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파종성혈관내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는 혈소판, 혈액응고인자들의 과소모로 출혈을 일으키는 병적인 상태를 말하며, 그 원인으로는 감염, 악성 종양, 간부전, 심한 화상, 산과질환 등이 있다.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는 Fine 등[1]이 박리성 대동맥류와 DIC 관계를 보고한 이후 수십 예의 보고[2-8]가 있었으며 국내에도 Yoon 등[9]이 보고한 예가 있다. 발생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혈관내벽의 변화로 인해 혈액응고계가 활성화되어 응고인자가 과소모 되어 발생한다는 가설[10] 등이 있다.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대동맥박리의 수술을 고려하지만 출혈 위험성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 또는 수혈을 통한 응고장애 교정 및 항응고제 등의 약물치료법이 있다. 이러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경우 최근 단백질분해효소제를 투여가 시도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의 치료는 2예의 보고[7,8]가 있을 뿐이며 국내에 보고된 예는 없다.
저자들은 64세 여자 환자에서 A형 대동맥박리로 상행대동맥 수술 후 남아 있던 하행대동맥의 만성 B형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로 저분자량헤파린을 통한 보존적 치료 중 뇌출혈이 발생하였고, 지속되는 DIC 치료 위해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를 사용하여 호전된 예를 국내 첫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64세, 여자
주 소: 전신의 반상출혈
과거력 및 현병력: 환자는 1998년 급성 A형 대동맥박리(Fig. 1A)로 상행대동맥치환술을 시행 후 특이 증상 없이 외래 추적 관찰하던 중 2006년 9월 쉽게 멍이 드는 증상과 잇몸 출혈로 외래 내원하였다. 검사실 결과 fibrinogen 142 mg/dL, FDP 80 ug/dL, D-dimer 25.8 ug/mL로 출혈성 경향을 보였다(Table 1). 컴퓨터 단층촬영상 상행대동맥은 인조혈관으로 치환되어 있었으며, 대동맥활과 하행대동맥의 잔류 B형 박리성 대동맥류(직경 42 mm)의 거짓내강(false lumen)에는 다량의 혈전이 형성되어 있었다(Fig. 1B). 만성 박리성 대동맥류에 동반된 DIC 진단하에 저분자량헤파린 피하주사 치료하면서 경과관찰 시행하였다. 환자는 그 후에도 수 차례 자연적인 반상출혈 및 엉덩이, 대퇴부, 종아리 등의 혈종으로 간헐적인 신선냉동혈장 수혈과 지속적인 enoxaparin 60 mg 2일에 한번 피하주사 치료를 받아 왔다. 2009년 3월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좌측 편마비 호소하여 본원 응급실 내원하였다.
가족력: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으며 어머니는 당뇨와 고혈압 치료를 받았다.
신체 검사 소견: 신체징후는 혈압이 125/54 mmHg, 맥박 분당 76회, 체온 36.4℃였고, 의식은 혼미하였다(Glasgow coma scale E3V1M5). 눈 주위, 턱, 어깨, 팔, 가슴 및 복부에 반상출혈을 보였다.
검사 소견: 말초혈액 검사상 백혈구 10,890/uL, 혈색소 8.5 g/dL, 혈소판 53,000/uL의 소견을 보였다. 혈액응고검사에서 prothrombin time 17.7 sec, APTT 38.8 sec, fibrinogen 66 mg/dL, D-dimer 16.6 ug/mL이었다(Table 1). 혈액화학 검사에서 total bilirubin 1.5 mg/dL, albumin 3.5 g/dL, AST 25 U/L, ALT 26 U/L, BUN 27.2 mg/dL, creatinine 0.8 mg/dL이었고, 전해질 이상은 없었다.
영상학적 검사소견: 뇌 컴퓨터 단층촬영상 두개내 출혈 소견 보였다(Fig. 1C). 흉복부대동맥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상행대동맥의 대동맥박리 수술부위 및 대동맥활부터 우측 온엉덩동맥까지의 대동맥박리는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2006년 CT 소견에 비하여 하행대동맥의 잔류 박리성 대동맥류의 최대 직경은 45 mm로 증가되었고, 거짓내강 내의 혈전도 증가되었다(Fig. 1D). 혈전은 거짓내강 내부의 공간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로 컴퓨터 단층촬영상 Hounsfield units (HU)은 57-89 HU으로 오래된 혈전과 신선혈전(fresh thrombus)이 섞여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치료 및 임상경과: 신선냉동혈장 3 units, 혈소판 8 units 수혈 후 응급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 시행하였다. 수술 후에도 신선냉동혈장과 혈소판 수혈을 계속하였으나 출혈성 경향 및 전신의 반상출혈은 지속되었다(Fig. 2A-2D).
응고인자 및 혈소판의 수혈로 치료되지 않는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 악화로 판단하여 수술 후 11일부터 nafamostat 100 mg/day 정맥주사 시행하였다. Nafamostat 정맥주사 시행 후 DIC 검사결과 점차 호전되면서(Table 1), 눈 주위 및 전신에 걸친 반상출혈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Nafamostat 정맥주사 치료 21일째 nafamostat에서 경구투여 가능한 camostat 600 mg/day로 변경하였다. Camostat으로 변경한 이후에도 DIC 호전되는 추세 보였으며 눈 주위 및 전신의 반상출혈은 거의 소실되었다(Fig. 2E-2H). 환자의 임상경과 및 치료에 따른 검사결과의 변동을 그림 3에 표시하였다. DIC의 근본 원인인 만성 대동맥박리에 대해 추후 수술 또는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하기로 하고 치료 25일째 퇴원하였다.
고 찰
DIC는 다양한 임상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소모성 응고증(consumption coagulopathy)으로 감염, 악성 종양, 간부전, 심한 화상, 산과질환 등의 원인과 연관되어 있다.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는 대동맥박리의 드문 합병증으로서 1967년 박리성 대동맥류를 가진 환자에서 출혈성 경향을 보인 것을 Fine 등[1]이 최초로 보고한 이후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에 대하여 전 세계적으로 약 40예의 보고가 있다.
본 증례는 A형 대동맥박리 수술 후 남아있던 B형 대동맥박리의 거짓내강 내의 국소성혈관내응고(localized intravascular coagulation)에 의한 전신적인 DIC가 발생한 예로 전신의 자연적인 반상출혈 및 혈종의 발생에 대하여 항응고제 및 응고인자 수혈로 치료해 오던 중 두개내 출혈이 발생하였고, 기존 치료로는 출혈성 성향의 호전이 없어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로 사용하여 치료한 국내 첫 보고 예이다.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 발생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Ten Cate 등[10]은 급성대동맥박리 직후 발생하는 급성 DIC의 원인은 대동맥박리로 노출된 내피밑조직(subendothelial tissue) 또는 혈전생성물질로 인해 혈액응고계가 활성화되어 응고인자가 소모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Nakajima 등[2]은 A형 대동맥박리 수술 후 발생한 만성 DIC의 발생기전은 거짓내강 내의 난류(turbulent flow)로 인해 응고인자가 파괴되어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특히 DIC 발생은 박리된 대동맥의 길이보다는 늘어난 직경과 더 연관되었을 것이라 보고하였다. 본 증례에서 환자는 급성 A형 대동맥박리의 상행대동맥 수술 후 하행대동맥에 잔류 만성 대동맥박리가 있었고, 거짓내강의 3분의 2정도 혈전이 차지하면서, 혈전의 양상이 컴퓨터 단층촬영상 오래된 기질화혈전과 신선혈전이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거짓내강 내에 혈전이 지속적으로 형성 → 용해 → 형성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 몸의 응고인자를 과도하게 소모하여 소모성 응고질환에 의한 DIC가 발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DIC는 대동맥박리의 거짓내강이 완전히 혈전으로 채워지거나 대동맥박리의 유입부(entry site)와 재유입부(reentry site)가 유지되어 거짓내강 내로 혈류가 자유로이 흐르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본 예에서와 같이 재유입부는 막혀 있어 혈전은 형성되고 유입부로는 지속적으로 혈류가 유입되어 혈전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될 경우 DIC가 호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동맥박리와 연관된 DIC의 치료는 수술적 방법과 약물요법이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DIC의 원인 질환인 대동맥박리를 교정하는 것으로 대동맥박리에 대한 수술[3,8] 또는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11] 치료 후 DIC가 호전된 보고가 있다.
약물 치료는 원인 질환의 치료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나 수술이 어렵거나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약물 치료로는 첫째, 결핍된 혈소판 및 응고인자를 수혈로 보충하여 주거나 둘째, 응고인자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출혈성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를 투여하여 혈전형성 억제를 통한 응고인자의 소모를 막는 방법이 있다. 항응고제로는 헤파린, 저분자량헤파린, 와파린, 아스피린 등이 사용된다[5-7]. 하지만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는 출혈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만성 DIC에서 출혈이 있는 환자에서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이견이 많다. 본 증례에서도 만성 DIC가 있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저분자량헤파린을 사용하였으나 수 차례 자연적인 반상출혈 및 엉덩이, 대퇴부, 종아리 등의 혈종이 재발하였다. 즉 저분자량헤파린 치료로 출혈성 경향의 조절이 안 되었을 때 근본적인 치료인 대동맥박리에 대한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을 보다 일찍 시행했더라면 뇌출혈과 같은 치명적인 출혈성 합병증 예방이 가능하였을 수도 있다.
본 증례의 두개내출혈과 같이 활동성 출혈로 인하여 항응고제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기존 치료에도 불구하고 출혈성 경향이 지속될 경우 단백분해효소억제제가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백분해효소억제제로는 nafamostat mesilate, gabexate mesilate, camostat mesilate 등이 있다. Nafamostat mesilate의 작용 기전은 thrombin, plasmin 같은 serine 단백분해효소 및 활성형 응고인자(XIIa, Xa), 보체(C1r, C1s), kalikrein 그리고 trypsin을 억제하여 섬유소분해(fibrinolysis)를 억제함으로써 DIC 발생을 막는 것이다. 특히 약물작용에 있어 antithrombin III가 필요하지 않고, 헤파린과 달리 직접적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며, 혈액 내에서의 약물 반감기가 헤파린보다 짧아 출혈 위험이 적으면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고칼륨혈증 등 합병증이 있고 약물효과가 일시적이고 치료 중단 후 DIC가 다시 악화되기도 하며 장기간 투여하기 좋은 경구형 제제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Yamamoto 등[8]은 만성 대동맥박리를 가진 환자에서 수술 전 nafamostat를 사용하여 DIC를 효과적으로 조절한 후 대동맥치환술을 한 예를 보고하였다. Miyahara 등[7]은 수술 불가능한 박리성 대동맥류에 의한 만성 DIC의 급성 악화된 환자에서 nafamostat를 사용하여 DIC 조절한 예를 보고하였다. 본 증례에서도 단백분해효소억제제인 nafamostat 정맥 내 투여 후 반상출혈 및 혈액응고 검사결과가 현저히 호전된 양상을 보였고 이후 경구투여 가능한 camostat으로 변경 후에도 응고검사 및 임상증상 호전은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