술지는 의협 회원 교육용으로 종설 위주로 편집하여 전 의협 회원에게 최신 의학 지견을 보급하고 영문 학술지는 원저 위주로 편집하여 국내 연구 업적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학술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영문 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는 주요 국제 색인지에 모두 등재되었고 2016년도에 국제의학학술지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회원 학술지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학술지 간 역할 분담을 잘 활용하여 학술지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비용 대비 효율을 높여야 한다.

2014년도 대한의학회 학회임원 아카데미에서 간행분과 토론 주제가 “국문 의학학술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 자리에서 여러 유형의 학술지 출판 사례를 소개하면서 내린 결론이 국문과 영문 학술지가 역할을 분담하여 공존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문 학술지는 국문 의학용어의 보급, 개발, 활용에 필수적이고 논문 작성의 기본 훈련을 위해서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국내 독자를 위한 의학 학술정보 공급원으로 그 역할이 막중하다. 실제로 의사 중에서 정보를 영문으로 직접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수의 의사가 국문으로 정보를 얻기 원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양질의 정보원을 유지할 책임이 학회나 학술 단체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규모가 작은 학회는 두 언어로 학술지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영문 학술지 하나만 발행하고 따라서 그런 학회 회원들은 국문 논문을 내기 어렵고 다른 유관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논문 원고가 충분하고 회원이 많은 학회라면 내과학회처럼 국문과 영문 두 개 학술지를 내는 것이 이상적이라 하겠다.

2016년 말 현재 국내에서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의 45%가 아직 국문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당분간 그 수준으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1]. 맡은 역할이 다르므로 국문 의학학술지를 영문 의학학술지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국제 색인지에 등재되지 않았다고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내 학술지는 국문 학술지로 역할을 충실하게 하도록 주문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평가할 일이다. 의학 학술 정보의 국내 소통을 위하여 국내 학술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하여야 한다. 국문 논문이라고 거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국문 학술지라고 여러 전문가의 편집과 정성이 없이 발행할 수 없다. 우리가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만큼 인정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References

1.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KoreaMed [Internet]. Seoul (KR):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c2017. [cited 2017 Jan 26]. Available from: https://koreamed.org/SearchBasic.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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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Number of journals and articles by language in the KoreaMed database, 2010-2016a

Year No.(%) of journals in
No.(%) of articles in
English Korean Total English Korean Total
2016 126 103 (45.0) 229 8,452 3,134 (27.0) 11,586
2015 111 104 (48.4) 215 8,287 3,763 (31.2) 12,050
2014 101 105 (51.0) 206 7,819 3,747 (32.4) 11,566
2013 91 114 (55.6) 205 7,201 4,199 (36.8) 11,400
2012 81 120 (59.7) 201 6,349 4,740 (42.7) 11,089
2011 60 130 (68.4) 190 5,583 5,401 (49.2) 10,984
2010 44 128 (74.4) 172 4,353 6,250 (58.0) 10,603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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