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림프구성백혈병-표적치료의 시대
Chronic Lymphocytic Leukemia-Era of Targeted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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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is a unique indolent B-cell leukemia which is rare in Korea. Many patients with early stage CLL do not require immediate treatment, while those with advanced stage or symptoms need systemic chemotherapy. As our understanding about the pathophysiology of CLL increases, significant advances have been achieved in the treatment of this disease. Modern molecular genetics have been revealing remarkable heterogeneity of various genetic alterations and the corresponding prognostic stratification in CLL. The treatment of CLL had been developed from nitrogen mustard alkylating agent like chlorambucil to combination therapy including purine analogues like pentostatin and fludarabine until early 2000s. Since the introduction of targeted agent like anti-CD20 and anti-CD52 monoclonal antibodies in the treatment of CLL, the treatment outcome of CLL has leaped further. In conclusion, one of the current standard regimens in patients with untreated CLL is the combination of rituximab, cyclophosphamide and fludarabine. We recently passed the entrance for the era of targeted therapy, and are exploring various new agents and their combinations. (Korean J Med 2013;85:141-153)
서 론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은 기능 부전성 림프구가 단클론성으로 증식하는 질환으로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는 백혈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국가들에서는 가장 흔한 유형의 백혈병이나(3.9-6.5명/100,000명)[1,2], 국내에서는 전체 백혈병의 0.4-0.5%만을 차지하는 극히 드문 질환이다. 서구의 자료에 따르면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생연령의 중앙값은 72세 정도이고 65세 이상 고령인구에서의 발생률은 22-30명/100,000명으로 크게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남녀성비는 1.5-2: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인종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백인이 흑인보다 발생빈도가 높으며(3.9 vs. 2.8명/100,000명), 동아시아계 미국인의 경우 5배 이상 빈도가 낮고 유대계 미국인의 경우에는 비유대계 미국인에 비해 2배 정도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4]. 우리나라에서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역학에 대해서는 아직 잘 조사된 바는 없으나 3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던 단일기관 연구 결과상에서는 중앙연령이 61세로 서구에 비해 좀 더 젊은 연령에서 발병하였으며 남녀 성비가 1.4:1로 서양의 역학조사결과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질병의 희소성으로 인해 대규모의 전국적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5].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진행이 느리며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혈액암이나 근본적으로 완치는 어려운 질환이다. 많은 경우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경과관찰만 하는 시기를 상당한 기간 가지게 되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항암치료를 통해 높은 반응률을 보이나 소수의 환자는 재발/불응으로 인해 조혈모세포이식 등 공격적인 치료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초창기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는 알킬화 제제인 클로르암부실(chlorambucil)이 유일한 치료제였다. 이후 펜토스타틴(pentostatin), 플루다라빈(fludarabine)과 같은 퓨린 유도체가 치료에 도입되면서 괄목할 만한 치료성적의 향상을 이루었고 이후 또 다른 알킬화 제제인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와의 병합요법이 또 한 번 치료성적의 도약을 가져왔다. 1990년대 후반 리툭시맵(rituximab)이라는 인류 최초의 단클론항체가 도입되면서 현재 임상에서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았고 알렘투주맵(alemtuzumab), 오파투무맵(ofatumumab) 등 다양한 단클론항체가 치료에 도입되었다. 현재는 더 나아가 새로운 유형의 표적치료제인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들이 속속 임상에서 시험되고 있어 새로운 치료법의 발전이 목전에 있는 시기이다.
본 종설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드문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한 전체적인 개괄과 더불어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표적치료제로 넘어가는 치료의 최신동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진단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3개월 이상 말초혈액에 5,000개/μL이상의 단클론성 림프구가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없고 장기침범이 없는 경우에 림프구증식증이 기준보다 적다면 단클론성 B-림프구증식증(monoclonal B-lymphocytosis)로 생각할 수 있다.
단클론성 B-림프구증식증은 건강한 40세 이상의 일반인구에서도 약 3.5%까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단클론성 림프구증식증은 추후 매년 1-2%의 확률로만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7].
말초혈액에서 림프구증식증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혈구감소증이 있어도 이것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골수침범으로 인한 증상이라면 진단에 장애가 되지 못한다.
혈액도말상 압좌세포(smudge cell)가 전통적으로 알려져 있는 특징적 소견인데, 이러한 특징은 종양세포가 구조적으로 취약하여 도말시 쉽게 부서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가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림프구의 경도(rigidity)와 관련 있는 세포내 분자인 비멘틴(vimentin)과 상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8].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진단기준에는 International Workshop on CLL (IWCLL)에 의해 2008년에 개정된 진단기준이 널리 쓰이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림프구 개수가 최소한 3개월 이상 5,000/μL 이상이면서 말초혈액에 전림프구(prolymphocytes)가 55% 미만, CD19, CD20, CD23의 B-세포 표지자 중 한 개 이상이 양성이면서 CD5가 양성인 단클론성이어야 하고, 카파(kappa) 혹은 람다(lambda) 경쇄의 계열한정(lineage restriction)이 있어야 한다. CD20와 세포표면면역글로불린의 약한 발현도 진단조건의 하나이다. 기존의 진단조건중의 하나인 골수의 림프구가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대개 만족하지만 진단에 필수적은 아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여러 다른 림프구성 종양과 감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소포림프종(follicular lymphoma), 비장변연부림프종(splenic marginal zone lymphoma), 털세포백혈병(hairy cell leukemia), B 전림프구성백혈병(B prolymphocytic leukemia) 등이다. CD5 양성인 경우에는 외투세포림프종과의 감별이 중요하며 cyclin D가 외투세포림프종에서 양성이라는 점이 중요한 감별점이 된다. CD5 음성이고 CD10이 양성이라면 소포림프종, CD5와 CD10이 모두 음성이라면 CD25가 양성인가 음성인가에 따라 털세포백혈병과 비장변연부림프종을 구별하는 한 감별점이 될 수 있겠다.
병기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병기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라이(Rai) 병기[9]와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비넷(Binet) 병기[10]가 있는데, 림프구증가증과 림프절비대, 혈색소, 혈소판수치가 공통요소이며 라이 병기에만 있는 기준이 비장비대이다. 라이병기는 1987년에 예후인자 개수를 5개에서 3개로 줄이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Table 1).
예후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
기존의 병기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임상적인 예후인자들 외에도 환자의 예후와 치료 반응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여러 가지의 유전적 변이가 최근 들어 속속 밝혀지고 있다.
B세포 수용체 신호전달경로와 면역글로불린 중쇄 가변부위 돌연변이
B세포 수용체는 외부에서 항원을 받아들이는 면역글로불린 부분과 내부에서 신호전달과 관련되는 CD79a와 CD79b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세포내부 부위는 Syk이나 Lyn같은 세포내 활성 분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키나제들의 활성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세부아형별로 하위신호전달경로에 따라 다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약 50-70%에서 면역글로불린중쇄 가변부위(Immunoglobulin heavy chain variable region, IGHV)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면역글로불린 중쇄 가변부위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그 밖에도 면역글로불린 중쇄 가변부위 야생형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CD38, CD31, CD100, Plexin B1 (PLXNB1)등의 분자도 역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예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12].
염색체 변이 및 기타 돌연변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세포는 분열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G 밴딩 기술(G-banding technique)을 이용한 전통적인 염색체 검사법으로는 염색체 변이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형광제자리부합법(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FISH)로는 약 82%의 경우에서 염색체 변이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13] 따라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염색체 변이를 찾기 위해서는 형광제자리부합법과 같은 민감한 검사법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13q 결실로 약 55%의 환자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다음 순서로 12번 삼염색체성(trisomy 12)(18%), 11q 결실(16%), 17p 결실(7%) 등의 순으로 알려져 있다. 17p 결실의 경우 TP53 유전자와 연관되어 있고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기존의 항암 치료에는 잘 반응하지 않으나 알렘투주맵이 좋은 효과를 보임이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가장 흔한 13q 결실의 경우에는 관련되어 있는 원인 유전자가 무엇인지가 아직 알려져 있지 못하다가 최근 13q14 부위에 위치하는 mir-15a와 mir-16-1의 두 가지 마이크로 RNA (microRNA)가 연관되어 있음이 알려졌다[14,15]. 12번의 삼염색체성의 경우에는 아직 원인 유전자가 규명되지 않았고 11q의 경우 11q22-q23에 위치하는 Ataxia telangiectasia-mutated (ATM)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부에서 연관되어 있음이 현재까지 알려져있다[16].
전장 유전체 분석 기법이 도입되면서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91명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혈액 검체로부터 전장유전체 & 엑솜 시퀀싱(whole genome & exome sequencing)기법을 통해 유의한 9개의 유전자를 밝혀내었고, 기존에 알려진 TP53, ATM, MYD88, NOTCH1 외에도, ZMYM3, MAPK1, FBXW7, DDX3X, 그리고 SF3B1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도 찾아내었다. 이중 SF3B1 돌연변이는 11q 결실이 있는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며 불량한 예후와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17,18].
ZAP-70
제타관련단백-70(Zeta associated protein-70, ZAP-70)는 T 세포 수용체의 구성분자로 정상 T세포에 발현되는 단백질이며, 정상 B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분자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서 관찰되는 T 세포와 자연살세포(natural killer cell)에서의 ZAP70 발현은 높은 티로신 키나제 활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ZAP-70 발현이 되면 증식중심(proliferation center)에 접근이 용이하고 화학주성 이동 신호에 더 예민해지기 때문에 만성림프구성세포의 생존에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보다 공격적인 성격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19]. 최근 들어서는 불량한 예후인자로 생각되는 ZAP-70이 마이크로RNA의 일종인 miR-34b, miR-34c를 통해 TP53과 상호작용하고 더 나아가 miR-15a, miR-16-1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BCL2와 같은 단백의 발현과 세포자멸사(apoptosis)와 연결된 회로를 이루고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하였다[20].
치료
많은 환자들이 질병진행속도가 느리며 무증상인 상태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넷 병기 A나 B이면서 무증상인 경우와, 역시 무증상이면서 라이 병기 0, I, II인 경우에는 치료 없이 경과관찰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혈액학적 수치를 감시하면서 경과 관찰하는 것이 추천된다. 증상이 있거나 질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생각되는 아래와 같은 증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래와 같다.
최근 6개월간 10% 이상의 체중 감소
극심한 피로감
2주 이상 지속되는 백혈병과 관련된 발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야간 발한
진행성 골수 부전(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자가면역성 빈혈 혹은 혈소판 감소증
진행성 혹은 증상이 있는 비장비대증
증상이 있거나 심한 림프절비대증
림프구 증가속도가 빠른 경우(2개월 안에 50% 이상 증가하거나, 2배로 증가하는 속도가 6개월 이내일 때)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약의 선택은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발전되어 왔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근거를 이루는 무작위 배정 3상 임상시험들이 표 2에 정리되어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
단독치료
오랫동안 증상이 있는, 진행성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초치료 시 표준요법으로 사용된 약물은 알킬화 제제인 클로르암부실이었다[21]. 이후 펜토스타틴, 클라드리빈(cladribine), 플루다라빈을 위시한 퓨린 뉴클레오시드 유도체가 도입되었으며 이들 약물 단독만으로도 우수한 반응률과 완전반응률을 보여주었다[22]. 벤다무스틴(Bendamustine)은 1963년 동독에서 개발되어 오랫동안 동독에서만 사용되었다가 1990년대 이후 외부에 알려진 재발견된 약물로 구조적으로 알킬화 제제와 퓨린 유도체의 구조적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데, 역시 기존의 클로르암부실 단독 치료와 비교하여 우월한 효과를 나타내었다[23].
병합 치료
단독 치료보다 나은 효과를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 병합치료가 시도되었다. 그러나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독소루비신(doxorubicin), 프레드니손(prednisone)의 병합요법(CAP)은 플루다라빈보다 우월함을 입증하지 못하였다[24]. 이에 반해 플루다라빈(fludarabine, F)과 같은 퓨린 뉴클레오시드 유도체에 알킬화 제제인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C)를 추가한 병합요법(FC)은 가장 성공적인 예가 되었다. 독일 연구진에 의해 수행되었던 무작위 연구에서 이 FC병합요법은 기존의 F 단독과 비교하여 완전반응률 24% 대 7%, 전체반응률 94% 대 83%라는 유의한 치료 성적의 개선을 보여주었고 질병 무진행 생존기간 역시 F 단독군에서 20개월에 비해 48개월로 2배 이상의 성적개선을 가져왔다. 이 연구에서는 분자적 완전반응(molecular complete response, mCR) 역시 증가하였다[25]. 비슷한 시기에 영국 연구진에 의해서도 비슷한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FC 치료군(196명)의 치료성적을 F 단독 치료군(194명)뿐 아니라 클로르암부실 단독치료군(387명)과 서로 비교하였다. 각 치료군 순서대로 완전반응률은 38%, 15%, 7%였고, 전체반응률은 94%, 80%, 72%로 뚜렷한 치료성적의 개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3군 간에 전체생존기간의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한계를 또한 보여주었다[26].
그러나 최근 들어 벤다무스틴과 같은 다른 계열의 알킬화제제 및 단클론 항체와 같은 표적치료제 등 새로운 약물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약물들의 조합을 통한 복합항암화학요법들이 치료방법으로 도입되고 있다. 최근의 가장 두드러진 발전은 단클론항체의 도입인데, CD20을 표적으로 하는 리툭시맵과 CD52를 표적으로 하는 알렘투주맵이 그 대표적인 예로 뚜렷한 치료성적의 개선을 가져왔다.
표적치료제
리툭시맵+펜토스타틴+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PCR)
표적치료제 도입 전에 가장 진보된 형태의 복합요법이었던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와 퓨린 뉴클레오시드의 병합요법의 한 가지로 펜토스타틴과의 병합요법이 있었고, 여기에 리툭시맵을 병합하면 좋은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면역화학요법의 시대가 열렸다[27,28].
리툭시맵+플루다라빈+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R-FC)
퓨린 뉴클레오시드 유도체 중 현재 널리 사용되던 플루다라빈을 포함하는 FC 병합요법에 리툭시맵을 병합하여 치료하는 면역화학요법을 검증하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의 결과가 2010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임상시험에서는 409명의 FC군과 408명의 R-FC군을 무작위 배정하여 비교하였고, 3년 질병 무진행 생존율이 65% 대 45%로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요법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29].
최근의 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기법을 통한 지금까지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들의 비교분석결과에 따르면 알렘투주맵, 클로르암부실, 플루다라빈, FC, R-FC의 상호비교결과는 질병무진행생존율의 측면에서 R-FC이 가장 우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21].
리툭시맵의 단독 치료 또한 초기에 시도되었으나, 비호지킨림프종에서처럼 좋은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였는데, 이것은 CD20의 발현정도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떨어져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리툭시맵은 또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심각한 합병증 중 특발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30],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31], 적혈구무형성증[32] 등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또한 의의가 있다.
리툭시맵+벤다무스틴(R-B)
1963년 동독에서 개발되어 오랫동안 동독에서만 사용되었다가 1990년대 이후 외부에 알려져 재발견된 약물인 벤다무스틴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임이 알려지면서 R과의 병합치료가 독일 연구그룹에서 다기관 2상 연구로 시행되었다. 총 117명의 비넷 C 병기의 치료력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88.0%의 전체 반응률과 23.1%의 완전반응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세부아형 분석에서 17p결실이 있는 환자에서는 37.5%의 반응률만을 보여주어 불량한 예후를 가지는 17p결실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의 숙제가 남았다[33].
알렘투주맵
알렘투주맵은 CD52를 표적하는 사람단클론 항체로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과 병합하여 기존의 항암치료에 불응성으로 불량한 예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세부아형인 염색체 17p의 TP53 결실이 있는 환자군(초치료 환자 17명, 재치료 환자 22명)에서 질병 무진행 생존기간 11.8개월, 전체생존기간 23.5개월의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34]. 그러나 3도 이상의 혈액학적 독성이 67%에서 3도 이상의 감염이 51%에서 발생하여 치료에 따르는 독성의 문제가 고려 대상이 된다. 일례로, 현재의 표준요법인 R-FC와 알렘투주맵-FC를 비교하려 하였던 3상 연구는 도중에 알렘투주맵 병합군에서 심한 독성으로 인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조기 중단되었다[35].
오파투무맵(Ofatumumab)
CD20에 대한 사람단클론항체인 오파투무맵은 FC와 병합하여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초치료로서의 효과가 용량 비교 2상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되었는데, 최대 50%의 완전반응, 77%의 전체반응을 보여주었으며[36], 현재 기존의 병합요법과 오파투무맵을 병합한 요법을 비교하는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조혈모세포이식
일부 젊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여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도 또한 시도되었는데, 일부 성적의 개선을 보여주기는 하였으나[37,38] 생존의 증가를 보여주지 못하여 비판하는 시각도 많은 실정이다[39,40].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은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외국의 보고를 참조할 때 저용량 전처치 요법 후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경우 잠재적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치료방법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41].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는 퓨린 유도체 포함 치료 후 반응하지 않거나 12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 퓨린 유도체 병합치료 및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후 24개월 이내에 재발한 경우, 그리고 TP53 결실이나 돌연변이가 있으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을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의 적응증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42].
한국조혈모세포 은행협회와 병원조혈모세포이식 간호사 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이루어진 경우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1명의 환자에서였으며, 모두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었고 또한 모두 비혈연 간 이식이었다.
재발/불응성 환자 치료
플루다라빈과 같은 퓨린 유도체는 재발/불응성 환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리툭시맵과 같은 표적치료제에 노출되지 않았던 환자에서는 병합요법을 통해 더욱 좋은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43].
재발/불응 환자의 치료에서도 FC보다 R-FC가 우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며[44], 벤다무스틴 또한 단독 혹은 리툭시맵과의 병합요법으로 2차 선택약으로 시도되어 비교적 좋은 성적을 보고하고 있다[45,46]. 현재 리툭시맵이 1차 치료에서 이미 사용되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할 때 알렘투주맵과 같은 다른 표적치료제와의 병합요법도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알렘투주맵과 FC를 병합한 요법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의 결과는 재발/불응 환자에서도 완전관해율 30%, 질병무진행 생존기간 2년여(24.4개월)라는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43]. 그러나 이 역시 독성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고 거대세포바이러스 재활성화와 같은 감염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CD20에 대한 사람항체인 오파투무맵도 1차 치료로 시험되기 전에 재발/불응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먼저 시도되었었는데, 단독으로 사용되었음에도 50%의 반응률을 보여준 바 있다[47].
또한 새로운 CD23에 대한 새로운 표적치료제인 루밀릭시맵(lumiliximab)이 기존의 표준 요법인 R-FC에 병합하여 사용하는 1/2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R-FC에 병합하여 치료함으로서 재발/불응 환자군에서 완전반응률 52%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고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발현되는 표면분자인 CD19와 CD22에 대한 단클론 항체도 향후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이다[48,49].
또한,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는 약물들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발병에 중요한 인자인 B세포 수용체의 반응경로와 신호전달기작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들이다. B세포 수용체의 하위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중요한 효소로 Lyn, Syk, BTK등이 있는데, 이러한 효소에 대한 억제제들이 속속 초기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B세포 수용체 신호전달 체계에서 필수적인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ruton tyrosine kinase, BTK)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도 시도되고 있다. 비가역적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인 PCI-32765 (ibrutinib)는 세포실험에서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 하부의 신호전달 경로인 ERK1/2, PI3K, NF-kB를 억제시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세포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보여주었다[50]. 최근 재발/불응성 B세포 종양을 가진 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임상시험의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이중에 포함되었던 16명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모두에서 25% 이상의 종양부담의 감소를 보여준 바 있다[51]. Syk 억제제인 포스타매티닙(Fostamatinib)도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기대할만한 임상적 효용을 보인 바 있다[52].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가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재발/불응 환자에서 공격적인 항암치료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세포독성 항암제가 포함되지 않은 병합요법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과 같은 면역조절제가 한 예이며 리툭시맵과 레날리도마이드의 병합요법의 경우 플루다라빈이나 화학면역요법(chemoimmunotherapy)후 재발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여 전체반응률 66%, 완전반응률 12%의 성적을 보여준 바 있다[53].
리툭시맵에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병합하여 치료하는 병합요법 역시 재발/불응 환자에서 비교적 좋은 치료성적을 보여주었다[43].
반응평가
치료 후 반응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기준은 1996년 Cancer Institute Working Group (NCI-WG) criteria을 2008년에 International Workshop in CLL (IWCLL)에서 개정한 평가기준[54]이 가장 널리 사용되며 종양부담(tumor load)을 반영하는 A군(Group A)와 골수의 조혈기능을 반영하는 B군(Group B)로 구성되어 있다(Table 3). 또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도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는데, German CLL study group CLL8 trial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세잔존질환의 정도가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치료 후 미세잔존질환이 낮은 농도일 때 보다 긴 질병 무진행 생존기간 및 전체생존기간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었다[55].
결 론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백혈병의 하나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드문 백혈병의 하나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말초혈액에서 기준이상의 단클론성 림프구의 증식을 입증하여 진단하게 되며 진단되어도 증상이 있거나 진행된 병기가 아니라면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하는 것이 추천되는 질병이다. 항암화학요법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골수침범으로 인한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생기는 시점에서 고려하게 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는 전통적인 알킬화제제인 클로르암부실 단독치료에서 퓨린 뉴클레오시드 유도체 단독치료, 이후 복합치료로 발전하였고 최근 리툭시맵, 알렘투주맵과 같은 표적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도 표적치료의 시대를 열었다.
현재까지의 자료에 근거하여 볼 때 전신상태가 좋고 17p결실이 없는 환자에서의 1차 치료는 리툭시맵,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에 퓨린 뉴클레오시드 유도체 병합요법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인정을 받고 있는 R-FC병합요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불량한 예후를 가진 17p 결실이 있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경우에는 알렘투주맵이 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재발/불응성 환자의 경우에는 벤다무스틴과 같은 세포독성항암제 외에도 ofatumumab, lumiliximab과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단클론항체 및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면역요법제를 사용해 볼 수 있으며 조혈모세포이식 역시 한 선택지로 유효하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초기임상시험 중인 약물들 중 브루톤티로신 키나제 및 BCL2 등을 표적하는 소분자형태의 경구항암제들이 상당히 기대되고 있는 약물로, 2000년대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의 발전에 있어 표적치료제의 도입의 시기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금까지의 단클론항체가 아닌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와 같은 새로운 경구 항암제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인종적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역학적, 유전적 변이 및 예후의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이 서구의 경우와 다른지 여부는 거의 알려져 있지 못하여, 우리나라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서의 치료의 근거마련 및 guideline 마련이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