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론
1. 대장암의 유전학적 발생 기전
종양이 형성되는 기전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자연적인 확률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이들 돌연변이로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 선택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율이 증가하는 유전체 불안정에 의하여 종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전체 불안정에는 염색체 불안정(chromosomal instability)과 미세위성 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이 있다.
염색체 불안정은 대장암의 80~85%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유전체 불안정이며, 홀배수체(aneuploidy)와 같은 염색체 복제 수와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고 유전자 발현을 광범위하게 변화시켜 주위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성장을 조절함으로써 세포가 생존해 나가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1).
미세위성 불안정은 DNA의 염기-염기 불일치 시 교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불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 유전체 내에는 짧은 길이의 서열이 반복되는 미세위성이 산재해 있다. 이들 반복적인 서열에서는 일부 서열이 결손되거나 삽입되기 쉬운데 이러한 경우 MSH2, MSH6, MLH1, PMS2 등과 같은 불일치 유전자들이 작동하여 복구하게 된다. 그러나 불일치 복구 유전자들의 장애가 있으면 결손되거나 삽입된 서열이 유지되면서 반복적인 염기서열을 포함하고 있는 유전자에 돌연변이(frameshift mutation)를 일으킨다2). 선천적인 불일치 복구 시스템의 불활성화는 유전성 대장암 증후군의 하나인 Lynch 증후군(hereditary non-polyposis colon cancer; HNPCC)의 원인이며 산발성 대장암(sporadic colon cancer)의 15%에서 불일치 복구 시스템에 체세포 불활성화(somatic inactivation)에 의한 미세위성 불안정이 관찰된다. 미세위성 변이유발 경로에서 주로 발견되는 돌연변이는 TGF βRII, activin type II receptor (ACVR2), BAX, SEC65 (a human homologue of a yeast DnaJ-like endoplasmic reticulum translocon component potein gene), AIM2 (an interferon-inducible gene), MSH3, MSH6, RIZ (the retinoblastoma protein-interacting zinc finger gene), CDX2 (an intestinal homeobox factor) 등인데 이러한 돌연변이들은 선종에서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미세위성 불안정은 세포의 생물학적 활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이러한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대장암을 유발하게 된다. 미세위성 불안정 대장암은 미세위성 안정 대장암과는 다른 임상적 병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근위부대장에 주로 발생하고 미분화형의 비율이 높으며 산발성인 경우 고령의 환자와 여자 환자에서 호발한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에서 염색체 불안정과 미세위성 불안정은 역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불일치 복구 시스템이 결손되어 있는 대장암들은 대개 두배수체이며 불일치 복구 시스템이 보존되어 있는 대장암은 홀배수체이며 염색체의 변화가 심하다. 이러한 두 가지 불안정은 종양 발생의 초기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며 종양의 진행을 촉진한다.
대장암의 발생에는 후성적 변화(epigenetic change)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성적 변화란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한 기전에 의해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변하고, 이러한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자손세포에게 전달되는 현상이다3-6). 후성적 변화의 대표적인 현상이 유전자의 촉진자(promoter) 부위에 존재하는 CpG island의 과메틸화(hypermethylation)에 의하여 해당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Lynch 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인 MLH1의 촉진자에 과메틸화가 발생하면 산발성 미세위성 불안정 대장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양억제 유전자(CDKN2A/p16, MGMT, p14ARF, HLTF)의 발현이 이러한 촉진자 과메틸화에 의하여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7-13). 또한 대장암 발생에 촉진자의 과메틸화가 대장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수한 표현형으로서 CpG island methylator phenotype (CIMP)의 실체를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14,15). DNA 메틸화는 s-adenosylmethionine에서 cytosine의 5번째 탄소 위치로 메틸기를 옮기는 화학 반응으로 대부분 cytosine의 메틸화는 5'CG3' (CpG dinucleotide)에서 일어난다. 대부분의 CpG sites는 진화 과정에서 소실되어 예측치의 약 5~10%만 존재한다. 이는 메틸화된 cytosine은 thymine으로 변화되는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16). 그러나 유전자들의 반 정도에서 5' 촉진자 부위가 CpGdinucleotide가 밀집되어 있는 0.5~5 kB의 크기인 소위 “CpGisland” 내에 위치하는데, 이 부분은 정상적으로는 불활성화X-유전자나 imprinted gene을 제외하고는 메틸화가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부위에 메틸화가 발생되면 해당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이 유전자가 종양억제유전자인 경우 발암과정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2. 대장암 발생에 관련된 중요 신호전달 체계
APC 유전자(gatekeeper)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FAP) 환자들과 염색체 5q21과의 연관성으로부터 발견되었는데 FAP 환자의 경우 태어나면서부터 한 쪽 대립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며 출생 후 나머지 하나의 대립 유전자에 결손이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종양이 발생하게 된다. 대장암 발생의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PC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산발성 대장암의 약 80%에서 발견되며 APC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β-catenin에 돌연변이가 있어 같은 Wnt 신호전달경로를 자극하게 된다17,18). Wnt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면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서 핵 내로 신호를 전달하여 종양 형성이나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변화시키게 된다.
암유전자(oncogene)인 RAS는 HRAS, KRAS, NRAS의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molecular switch”의 역할을 하는 guanosine triphosphate hydrolase (GTPase)를 만든다. RAS는 세포 바깥의 성장 신호를 핵 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RAS가 활성화되면 Raf/MAPK, PI3K/Akt, Mekk/JNK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세포를 변형(transformation)시키게 되고 p53이나 TGF-β 경로와 같은 종양 억제 경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RAS 중 대장암에서 가장 흔하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KRAS인데19) codon 12, 13, 61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GAP-mediated GTP hydrolysis에 저항성을 가지게 되어 지속적으로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KRAS의 돌연변이는 산발성 대장암이나 1 cm 이상의 선종의 50%에서 발견되지만 크기가 작은 선종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선종의 성장 단계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20,21).
염색체 17번 단완에 위치하는 p53 유전자(Guardian of the Genome)는 가장 먼저 알려지고 가장 많이 연구되어 온 종양억제 유전자로서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어 p21WAF1, bax, Fas, KILLER/DR5, 14-3-3σ 등과 같은 타겟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킴으로써 세포 주기 억제, 세포자멸사(apoptosis), 노화, 분화, 혈관생성억제 등을 일으킨다. 대장암의 약 70%까지 17p locus의 이형접합체 소실(loss of heterozygosity)을 관찰할 수 있는데 선종에서는 거의 관찰할 수 없어 p53의 기능 소실은 대장암 발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20,22,23).
염색체 18번 장완의 결손은 대장암의 73%에서 관찰되지만 진행성 선종(advanced adenoma)에서는 15%에서만 관찰된다20). 염색체 18번 장완에서 발견된 첫번째 종양 억제 유전자는 DCC (‘deleted in colon cancer’)이며24,25) 이후 TGF-β 경로에 관여하는 SMAD4, SMAD2가 발견되었다26,27).
TGF-β는 세포 성장 및 분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TGF-β는 결합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상피 세포에서는 대개 성장을 억제한다. 따라서 TGF-β의 성장 억제 효과에 대한 민감성 소실은 암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대장암을 포함한 유방암, 췌장암 등에서 관찰된다. 대장암 세포주의 약 75%는 TGF-β 신호전달경로에 의해 성장이 조절되지 않는데 대장암에서 TGF-β 신호의 억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체인 TGFβRII의 돌연변이이며 미세위성 불안정 대장암의 약 90%에서 관찰된다. 이는 TGFβRII의 염기서열 내에 두 개의 미세위성이 있어 1~2개의 염기쌍이 결손되거나 삽입되면 기능을 하지 않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TGFβRII의 돌연변이는 대장암 발생의 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TGF-β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SMAD의 돌연변이도 관찰되는데 18q21에 위치한 SMAD4는 대장암의 약 25%에서 기능이 소실되어 있으며 역시 18q21에 위치하는 SMAD2의 경우 5~10%에서 기능이 소실되어 있다.
3. 유전학의 임상적 적용
1) 진단
대변잠혈검사(fecal occult blood test)는 수십년간 비침습적인 대장암 선별검사로 사용되었으며 여러 가지 연구에서 대장암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8-30). 그러나 대장암, 특히 대장암의 전구 병변을 선별하는 데에는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31). 대변 DNA 검사는 대장암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나 촉진자 과메틸화를 대변에서 검출하는 방법이다. 2004년, APC, KRAS, P53 등의 돌연변이와 BAT-26, long DNA 등을 포함한 21개의 표지자를 대변에서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대변잠혈검사에 비하여 대장암에 대한 민감도가 우수함이 보고되었고(52% vs. 13%)32), 2008년에는 KRAS, APC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vimentin 유전자의 촉진자 과메틸화 등 세 가지 표지자를 이용한 연구에서 진행성 선종 발견율이 46%로 대변잠혈검사의 10~17%보다 우수함이 보고되었다33). 이러한 대변 DNA 검사는 조기 대장암에 대하여 46~77%의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변잠혈검사보다 우수하며 최근 미국에서 대장암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에서 선별검사법으로 추가되었다34). 이외에도 혈액이나 소변에서 대장암과 관련된 DNA, RNA, 단백질 등을 찾아 선별 검사에 이용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2) 예후 및 항암제 치료에 대한 반응 예측인자
예후인자로서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종양 억제 유전자인 APC, MLH1, MSH2라고 할 수 있다.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의 원인인 APC 유전자의 생식세포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예방적 전대장절제술(total colectomy)이 추천되며 Lynch 증후군의 원인인 MLH1이나 MSH2 유전자의 생식세포 돌연변이의 경우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1~2년에 한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며 대장암 발생 시 아전대장절제술(subtotal colectomy)이 추천된다34).
일반적으로 미세위성 불안정을 보이는 대장암은 예후가 좋으며 염색체 불안정을 보이는 대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35-37). 또한 미세위성 불안정 대장암은 보조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암세포에서 불일치 복구 시스템의 활성화는 5-FU에 대한 세포 독성 반응에 필요하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35,38-41). 그러나 topoisomerase-I 억제제인 irinotecan을 이용한 항암제 치료에서는 미세위성 불안정을 가지는 종양의 생존율이 증가함이 보고되었다42,43). 한편, CIMP가 대장암의 예후나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아직 일치된 견해가 없다.
최근 여러 가지 표적 치료제의 개발과 함께 이들 약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들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단클론 항체와 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관한 것이다. EGFR은 KRAS 신호전달체계를 통하여 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기 때문에 KRAS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 KRAS나 BRAF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EGFR을 차단하는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KRAS 돌연변이와 BRAF 돌연변이는 cetuximab이나 panitumumab과 같은 EGFR 단클론 항체의 치료 효과 감소를 예측할 수 있는 표지자이다4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