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과 크론병(Crohn’s disease, CD)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염증이 특징적이며 국내를 비롯하여 아시아에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IBD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어서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위장관의 염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 IBD의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의 위장관 증상은 장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지만 매우 주관적이고 비특이적이며 C-reactive protein (CRP), 적혈구 침강 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 등과 같은 혈청 표지자들도 널리 사용되기는 하나 IBD를 진단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다. 현재로서는 내시경이 장 염증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검사법이지만 다른 검사에 비하여 비싸고 침습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간단하고 빠르고 덜 침습적이며 동시에 효과적인 검사법이 필요하며 최근 여러 연구에서 fecal calprotectin (FC)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장질환, 특히 IBD에 있어 FC의 사용법과 성적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대변 calprotectin의 정상 범위
임상에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FC의 표준화된 cut-off 값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50 μg/g을 cut-off 값으로 설정하지만 IBD 환자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값이 적절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4]. FC 농도는 나이에 따라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신생아의 경우 장관의 투과성이 높아 FC 농도가 높게 측정된다. 이 농도는 4-17세가 되어야 성인과 비슷하게 됨을 주지해야 한다.
대변 calprotectin 결과에 영향을 주는 인자
FC는 대변에서 안정적이지만 실제 환자에서는 하루 동안에도 다양한 농도로 측정된다. 18명의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에서 하루 동안의 FC 변화를 측정하였는데, 특히 FC 농도가 높은 군과 심한 활동성 환자들에서 변화가 심하였다[9]. 또한 배변 사이의 주기가 긴 경우에 농도가 높게 나와서 주로 아침 첫 배변에서 검사할 것을 권장한다. 혈변보다는 점액 변이나 무른 변에서 FC 농도가 높았다. FC 결과에 영향을 주는 특정 음식은 없으나 음주는 높은 FC를 보이는 환자에서 결과에 변화를 줄 수 있어 검사 전에 삼가해야 한다. 비스테로이드 진통소염제, 아스피린과 양성자펌프억제제 복용은 FC 농도를 높일 수 있어서 결과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10].
기능성 질환과 기질성 질환의 감별에서 대변 calprotectin의 역할
과민성 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질환에서 IBD 환자를 감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대장 내시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덜 침습적인 검사법이 있다면 감별 진단을 위하여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대장 내시경을 쉽게 시행하지 못하는 소아에서는 더욱 유용할 것이다. 대장 내시경 시행을 위하여 내원한 87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FC는 종양 질환이나 IBD를 감별하는 데 89%의 민감도와 62%의 특이도를 보였다[11]. 2,475명의 환자를 분석한 메타 연구에서는 FC는 기질성 질환을 감별하는데 83%의 민감도와 84%의 특이도를 보였다[4]. 특히 FC는 다른 염증 마커인 CRP, ESR보다 더 우수한 정확도를 보여 기능성 질환 환자에서 불필요한 대장 내시경을 피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임을 증명하였다. FC를 선별 도구로 사용하였을 때 성인에서 불필요한 대장 내시경을 67% 감소시켰고 소아에서도 35% 감소시켰다[12].
내시경 활성도 모니터링
IBD에서 FC는 내시경 및 조직 염증 활성도와 잘 일치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CD의 내시경 활성도 점수인 simple endoscopic score for CD (SES-CD)와 FC가 잘 일치하며 cut-off 값을 70 μg/g으로 하였을 때 내시경 활동성을 보이는 IBD 환자를 89%의 민감도, 72%의 특이도와 87%의 정확도로 감별하였다[13]. 또한 FC는 UC의 내시경 활성도 점수인 UC endoscopic index of severity (UCEIS)와도 잘 일치하였다[14]. 최근 13개의 연구를 분석한 메타 연구에 의하면 FC는 CD보다는 UC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7]. 다른 메타 연구에서도 FC가 내시경 활성도를 진단할 수 있는 정확도는 CD보다 UC에서 높게 나타나 내시경 활성도를 보이는 IBD, 특히 UC를 진단할 수 있는 민감한 바이오마커로 제시되었다[15].
질환의 재발 예측
치료 반응 모니터링
FC는 치료 반응에 따른 염증 상태를 잘 반영한다. UC 환자들을 18주간 추적하면서 연속적으로 FC를 측정하였을 때 FC 농도의 감소는 내시경, 조직학, 임상 활성도의 호전과 관련이 있었다[20]. Infliximab과 adalimumab을 사용하고 임상 관해를 이룬 IBD 환자에서 FC도 함께 정상화되었다[21]. Ho 등[22]은 심한 UC 환자에서 스테로이드와 infliximab에 반응이 없던 군과 수술한 군에서 FC가 높았고, cut-off 값을 1,922.5 μg/g으로 하였을 때 수술을 예측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24%와 97.4%라고 하였다.
CD 수술 후 재발 예측
CD는 수술 후 높은 재발률을 보이므로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가 요구된다. 회장과 대장을 절제한 후 증상이 없는 86명의 CD 환자에서 내시경 재발 소견을 보인 군이 관해군보다 의미 있게 높은 FC 수치를 보였고, 이를 가장 잘 예측하는 cut-off 값은 100 μg/g이었다[23].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민감도, 특이도와 음성 예측도는 각각 95%, 54%와 93%였다. 다른 연구에서도 FC 200 μg/g 이상은 수술 1년 후 내시경 재발을 민감도 63%와 특이도 75% 정도로 예측할 수 있어 FC가 수술 후 재발 예측에 유용한 표지인자임을 제시하였다[24]. 그러나 FC가 높은 경우에도 재발 유무는 추가적인 내시경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증 례
28세 여자가 2개월 간의 복통으로 방문하였다. 주로 배꼽 주위에 쑤시는 양상의 통증이었으며 1-2시간 지속되었고 배변이나 식사와 관련 없이 발생하였다. 1년 전에 동일한 증상으로 다른 병원에서 위내시경 및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이 없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치료받은 병력이 있다. 무른 변 양상으로 하루 1-2회 배변하였고 혈변이나 체중감소는 없었다. 8년 전 항문농양 및 누공으로 치료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신체 진찰에서 혈압 110/62 mmHg, 맥박 86회/분, 체온 36.4℃였고 복부는 부드럽고 압통은 없었다. 혈액 검사에서 혈색소 9.1 mg/dL로 낮았고 CRP를 포함한 다른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다시 시행한 대장 내시경에서도 말단 회장을 포함한 전체 대장 점막에서 특이 소견이 없었으나 항문누공 치료 병력과 빈혈 소견 등 알람 징후를 보여주고 있어 기질적 장질환을 감별하기 위하여 FC 검사를 시행하였고 수치는 2,000 μg/g (정상 < 50)을 초과하였다. 소장의 염증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행한 전산화단층 소장 조영술에서 회장 부위에 다발성으로 장관벽이 두꺼워져 있는 소견이 관찰되었고 협착 병변은 보이지 않았다(Fig. 1). 캡슐 내시경에서는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보이는 병변과 동일한 부위에서 다발성 궤양 소견이 관찰되어(Fig. 2) 소장을 침범한 CD로 진단하였다. 소장 만을 침범하는 CD는 서양과 비교되는 국내 CD의 특징 중 하나이므로 장기간의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대장 내시경이 정상이라고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본 증례와 같이 FC가 기능성 장질환과 기질적 장질환의 감별에 FC 검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 론
Calprotectin은 손상된 중성구에서 분비되는 안정된 단백물질로 위장관 염증을 직접적으로 반영해주는 표지자이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FC가 IBD의 진단과 활성도 모니터링, 재발 예측과 치료 반응 예측 등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면서 IBD 진료에서 유용한 검사법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명확한 cut-off 값이 정의되지 않았고 소아 및 소장 CD 등에서 효용성이 낮은 점 등의 제한점(Table 1)을 잘 알고 임상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비특이적인 위장관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혈변, 빈혈, 체중감소 알람 징후가 있는 경우는 FC 값과 관계없이 적극적인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