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감염성 동맥류(mycotic aneurysm)는 Osler에 의해 1885년에 규정되었다. 이는 감염에 의한 동맥벽 손상 후 야기되는 이차적인 동맥의 이상비대를 말하며, ‘mycotic’이란 단어가 진균 감염증에 의함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1]. 감염성 동맥류의 흔한 원인으로는 포도알균, 살모넬라균이 있으며 결핵은 드문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2].
저자들은 결핵성 복막염 치료 중에 복강 내 림프선염에 의한 대체된 간동맥(replaced hepatic artery)에 발생한 간동맥류를 경험하였으며 간동맥류의 십이지장과의 누공(fistula) 형성에 의한 출혈을 간동맥 색전술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28세 남자가 3주 전부터 악화되는 복통과 오심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7개월 전 복통과 열을 주소로 타 병원에 내원하여 대장내시경, 복부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결핵성 복막염이 의심되는 소견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조직검사 시행하여 결핵성 복막염으로 진단받았다. 당시 복막 조직검사 소견은 건락성 괴사를 동반한 만성 육아종성 염증(chronic granulomatous inflammation with caseating necrosis)이었으며 복수 검사에서 adenosine deaminase 92.1 U/L, 백혈구 900개/mm3 (림프구 53%, 호중구 28%) 소견으로 외부병원에서 항결핵약을 투여 시작하였다. 이후 체온이 정상화되었으며 복통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항결핵제 복용하며 외래 추적관찰 중 내원 5개월 전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상 복수의 양이 감소한 소견으로 항결핵약 투약을 유지하며 경과관찰하던 중 내원 4개월 전부터 복통이 악화되어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본원 내원하여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상 결핵성림프절염이 악화된 소견 관찰되었으며(Fig. 1A and 1B), 흉부전산화단층촬영상 양측 상엽에 소엽중심성 결절과 동공 형성이 관찰되었으며 반복적인 객담 항산균 집균도말 및 배양검사는 음성이었으나, 결핵균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에서 양성이 확인되었다. 항결핵제 내성 또는 역설적 치료반응(paradoxic response)을 고려하였으나 중합 효소 연쇄 반응 양성인 객담 검체에서 시행한 rpoB gene 검사에서 약제 내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Pyrazinamide는 3개월 이상 복용한 상태로 pyrazinamide를 제외한 나머지 3제 요법(isoniazid, ethambutol, rifampin)을 유지하며 외래 경과관찰 중 내원 3주 전부터 점차 심해지는 오심과 복통을 주소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과거력: 특이사항 없었다.
가족력: 특이사항 없었다.
사회력: 특이사항 없었다.
신체 검사 소견: 혈압 120/75 mmHg, 맥박수 80회/분, 체온 36.6℃, 호흡수 18회/분으로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다. 경부 검사상 촉지되는 림프절 비대는 없었으며 흉부 청진 소견상 이상소견은 없었다. 복부는 부드럽고 장음은 정상이었으며 촉진상 복부 전반에 걸친 경도의 압통이 있었다. 반발 압통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2,200개/mm3, 혈색소 11.3 g/dL, 적혈구 용적 35%, 혈소판 382,000개/mm3이었고, 생화학검사 소견상 총 단백 7.7g/dL, 알부민 3.6 g/dL, AST/ALT 31/20 IU/L, 총 빌리루빈 0.5 mg/dL, ALP 78 IU/L, BUN/Cr 13/0.8 mg/dL, CRP 5.8 mg/dL이었다. 혈액 응고 인자 검사는 정상이었고, 소변검사 및 심전도 검사결과도 정상이었다.
방사선 소견: 단순 복부 X-선 검사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으며, 내원 한달 전 외부에서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다량의 복수, 복강 내 림프절의 비대, 복막의 비후소견이 관찰되었다.
임상경과: 응급실 내원한 당일 흑색변을 2회 보았으며 이에 대해 내원 1일째 위내시경을 시행하였다. 위내시경에서 식도 및 위는 정상소견으로 관찰되었고, 십이지장의 2분지 부에 누공과 궤양이 관찰되었으나 활동성 출혈은 관찰되지 않아 내시경 검사를 종료하였다(Fig. 2A).
내원 2일째 심한 복통과 등으로 방사되는 통증을 호소하여 복부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하였다. 복부전산화단층촬영상 복강 내 림프절의 크기가 증가한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한달 전에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대체된 우간동맥(replaced right hepatic artery)에 약 4 cm 가량의 동맥류가 관찰되었다(Fig. 1C).
혈색소의 지속적인 감소와 흑색변 소견으로 내시경을 다시 시행하였다. 위내시경상 십이지장 1분지 부에 궤양이 있으며 궤양저가 매우 깊으며 내부에 누공이 관찰되며 내시경 관찰 도중 궤양 저부에서 동맥출혈로 생각되는 활동성 출혈이 있어 내시경적으로는 지혈이 불가능하여 검사를 중단하였다(Fig. 2B). 활력징후가 불안정하여 응급 지혈을 위하여 혈관 조영술을 시행하였으며 명확한 출혈 병소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관찰되었던 동맥류가 출혈 병소로 고려되어 코일 색전술(coil embolization)을 시행하였다(Fig. 3A and 3B). 색전술 시행 이후 환자 상태가 호전되었고, 더 이상의 출혈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시술 10일 후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동맥류의 크기가 감소한 양상이었다(Fig. 1D). 색전술 시행 이후 AST/ALT 157/248 IU/L, 총 빌리루빈 0.5 mg/dL, ALP 144 IU/L, r-GT 180 IU/L로 상승하였으나 수일 내 정상화 되었다. 이후 항결핵약으로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moxifloxacin, streptomycin을 한달 동안 투여하였으며, 퇴원 이후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moxifloxacin 복용하며 외래 추적관찰 중 퇴원 2달여 시점에 오른쪽 복벽의 만져지는 덩어리를 주소로 재입원하였다. 8 cm 가량의 만져지는 덩어리에 대해 역설적 치료반응(paradoxical response)에 의한 농양으로 판단하여 배액술을 시행하였으며 증상 호전된 상태로 퇴원하였다. 농양에서 시행한 항산균 집균도말 및 배양검사는 음성소견이었다. 항결핵제 2년간 복용 후 중지하였으며 치료 중단 후 2개월인 현재까지 특이 증상없이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감염성 동맥류(mycotic aneurysm)란 감염에 의한 동맥벽의 손상이 야기하는 이차적인 동맥의 이상비대이다. 항생제 이전 세대에서는 감염성 동맥류는 감염성 심내막염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3]. 현재에는 효과적인 항생제들의 개발로 인하여 감염성 동맥류는 드물게 되었다[1]. 감염성 동맥류의 흔한 원인으로는 포도알균, 살모넬라균이 있으며 결핵은 드문 원인으로 현재까지 100여 예가 보고되어 있고 한국에는 6예 보고되었으며, 이는 모두 대동맥의 동맥류이다[4-8]. 결핵에 의한 감염성 동맥류의 경우는 대퇴부동맥[9]이나 폐동맥[10] 이외의 주동맥(major artery)을 침범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쇄골하동맥[11], 경동맥[12], 총장골동맥[13], 신동맥[14] 등에서 발견된 증례 보고들이 있다. 이 중 결핵이 원인이 된 간동맥류는 매우 드물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몇 예 밖에 보고된 바가 없다[15-17].
본 환자의 경우 해부학적 변이인 대체된 우후간동맥(replaced right posterior hepatic artery)에 동맥류가 생겼다. 대체된 우후간동맥은 우후간동맥이 상장간막동맥에서 분지하는 구조를 칭하며 1% 가량에서 발견된다[18]. 본 환자의 경우 우후간동맥의 감염성 동맥류였고, 이에 대해 선택적인 색전술을 시행하였으며 우전간동맥과 좌간동맥에서 혈액을 공급받음으로 인해 시술 이후 간기능 저하가 적었다.
간동맥류는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이며 감염성 동맥류 환자의 경우에는 종종 열이나 오한,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가 있다. 동맥류는 일반적으로 점차 크기가 커지게 되며 감염성 동맥류의 경우에는 크기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간동맥류의 증상은 드문데 이는 간동맥류가 깊은데 위치하며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다수의 환자의 경우 동맥류가 파열됨으로써 비로소 진단이 된다[19]. 간동맥류는 일반적으로 복강 내나 담도 내로 파열되며 때로는 십이지장 내로 파열이 되기도 한다.
간동맥류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동맥류 파열로 인하여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며 따라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의 방법으로는 원인 감염질환에 대한 항균제 치료와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으며 간외 간동맥류는 수술적 치료, 간내 동맥의 경우에는 혈관조영술을 통한 색전술이 가능하다[20]. 결핵에 의한 감염성 동맥류는 크기가 빨리 커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항결핵제 치료와 함께 수술적 또는 시술이 필요하다. 본 증례의 경우 동맥류의 원인이 결핵이었으며, 동맥류가 십이지장과 누공을 형성하여 출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이에 대해 응급으로 색전술을 시행하였다.
이번 증례는 결핵성 복막염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복통을 주소로 내원하여 치료 중 대체된 간동맥에 감염성 동맥류가 발견되었고 성공적인 색전술을 시행한 경우이다. 이는 역설적 치료반응으로 복강 내 림프절이 커지면서 생긴 감염성 동맥류로, 드물게 발견되는 질환이지만 본 증례의 경우처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이에 대한 증례와 문헌고찰을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