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만성 신부전은 점진적인 신장 기능 상실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삶의 질, 경제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주목 받고 있다[1]. 미국에서는 이미 2005년 투석 또는 신이식을 받은 환자가 500,000명으로 보고되었으며 2020년에는 800,000명으로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2]. 또한 이러한 추세는 영국, 유럽 각국에서도 보고되고 있는 바이다[3].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는 신장 기능 상실로 인한 여러 대사산물들이 체내에 축적되어 요독증을 일으키며 요독증으로 인해 이차적인 생리 변화 및 체내 기관 장애가 일어난다.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의 호로몬 축 이상 및 말초 갑상선 호로몬 대사 장애도 요독증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보이는 이차적인 적응성 기능 저하증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흔히 발견되는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의 이차적인 적응성 기능 저하증(sick euthyroid syndrome)은 혈청 T4, T3, free T4, free T3의 감소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차적인 갑상선 기능 변화는 과도한 기아 상태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단백질 대사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인체의 적절한 반응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4].
이차적인 적응성 기능 저하증(sick euthyroid syndrome) 외에도 만성 신질환에서는 원발성 갑상선 질환(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 결절, 갑상선종, 갑상선암)의 빈도가 정상인보다 높다는 사실은 여러 역학 조사에서 이미 밝혀진 바이다[5]. 최근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가 신기능 저하에 반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6]. 아이오딘 과다 섭취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도 투석 환자에서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7] 및 신이식, 투석 후의 갑상선 기능 변화에[8]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신기능 저하에 따른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빈도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국립중앙의료원 내원 중 갑상선 검사와 신기능 검사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갑상선 호로몬 변화 및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빈도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대상
2006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립중앙의료원 종합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환자 2201명, 최근 3년간 신장 내과 외래에서 갑상선 검사를 받은 투석이 요구되지 않는 만성 신부전 환자 54명, 인공신장실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최근 2개월 내 입원이 요구되는 급성 또는 만성 질환 및 악성 종양의 증거가 없는 만성 신부전 환자 64명, 총 2,319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방법
대상 환자는 6시간 동안의 공복상태를 유지한 후 정맥혈을 채혈하였고, 채혈 즉시 혈청을 분리하여 검사를 시행하였다. 혈청 T3, Free T4, TSH, creatinine, total cholesterol, triglyceride, HDL-cholesterol, glucose 기저치를 측정하였고, 투석 환자는 투석 직전에 채혈하였다. 혈청 T3, Free T4, TSH (T3-CTK, fT4-CTK, TSH-CTK, DiaSorin, Saluggia, Italy)치는 각각 방사선면역측정법(radioimmuno assay, RIA), 면역방사계수측정법(immunoradiometric assay, IRMA)으로 검사하였으며 creatinine, glucose, total cholesterol, HDL, triglyceride치는 UniCel DxC 800 synchron clinical System (BECKMAN COULTER, Brea, California, USA)를 이용하여 enzymatic 방법으로 측정되었다.
신장 기능과 갑상선 질환의 분류
신장 기능은 추정 사구체 여과율(MDRD-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수치에 따라서 분류하였다[GFR (mL/min/1.73 m2) = 186 × (serum creatinine [mg/dL])−1.154 × (age [years])−0.203 × (0.742 if female) × (1.21 if African American)].
추정 사구체 여과율에 따라 90 mL/min/1.73 m2 이상을 I군, 60 mL/min/1.73 m2 이상 90 mL/min/1.73 m2 미만을 II군, 60 mL/min/1.73 m2 미만을 III군, 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 IV군으로 분류하였다.
결 과
대상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49.45 ± 13.16세(19-84세)였으며 이 중 여성이 1,008명(43.4%) 남성이 1,311명(56.5%)이었다. 평균 추정 사구체 여과율은 91.09 ± 26.96 mL/min/1.73 m2 (3.54-235.14 mL/min/1.73 m2), 평균 T3는 147.98 ± 28.75 ng/dL (11.01-614.00 ng/dL), 평균 free T4는 12.35 ± 3.16 pg/mL (0.97-61.30 pg/mL), 평균 TSH는 2.52 ± 3.50 mL/u (0.01-124 mL/u)이었다.
갑상선 기능 검사상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는 248명(10.7%),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는 19명(0.8%), 정상 환자는 2,052명(88.5%)이었다. 추정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신기능 분류는 I 군이(90 mL/min/1.73 m2 이상) 1,228명, II 군이(60 mL/min/1.73 m2 이상 90 mL/min/1.73 m2 미만) 925명, III 군이(60 mL/min/1.73 m2 미만) 102명, IV 군이(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 64명이었다.
신기능 분류에 따른 4개 군의 특징의 보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위험 요소로 알려진 age, sex, fasting glucose, triglyceridem total cholesterol, HDL-cholesterol에서 각 군 간에 불균등한 분포를 보으며(p value < 0.001), 특히 age, fasting glucsoe가 ESRD로 진행할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TSH는 I 군(2.42 ± 2.00 mL/u), II 군(2.50 ± 4.40 mL/u) III 군(3.60 ± 7.02 mL/u), IV 군(3.06 ± 2.85)으로 III 군에서 유의하게 높으며(p valve: 0.007), free T4는 I 군(12.25 ± 3.35 pg/mL), II 군(12.76 ± 2.58 pg/mL), III 군(12.13 ± 4.50 pg/mL), IV 군(8.94 ± 2.02 pg/mL), T3는 I 군(151.47 ± 29.41 ng/dL), II 군(149.63 ± 22.63 ng/dL) III 군(122.79 ± 34.26 ng/dL), IV 군(97.35 ± 16.55 ng/dL)으로 IV 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p value < 0.001).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I 군에서 135명(11.0%), II 군에서 89명(9.6%), III 군에서 16명(15.3%), IV 군에서 8명(12.5%)으로 각 군 간에 유의한 차이점은 보이지 않았다(p value: 0.250). 하지만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I 군에서 6명(0.5%), II 군에서 5명(0.5%), III 군에서 4명(3.9%), IV 군에서 4명(6.3%)으로 추정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유병률이 선형관계를 보이고 있었다(p value < 0.001, Fig. 1).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나이, 고지혈증(total cholesterol, triglyceride), 당뇨(fasting glucose), 성별과 함께 사구체 여과율을 다중회귀분석한 결과 나이(60세 < vs. ≧ 60세)에 따른 명백한 갑상선 기증 저하증 위험도는 1.625 (p value = 0.330), 성별(male vs. female)에 따른 위험도는 2.773 (p value = 0.042), fasting glucose (< 126 mg/dL vs. ≥ 126 mg/dL)에 따른 위험도는 0.585 (p value = 0.499), total cholesterol (< 240 mg/dL vs. ≥ 240 mg/dL)에 따른 위험도는 0.385 (p value = 0.362), triglyceride (< 200 mg/dL vs. ≥ 200 mg/dL)에 따른 위험도는 0.821 (p value = 0.797), 사구체 여과율(> 60 mL/ min/1.73 m2 vs. ≤ 60 mL/min/1.73 m2)에 따른 위험도는 9.002 (p value < 0.001), 사구체 여과율(per unit increased)에 따른 위험도는 0.981 (p value 0.010)으로 사구체 여과율과 성별이 유의하게 연관성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고 찰
본 연구에서 신기능에 따른 갑상선 호로몬 수치 변화는 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이차적인 적응성 기능 저하증의 전형적인 low T3, T4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연구에서 언급된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점진적인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 증가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만이 사구체 여과율 감소에 따라 유의하게 증가 양상을 보였다.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전체 인구에서 3%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여러 원인이 있으나 그중 아이오딘 결핍 및 자가 면역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12].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T3, T4의 감소를 TSH증가로 보상하고 있는 상태로 TSH가 증가되어 있으면서 T3, T4는 정상 범위인 경우를 말한다. 전체 인구에서는 3-8% [13-15], 60세 이상의 노인 및 여성에서는 20%의 유병률을 보이며 대부분의 아무 증상 없이 갑상선 초음파 상에는 미만성 저에코성 갑상선종, 항 갑상선 항체 양성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16-18].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마찬가지로 아이오딘 결핍 및 자가면역으로 인한 경우가 흔하며 그 외에 약물 유발성 갑상선염, 방사선 치료 후 갑상선염, 아급성 갑상선염, 산후 갑상선염 등의 원인이 있다[19]. 자연 경과상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관상동맥 질환, 말초 동맥 질환과 연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내피세포 기능, 혈압, 지질대사에 영향을 주고 심혈관계 질환의 잠재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하여 그 예후와 치료 여부에 대하여 연구 중이다[20].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의 갑상선 기능 이상, 갑상선종, 원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다[21-25]. 게다가 그중에서는 동반된 갑상선 호로몬 이상이 만성 신부전 환자의 독립적인 심혈관계 사망률 예측인자라는 연구결과도 있다[23-25]. 기저 병인으로는 아이오딘 대사 장애, 자가 면역성, 갑상선 호로몬 대사 장애 및 말초 감수성 변화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이오딘 배설 장애와 아이오딘 갑상선 침착이 갑상선종, 원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 증가의 원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과도한 아이오딘이 체내에 축적되면 일반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유발되나 만성 질환 환자, 신생아, 정상 갑상선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환자에서는 Wolff-Chaikoff 효과가 계속 지속됨으로써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유발된다[26]. 또한 이러한 현상은 가역적인 상태로 아이오딘 섭취 제한에 갑상선 기능이 회복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27].
최근에는 사구체 여과율에 반비례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Michel 등의 연구에서는 투석 치료가 필요 없는 경한 만성 신부전에서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가 증가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사구체 여과율 감소에 따라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Michel 등의 연구에서는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가 제외되었으며 또한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빈도 역시 제외되었다[28]. 이에 본 연구에서는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포함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두 군으로 나누어서 빈도를 구하였다.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첫째, inulin이나 iothalmate를 이용하여 정확한 사구체 여과율을 구하지 않고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이용하여 신기능을 추정하였다. 둘째,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 조사를 위한 자가항체 측정 및 요중 아이오딘 농도 등의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셋째, 환자들의 정확한 과거 질환(갑상선 질환) 및 현재 복용 중인 갑상선 질환 약물,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넷째, 타 연구와 비교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위험 요소인 성별비, 나이, 고지혈증, 당뇨 등이 각 군에 따라 불균등하여 이로 인해 선택 바이어스가 생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감소에 따른 명백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 증가 소견은 관찰되었지만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빈도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아이오딘 과다 섭취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원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도를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만성 신부전 환자의 초진시에 갑상선 기능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 및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여러 가지 제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수정된 방법의 연구가 필요하며 또한 향후 만성 신부전에 동반된 갑상선종, 원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대한 경과 및 치료 여부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