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악성 종양은 임신의 약 0.1%에서 발견되는데 결혼과 임신의 평균나이가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발생률은 점차 더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1]. 임신한 여성에서의 폐암 발생은 매우 드물어 저자들이 검색한 바에 의하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44예가 보고되었고, 국내에서는 1예만이 보고된 바 있다[2]. 국내 여성에서 폐암 발생률은 전체 악성 질환 중 5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률은 2위에 해당 한다[3]. 증가하는 여성 흡연 인구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여성에서의 폐암은 증가할 것이며 임신한 여성에서의 폐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폐암은 자각 증상이 늦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며 이로 인해 수술적 치료보다는 복합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게 되는데, 임산부에서의 폐암은X-선 촬영 등의 방사선학적 검사가 용이하지 않아 특히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36세 초임부에서 발생한 폐암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환 자: 여자, 36세
주 소: 3일간 지속된 기침
현병력: 환자는 초임부로 임신 중 특이 증상 없다가 임신 29주에 3일간 지속된 기침과 우측 경부 종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과거력, 가족력 및 사회력: 결핵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부모 형제 중에 악성종양의 병력은 없었고 흡연력 또한 없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당시 만성 병색을 띄고 있었으며 혈압 110/80 mmHg, 맥박 95회/분, 호흡수 30회/분, 체온 38℃였다. 우상부의 거친 호흡음 및 수포음이 청진되었으며 우측 빗장 위 림프절 및 좌측 경부 후위에 2 cm 가량의 단단하며 누름 통증이 없는 종괴가 촉지되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 검사상 백혈구 16,500/uL 혈색소 10.9 g/dL 혈소판 301,000/uL이었고 생화학검사에서는 락트산탈수소효소 556 IU/L, 알카리성 인산분해효소 334 IU/L로 증가한 소견 외에 특이 소견 없었다. 객담 세균 배양 및 객담 항산균 도말 검사는 음성이었다.
방사선학적 소견: 흉부 엑스선상 우상부의 종괴 및 무기폐가 관찰(Fig. 1)되었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는 우상엽에 7.5 cm의 종괴와 이로 인한 무기폐가 관찰되었다. 이 종괴는 상대정맥과 종격흉막을 침범하고 있었으며 우측 빗장 위 림프절과 경부 후위 림프절의 종대가 관찰되었다(Fig. 2).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조영 증강되는 다수의 전이 결절이 관찰되었으며, 출산 후 시행한 양전자방출단층(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촬영상 폐 우상엽의 종괴와 다수의 림프절 및 골 전이 소견이 관찰되어 병기는 T4N3M1b에 해당되었다(Fig. 3).
기관지 내시경 검사 소견: 우측 주기관지 원위부에 기관지 외부에서 눌려서 발생하는 점막 상승이 관찰되었다. 우상엽 기관지 기시부에 확실한 기관지 내 종괴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우상엽 기관지 전체가 기관지 외부의 종괴에 의해 눌려서 완전 폐쇄되어 있었다.
병리 조직학 소견: 경기관지폐생검에서 종양은 선세포암 소견을 보이고 있었으며 면역화학염색상 creatine kinase-7 및 thyroid transcription factor-1 양성으로 원발성 폐암에 합당하였다(Fig. 4).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receptor, EGFR) 변이는 엑손 18, 19, 20, 21에서 모두 음성이었다.
경 과: Cefoperazone과 sulbactam 투여 후 발열 증세가 소실되고 백혈구 증가증이 감소하면서 환자의 상태는 안정화되었다. 상대정맥 증후군이나 뇌전이로 인한 신경학적 증세는 없었지만 폐암 4기 및 폐렴 재발 등을 고려하여 즉각적인 출산 및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 방안에 대해 산부인과 및 소아과 협진을 시행하였으며 환자 및 보호자와 상의하였다. 하지만 환자가 태아의 폐성숙이 완료되는 임신 34주까지 임신을 유지하기를 강력히 희망하여 응급 상황 발생 시 제왕절개술의 가능성을 환자 및 보호자와 논의한 후 산모를 면밀히 관찰하며 임신 34주에 예정제왕절개술을 시행하기로 예정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임신 30주에 저산소증 소견을 보이면서 비수축검사상 태아곤란 현상이 관찰되어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다. 응급 제왕절개술 시행 후 태어난 아기의 아프가(Apgar) 점수는 4점, 6점이었고, 저산소증 증세를 보여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태아는 출산 2주 후 패혈증 증세가 관찰되어 기관내삽관 및 항생제 치료 등을 시행 받았으며 출산 3개월 후 정상적인 상태로 퇴원하였고 현재 타병원 소아과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임상적으로 산모로부터 폐암의 전이가 의심되는 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2주간 뇌 전이에 대한 방사선 치료(300 cGy × 10회; 총 3,000 cGy)를 시행했으며 그 후 1차 약제로 cisplatin-pemetrexed을 투여하였다. 1차 항암 치료 1회 시행한 후 중성구 감소증및 열이 발생하여 그 이후에는 pemetrexed 단독으로 2회 더 투여하였다. 반응평가로 시행한 흉부 CT상 폐암이 진행하여 2차 약제로 gefitinib을 투여하였으나 폐암은 점차 진행하였고 폐렴, 급성 신부전 등이 발생하여 진단 95일째 사망하였다.
고 찰
임신 중 발생하는 폐암의 증상은 정상인의 폐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증상 및 징후는 원발성 종양 및 전이암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의 비특이성과 임신으로 인한 방사선학적 검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본 환자의 경우에도 입원 3주 전 골 전이로 인한 허리통증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으나 임신 및 체중 증가로 인한 통증으로 판단하였고 추가적인 방사선학적 검사는 임신 중이라 시행하지 않았다.
임신한 여성에서 가장 추천되는 폐암 진단 방법은 자기공명영상으로 흉부 엑스선에 비해 민감도가 높고 흉부 CT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PET 및 골스캔의 경우, 태아에게 방사선 물질이 전달될 가능성이 있어 임신 중에는 피할 것을 권유한다[4]. 조직 검사의 경우 초음파나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시행 가능하나, 기관지 내시경의 경우 안전성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임신 후기에 태아에 대한 안녕 감시를 같이 하면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5].
폐암은 빠르게 진행하는 질환으로 발견 당시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일반인에게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이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나, 산모인 경우에는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의한 기형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상당한 의학적, 윤리적 문제가 존재하며 해당 산모는 극심한 심리적 고뇌를 맞이하게 된다[6].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임신 1기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은 유산 및 기형 발생과 연관성이 높으며 임신 2, 3기의 경우, 일반 인구와 위험도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임신 30주 이상의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32-34주에 출산을 한 후 치료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1]. 백금에 기초한 항암제(cisplatin, carboplatin)의 경우, 임신한 난소암 및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투여를 하고 있으며 carboplatin이 더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Etoposide, vinorelbine, paclitaxel, docetaxel, gemcitabine, pemetrexed에 대한 보고가 많지는 않으나, vinorelbine과 taxane은 임신한 유방암 환자에서 임신 및 태아와 관련된 이상 징후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gemcitabine과 pemetrexed는 항암성 대사억제제로 기형 유발 가능성이 높다[6,7]. 따라서 증례 환자의 경우, 임신한 상태에서 2종 항암화학요법(carboplatin-paclitaxel)을 시행할 수 있었으나 이미 폐암 4기이고 진단 4주 후에 태아의 폐 성숙이 완료된다는 점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임신 중 항암화학요법을 거부하였으며 산부인과 및 소아과와의 협의 및 문헌고찰 후 폐 성숙이 완료되는 임신 34주에 제왕절개술을 시행하고 복합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1].
Bevacizumab, cetuximab, erlotinib, gefitinib과 같은 표적 치료제는 최근 들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태아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임신 초기에서 투여한 기록은 erlotinib 1예 밖에 없어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표적 치료제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8].
임신 중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의 경우, 정신 지체 및 장기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0.1-0.2 Gy에 노출될 경우에 발생하며, 태아와 충분히 떨어져 있고 차폐 장치를 사용할 경우에는 고용량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도 이 값에 도달하지 않게 된다. 임산부의 뇌 전이에 대한 방사선학적 치료는 차폐 장치를 사용하였을 경우에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임산부의 방사선학적 치료는 응급 상황에서만 시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6,9]. 본 환자의 경우, 비록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더라고 뇌 전이에 대한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나, 환자가 임신 중의 방사선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여 출산 후 치료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많은 여성들이 늦게 출산함에 따라, 임신과 연관된 악성 종양의 발생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더욱 흔해지고 있다. 임신 중 발견된 폐암의 경우, 임신을 성공적인 출산으로 이어가는 것과 산모의 치료 간에 윤리적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환자 개체가 둘이라는 점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10]. 대부분의 경우, 산모가 본인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되나, 정확하고 편중되지 않은 의학 정보를 제공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시각 및 전문적 분과 접근이 필요하며 의사는 환자에게 실보다는 득을 갖다 준다는 윤리적 기준에 기초해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6,10]. 임신한 여성의 경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암 환자의 치료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담당 의사에게 윤리적 고민거리를 안게 한다. 임신 초기의 경우, 임신 중절이 한 방편일 수 있으며의사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종용할 수 있다. 암이 진행할 경우, 산모의 사망으로 인해 아기가 한 명의 부모만 갖게 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임신 중절이 치료율을 높인다는 확고한 증거는 없으며 질환의 중함으로 인해 다시 수태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초기 임신 환자에서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항암제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산모에게 치료의 자율성이 있는 만큼, 모든 결정은 의사들로부터 다학제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산모가 최종적으로 내려야 하며, 의사가 어떤 결정을 종용하여서는 안 된다[1,6]. 임신 3기에 비소세포폐암이 진단된 경우, 태아의 폐 성숙이 완료되는 34주에 제왕절개술을 통한 출산을 시행하고 항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으며 폐암의 아닌 유방암이나 림프종에서도 태아의 폐 성숙을 위해 기다린 예가 있다[1]. 본 증례의 경우에도 산부인과와 협진을 통해 산모와 보호자들과 상의하였으며, 원발성 폐암 4기이나 응급한 증상이 없었던 점, 진단 시 태아의 폐 성숙까지 기간이 약 4주 정도 남았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여 환자와 보호자들이 4주를 기다린 후에 제왕절개술을 시행하고 항암 치료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임신 30주에 산모의 저산소증으로 인해 태아의 안녕이 저하되어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고 그 후에 추가적인 진단 검사 및 복합항암요법을 시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