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Mycobacterium avium complex (MAC) 감염증은 후천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환자의 후기 합병증으로 흔하며[1] CD4+ T세포 수가 50 개/μL 미만일 때 파종감염으로 종종 나타나지만 복막염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2].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도 치료 순응도가 낮거나 HAART를 접할 수 없는 환자 혹은 약제 내성으로 HAART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MAC 감염이 발생한다[3]. 따라서 여전히 MAC 감염이 감별 진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본 증례는 41세 여자 AIDS 환자가 불규칙한 HAART 복용으로 인한 CD4+ T세포 수 감소 후 오한, 발열, 전신 쇠약 및 식욕저하와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생제 및 보존적인 치료를 하였으나 추후 MAC 복막염으로 진단된 예를 경험하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1세 여자가 입원 5개월 및 3개월 전에도 열, 오한, 근육통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주소로 입원하였다. 환자는 13년 전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을 진단받고 감염내과 외래 추적 관찰 초기부터 약물 치료를 임의로 거부하면서 불규칙적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였다. 2회 입원시 시행한 대장내시경에서 궤양 소견이 있었으나 생검으로 항산 염색 및 결핵균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8개월 전부터 1년간 임의로 중단되었던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재복용하였고 당시 CD4+ T세포 수 1개/μL, HIV RNA 673,280 copies/mL였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복용 3개월 후인 5개월 전 CD4+ T세포 수 8개/μL, HIV RNA 3,284,109 copies/mL였고, 3개월 전 CD4+ T세포 수 155개/μL, HIV RNA 10,579 copies/mL로 면역재구성증후군(immune reconstitution inflammatory syndrome, IRIS) 및 장염 소견으로 항생제 투여 후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퇴원 후 항생제를 복용하였으나 매일 밤마다 열이 지속되어 1주 만에 다시 입원하였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1010/μL, 혈색소 9.0 g/dL, 혈소판 335000/μL, 적혈구 침강 속도 135 mm/h, 알카리인산분해효소 293 U/L, C-반응단백질 12.79 mg/dL로 측정되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비장종대 및 복강동맥 주위와 대동맥 주위 림프절 비대 소견, 소장 장간막에도 다발성 림프절 비대가 관찰되었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특이 소견이 없었다. 장염 소견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며 열은 호전되었으나 추적 C-반응단백질은 큰 호전 소견이 없었으며 입원 이후 설사가 발생하였다. 림프종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골수 생검에서 골수세포 증가 이외에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만성 장염 소견이 관찰되었고, 임의 생검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 및 결핵균 중합효소연쇄반응 모두 음성 소견이었다. 복강경으로 대동맥 주위 및 장간막림프절 생검 결과(Fig. 1), 대식 세포의 침착과 대식 세포내 항산균이 관찰되었으며 결핵균 중합효소연쇄반응 음성 소견이었다. 결핵림프절염 소견으로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pyrazinamide를 복용하였고 약물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tenofovir/emtricitabine, raltegravir로 변경하여 투약하였다.
항결핵제 복용 후 호전되어 퇴원하였으나 식욕저하 및 전신 쇠약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발생하여 재입원하였다. 활력 징후 혈압 97/61 mmHg, 심박수 126회/분, 체온 36.8℃였고 혈액 검사에서 CD4+ T세포 수 0개/μL, HIV RNA 2,303,128 copies/mL로 측정되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대동맥 주위 및 소장 장간막림프절 비대는 이전과 차이가 없었으나 복강 내 소량의 복수가 새롭게 관찰되었다. 항생제를 투여하였으나 증상 호전이 없어 clarithromycin 단독 투여를 고려하였으나 오심, 구토로 약 복용을 거의 하지 못하였다. 입원 이후 복부 팽만 및 복통이 발생하였으며 신체 검진에서 복부 전반의 압통, 반동 압통이 관찰되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추적 검사(Fig. 2)에서 복수 증가가 관찰되어 진단적인 복수 천자를 시행하였다. 복수 천자 양상은 장액성, 복수 세포 수 650개/μL, 호중구 96%, 림프구 4%, 포도당 111 mg/dL, 총 단백 1.4 g/dL, 젖산탈수소효소 371 U/L, 알부민 0.3 g/L, 혈청 복수 알부민 차(serum ascites albumin gradient) 0.7 (< 1.1 g/dL),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 18.8 IU/L, 비결핵 항산 염색 1+, 비결핵 항산균 중합효소연쇄반응 양성 소견이 있었다. 복수 항산균 액체 및 고체 배양에서 모두 비결핵 항산균이 배양되었다. 배양 균주 식별 검사는 대한결핵협회에서 시행하였고 Mycobacteria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을 대상으로 특이적인 ITS 길잡이(ITS primer)를 사용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증폭 후 line probe assay (LPA) 방법으로 약 23종의 NTM 균종을 구분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을 사용하였다. 증례 환자의 복수 배양 검체로 line probe assay 시행시 hybridization control을 나타내는 1번째 line과 amplification control을 나타내는 2번째 line, Mycobacteria genus positive control을 나타내는 3번째 line 및 Mycobacterium avium을 나타내는 6번째 line과 일치하고 Mycobacteria genus negative control을 나타내는 line은 나타나지 않아 Mycobacterium avium으로 진단되었다.
입원 후 시행한 소변 및 가래 배양 검사에서 비결핵 항산균이 배양되었다. MAC 복막염 소견으로 기존 clarithromycin을 유지하며 rifabutin, ethambutol을 추가로 투약하였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raltegravir 및 abacavir/lamivudine으로 복용하였다. 투약 2주 후 시행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Fig. 3)에서 복수가 호전되었고 이후 전신 쇠약 및 식이가 호전되어 입원 3개월 후 퇴원하였다. 이후 환자는 악화 없이 규칙적으로 투약 유지하며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복막염은 파종 MAC 감염의 후기 증상으로 나타나며 복막염 진단 당시 다른 부위에도 감염이 있거나 다른 부위에 감염이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AIDS 환자에서의 MAC 복막염은 매우 드문 예로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으며 국외에서도 약 27예로 드물다[4-7].
Hosamirudsari 등[8]의 증례에서는 42세 AIDS 남자 환자가 3일간의 급성 복통, 변비 및 열을 주소로 입원하여 시행한 신체 검진상 복부 압통, 복막 자극 징후 및 장음 감소가 있었고 X선상 횡격막하 유리 공기(free air)가 관찰되었다. 수술 소견으로 천공과 동반된 맹장 종괴, 회장과 맹장의 가스 괴저, 복강내 다수의 림프절 비대 및 복강내 고름이 관찰되었다. 조직 생검으로 시행한 항산 염색상 항산균이 관찰되었고 이후 조직 생검에서 MAC이 배양되었다. 환자는 세균혈증 쇼크로 치료하였으나 사망하였다. 본 연구의 증례 환자와는 달리 이 증례의 경우 경과 기간이 짧고 소화기 증상을 주소로 입원한 점이 차이가 있었다. Rollhauser와 Borum [9]의 증례에는 42세 AIDS 남자 환자가 복부 팽만감, 하지 부종, 열로 입원하였다. 이전 입원시 시행한 혈액 및 대변에서 MAC 배양되었다. 복수 천자 검사에서 암죽 복수가 관찰되고 항산염색 양성 소견이 있었다. 이전 배양 검사를 참고하여 MAC 치료를 시작하였고 이후 복수 배양에서 MAC가 동정되었다. 이 경우에도 입원 초기 복부 팽만감의 소화기 증상이 있었고 이전 배양 검사 결과로 진단과 치료가 초기에 시행된 점이 본 증례와 차이가 있다. Wu 등[2]의 연구에서는 5명의 증례보고와 2008년까지 발표된 문헌상의 11 증례를 검토하였다. 이들의 HIV RNA 수치는 다양한데 비하여 대부분의 CD4+ T세포 수는 50개/μL 이하였다. 복수 이외에 9명 환자의 혈액 배양과 3명의 골수 배양에서 MAC가 배양되었다. 복수 천자에서 림프구의 비율이 더 우세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항산균 혈액 배양은 시행되지 않았고 복수 천자에서 호중구 비율이 우세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Ishikane와 Tanuma [10]의 증례에서는 1개월간의 열과 설사를 주소로 내원한 39세 남자 환자의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십이지장의 산발적인 황백색의 결절이 관찰되었고 생검에서 MAC이 배양되었다. 본 증례 환자의 경우도 내시경 생검을 시행하였으나 당시 균 증명은 되지 못하였다. AIDS 환자에서는 위장관에서 MAC 감염이 증례의 환자와 같이 초기 발현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내시경상의 위장관 MAC 감염을 초기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10].
본 증례에서는 비특이적인 증상을 주소로 입퇴원을 반복한 AIDS 환자가 MAC 복막염으로 진단된 사례를 국내에서 처음 보고하게 되었다. 추후 CD4+ T세포 수가 감소된 AIDS 환자의 복막염에서 MAC 감염을 중요 감별 진단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