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비알코올성 지방간(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은 음주로 인한 간손상과 무관하지만 조직학적으로 알코올성 간 질환과 유사한 소견을 보이는 질환으로 단순지방간(simple steatosis)에서 염증반응이나 섬유화를 동반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더 나아가 간경변증, 간세포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하는 간 질환이다. NAFLD는 비만, 인슐린 저항성,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동반되는 대사증후군의 간내 발현(hepatic manifestation)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서구화되는 식생활, 운동량 부족,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해 최근 꾸준히 증가, 성인 인구의 15~25% 정도까지 보고되고 있어 추후 만성 간 질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된다1). 최근 NAFLD와 다른 내과적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본 종설에서는 NAFLD가 다른 내과적 질환들에 미치는 영향과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심혈관 질환 (NAFLD and cardiovascular disease)
NAFLD 존재 자체만으로 심혈관계 질환 발생위험이 증가하며 이것은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제2형 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유의하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NAFLD 발현이 대사증후군 진행의 초기에 시작되어 간내 인슐린저항성에 기여하고 질환이 진행될수록 전신적인 인슐린 저항성 상승에 기여한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NAFLD에 동반될 수 있는 숨겨진 대사성 위험인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기전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점점 NAFLD의 독립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상경화성 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표지자인 경동맥내중막두께(carotid artery intima-media thickness, IMT)가 정상군에 비해 NAFLD 환자에서 증가하고2-4), 동맥경화의 초기지표이며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상(endothelial dysfunction)을 보여주는 상완동맥의 내피세포의 혈관확장능력(brachial artery endothelial flow-mediated vasodilatation)이 당뇨병이 없는 NAFLD 환자에서 감소하는데 이것은 NAFLD의 조직학적 증등도와 비례한 반면,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인슐린 저항성 및 다른 대사증후군 인자들과 독립적인 것으로 나타나 의미가 있다5-7). 또한, 죽상경화의 중요한 표지자인 관상동맥 석회화와 관련하여 석회화가 심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만, 고혈압,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이 없는 NAFL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NAFLD군이 정상군에 비해 관상동맥 석회수치가 높고 NAFLD의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있어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8). 최근 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예측인자로 관심을 받는 아포지질단백 A-I (ApoA-I)와 아포지질단백 B-100 (ApoB)의 비율(ApoB/A-I ratio)은 인슐린 저항과 지방대사이상을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을 평가하는 임상지표로 알려져 있다9-11). 전당뇨병 환자에서 ApoB/A-I ratio와 NAFLD의 연관성을 본 국내 연구에서 전당뇨병 환자에서 NAFLD 발생과 ApoB/A-I ratio 증가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NAFLD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일 수 있음을 뒷받침해 주었다12). NAFLD 유무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의 연관성을 보는 연구에서 NAFLD가 있는 당뇨병 환자가 NAFLD 없는 당뇨병 환자에 비해서 관상동맥 질환(23.0 vs. 15.5%), 뇌혈관 질환(17.2 vs. 10.2%), 말초혈관 질환(12.8 vs. 7.0%)의 발생이 더 많았고,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만이나 다른 예후인자와는 독립적으로 NAFLD가 있는 환자에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 빈도가 높았다13).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서의 NAFLD의 역할을 입증하는 명확한 작용기전은 없지만 몇 가지 가설들이 제안되고 있다. 첫째, NAFLD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청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 이상지질혈증을 증가 및 악화시켜 죽상경화를 가속화 시키고14) 둘째,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에 의한 간 손상과 사이토카인 발생 및 만성적, 잠재적 염증의 증가로 죽상경화가 악화되며15-17) 셋째, 항동맥경화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져 있는 adiponectin의 감소와 pro-atherogenic factor의 증가로 인해 죽상경화를 진행시킬 수 있다18,19). 종합하면 NAFLD는 죽상경화성 질환의 조기 지표로서 대사증후군의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을 높이는데 전통적인 위험인자와는 독립적으로 연관성이 있고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어 NAFLD 환자에 접근함에 있어 간 질환적 측면과 심혈관계 질환의 동반 가능성까지 살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만성콩팥병 (NAFLD and chronic kidney disease)
미세알부민뇨는 당뇨병 환자에서 사구체 손상의 조기 표지자이며, 혈관 질환과 신병증(nephropathy)의 발생의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다. 정상 알부민뇨 배설은 하루 30 mg 이하로 미세알부민뇨는 소변내 배설율이 20 μg/min에서 199 μg/min으로 정의하며 24시간 소변검사에서 배설되는 알부민 양으로는 30~299 mg/24 hr, 알부민/크레아티닌 비는 30~299 μg/mg에 해당한다20). 인슐린 저항성 상승은 미세알부민뇨 발생의 중요한 병리기전인 신장 내피세포 손상을 유도하고 미세알부민뇨를 동반,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발생을 증가시킨다21-23). 이런 결론은 NAFLD가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NAFLD가 없는 환자에 비해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더 높다는 역학조사결과를 토대로 시작되었는데24)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는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Gamma glutamyl transferase (GGT) 값이 증가된 NAFLD 환자에서 대사성 증후군과 관계없이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증가되었고25), 새롭게 진단된 전당뇨병 환자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NAFLD가 미세알부민뇨의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서 NAFLD와 미세알부민뇨의 연관성을 보여주었다26). NAFLD가 만성콩팥병을 유발시키는 확실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간에서 생성되는 reactive oxygen species, TNF-α, IL-6, PAI-1과 같은 염증성 싸이토카인 등의 분비증가가 관련이 있다27,28). 하지만 NAFLD와 만성콩팥병 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에 아직까지 임상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앞으로 NAFLD가 신 질환의 발병과 진행 및 악화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만성 간 질환 (NAFLD and Chronic liver disease)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및 지방간염의 유병률은 각각 40~86%와 5~18%로 알려져 있다29,30). NAFLD가 만성 C형 간염에 의한 간섬유화 진행을 조장하고 인터페론 반응률을 낮추는데 이는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간내 지방축적 때문으로 생각된다31,32). 이런 현상은 HCV 유전자형에 따라 다르며 특별히 제3형 유전자형이 관계가 있다32). 섬유화를 진행시키는 기전에 대해 인슐린 저항성이 작용하고 있고, TGF-β, leptin, TNF-α 등의 섬유화 촉진 싸이토카인이 간성상세포 증식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33,34).
NAFLD의 유병률이 높아짐에 따라 일부 진행 가능한 고위험군에서 간경변증 발생 증가가 예상된다. NAFLD 환자의 병리학적 경과를 평균 3.2년 동안 살펴 본 연구에서 37%는 섬유화가 진행되었고, 34%는 유지되며 29%는 호전을 보였는데 그 중 3~5%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했다35). 다른 연구에서는 초기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소견을 보인 경우 15~22% 정도로 높은 확률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했다36,37). 현재까지 간경변증의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가장 흔한 원인으로 NAFLD를 고려해야 하며 다른 원인의 간경변증 환자와 비교하여 비만,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임상양상이 더 흔하게 보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국내 NAFLD 진행의 기전은 고도비만 인구가 많은 서양환자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유전적, 환경적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나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간세포암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에서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에서 간암 발생률은 4~7%로 보고되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기전으로 지방간 자체의 영향이 다른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보다 더 우월하게 작용한다. 즉, 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혈증에 의한 활성 산소, 지질의 과산화, 지방산의 축적이 발암요소로 생각되며 이 역시 NAFLD의 병태생리와 관련이 있다. 현재까지 NAFLD는 바이러스 간염 및 알코올 같이 잘 알려진 간암 위험인자에 비해 상대적 위험도는 낮지만 향후 중요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많아 예방과 조절을 위해 연관 인자들의 연구가 필요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대사증후군 (NAFLD and metabolic syndrome)
NAFLD 환자의 약 90%에서 대사증후군 요소 중 한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고 약 33%는 대사증후군의 진단 기준을 만족하며38), 역으로 대사증후군은 NAFLD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39). 대사증후군 발생에 있어 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혈증을 기전으로 하는 것과 같이 NAFLD의 발병기전에도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40). 특히 중심성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 및 NAFLD와 명확한 관련이 있고 비만은 알코올 소비와 관계 없이 지방간 유병률을 높이며41) 간섬유화를 진행시키는 독립적인 예측인자다42,43).
특별히 제2형 당뇨병은 NAFLD의 발병 및 진행 정도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 중 약 50% 이상에서 NAFLD가 존재한다41). 당뇨병뿐 아니라 전당뇨병(내당능 장애, 공복혈당장애)에서도 NAFLD가 관련이 있고, 제2형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NAFLD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41). 당뇨병 및 NAFLD 환자의 사망률 상승에 두 질환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어 이들 질환의 치료에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44).
혈중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은 인슐린 작용에 의해 조절되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있을 때 혈중 중성지방 증가와 HDL 콜레스테롤의 감소 소견이 보인다. NAFLD 환자에서 혈중 중성지방치 증가와 HDL 콜레스테롤이 의미있게 감소하였는데45) HDL 수치가 감소되어 있는 경우 NAFLD 발병 위험이 약 2배 이상 된다고 한다46). NAFLD 환자를 5~8년간 관찰한 코호트 연구들은 제2형 당뇨병, 전당뇨병, 고지질혈증, 고혈압발생이 증가되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는 비만이나 대사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주목할만하다47-49). 특별히 비만에 의한 영향보다도 NAFLD 동반유무가 수년 후 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 발생을 예견하는데 보다 강력한 예측인자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향후 다른 인자를 제어하고 독립적 NAFLD의 영향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NAFLD는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명확한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