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수술 후 구역과 구토(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PONV)는 수술 후 통증과 함께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현재까지 계속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22-28% 환자에서 구역이 12-26%의 환자에서 구토 증상이 발생한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며, 회복 기간과 입원 기간을 연장시켜 환자의 만족도를 떨어트리고 의학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1,2].
본 종설에서는 최근까지 알려진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위험인자, 기전 및 예방과 관리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본 론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발생률
서구 선진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약 100명당 12.1-13.5명의 빈도에서 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매년 7,100만 명 이상이 마취를 동반한 수술을 시행받고 있다[3,4].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경우 일반적으로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약 30% 정도의 환자에서 나타나며,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발생률이 약 70-80%까지 증가한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는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위협적인 증상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탈수와 저칼륨혈증, 대사성 알칼리혈증과 같은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구역과 구토 시 발생하는 체내 압력의 변화는 시력의 소실, 상처의 회복 지연, 식도 파열, 혈종의 발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구역과 구토의 경우 흡입성 폐렴 등을 포함한 폐질환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기전과 병태 생리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구역을 유발하는 외부적 자극(통증, 감정, 성격 등)이 구심 신경을 통하여 뇌간에 위치한 구토 중추와 대뇌 피질에 영향을 주어 구역과 구토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또한 위장에서의 미주 신경의 자극 및 혈액-뇌장벽 밖에 위치하는 화학수용체 유발영역(chemoreceptor trigger zone, CTZ)의 구심성 자극이 뇌의 맨아래구역(area postrema)과 구역 중추에 작용하여 구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맨아래구역에는 아편유사물체 수용체, 도파민 D2 수용체, 세로토닌 수용체의 농도가 높고, 화학수용체 유발영역에는 아편유사물체 수용체, 도파민 D2 수용체, 엔케팔린(enkephalin)의 농도가 높으며, 이러한 신경수용체 영역은 약물, 전해질 이상이나 대사 이상 등의 자극에 의해 구토 반사를 일으키게 된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위험인자
수술 후 구역과 구토 발생의 위험인자에 대하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위험인자를 가진 군에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여성, 이전 수술 후 구역과 구토 또는 멀미의 병력, 비흡연 상태, 수술 후 아편계 약물 사용이다(Table 1) [7]. 위험인자들은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발생률을 독립적으로 증가시키며, 위험인자가 한 가지씩 많아질수록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발생률은 8-20%씩 증가한다(Table 2) [8].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마취와 관련된 위험인자로는 흡입제의 종류와 용량, nitrous oxide의 사용, 고용량의 근이완제의 사용이며, 수술 술기와 관련하여 긴 수술 시간과 복부 수술이 대표적인 요인이다. 위험인자는 항구토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하여 고위험군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예방을 시도할 수 있으나,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예방과 관리
비약물적 방법
수술 전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감소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의료진과의 교감을 쌓는 것이 예방에 중요하다[9,10]. 또한 수술 전후에 충분한 탄수화물의 공급 및 적극적인 수액 공급 역시 예방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11,12].
부분 마취가 전신 마취에 비하여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줄이고, 수술 중에는 흡입 마취제(특히 nitrous oxide)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정맥 투여를 통한 마취(특히 propofol)가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줄일 수 있다[13].
약물적 치료법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줄이기 위한 약제는 수용체에 작용하는 종류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고 대부분 미주 신경의 말초 부위 또는 최하위 부분에 작용하며, 도파민 길항제,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성제, 스테로이드제, 세로토닌 수용체 억제제, NK1 길항제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Table 3) [19].
도파민 길항제
Metoclopramide는 수술 후 구역과 구토의 예방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도파민 길항제(benzamides 계)로, 중추 및 말초의 도파민 D2 수용체에 작용한다. 고용량의 사용은 추체외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구역과 구토 예방을 위하여 25-50 mg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20].
Droperidol은 중추의 도파민 D2 길항제(butyrophenone 계) 약제로 수술 후 구토와 구역을 억제하는 약제로 사용되며, 3시간 이내의 짧은 작용 시간을 가지고 있어 수술이 끝날 때 투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일부 환자에서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용 후 3시간 동안은 심전도 모니터링을 필요로 한다[21]. Haloperidol 역시 도파민 D2 길항제(butyrophenone 계)로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부정맥 발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며, 특히 미국에서는 정맥 정주보다는 근육 점주에만 사용이 허가되어 있다. 부정맥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들은 보통 hERG (Human ether-á-go-go related gene)를 전사하는 부분의 돌연변이를 가진 군에서 QT 간격의 연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22].
항히스타민제
수술 후 구역과 구토에 주로 사용 되는 항히스타민제는 diphenhydramine, dimenhydrinate, cyclizine, promethazine이 있다. 이 약제들은 화학수용체 유발영역보다는 고속핵(nucleus tractus solitarius)의 히스타민 H1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항히스타민은 진정 효과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수술이 마치기 직전에 주면 회복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19]. 항히스타민제의 효과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며, 다른 약제에 비하여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항콜린성제
Atropine과 scopolamine은 대뇌 피질과 뇌교에 분포하는 무스카린 수용체를 억제하여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tropine의 효과는 현재까지 논란이 있으나 scopolamine은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copolamine의 경피 투여는 약의 짧은 반감기를 극복하고 약동학적으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으로 수술 후 24시간 이내의 구역과 구토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작용으로는 구강 건조, 위장 기능의 감소, 동공산대, 어지러움, 심박동수의 증가가 알려져 있다[24].
스테로이드제
Dexamethasone은 예전부터 항암 치료에 따른 구역과 구토의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작용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나, 동물 모델에 의하면 고속핵의 억제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현재 추천 용량은 마취 유도시에 5 mg을 투여하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25].
세로토닌 수용체 억제제(5-HT3 수용체 길항제)
세로토닌 수용체 억제제는 수술 후 구역과 구토 예방에 현재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26]. 세로토닌은 구역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5-HT3는 수용체의 자극은 화학수용체 유발영역과 미주신경 말단에 작용하여 구역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7].
Ondansetron, dolasetron, granisetron과 palonosetron 같은 항 구역제는 선택적인 5-HT3 수용체 길항제로 모두 효과는 비슷하게 나타나고, 두통 및 장운동 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제들이지만 이들은 QT 기간 연장과 부정맥(torsade de pointes)을 유발하여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Palonosetron은 가장 최근에 개발된 세로토닌 길항제로 아직까지 QT 연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0.075 mg의 저용량으로도 수술 후 72시간 동안 구역과 구토를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8].
Neurokinin-1 수용체 길항제
Substance P는 neurokinin-1 (NK1)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여 고속핵에서 신경전달을 감소시킴으로써 수술 후 구역과 구토를 예방한다. FDA에서 승인받은 첫번째 NK1 수용체 길항제는 aprepitant으로 임상 연구에서 효과적인 수술 후 구역과 구토 예방 효과를 나타내었다[29]. 최근에 추가적으로 rolapitant과 casopitant가 연구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FDA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 NK1 수용체 억제제는 항히스타민제 같은 진정 작용이 없으며, 세로토닌 수용체 억제제에서 발생하는 QT 연장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