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만성 췌장염의 한 형태로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형질 임파구의 췌관 침윤과 췌장 섬유화로 췌장기능의 상실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미만성 췌장 비대, 불규칙적인 췌관 협착 소견 및 고감 마글로불린혈증과 자가면역 항체 양성이 특징인 이 질환은 1995년 Yoshida 등[1]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진단기준은 없으나 일본에서 2002년 진단기준을 제시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진단기준을 제시하였다[2].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만성췌장염의 원인 중 빈도는 높지 않으나 황달, 복통, 체중 감소 및 CA 19-9 상승 등이 특징인 췌장암 혹은 원발성 경화성 담도염과 임상양상이 유사하여 감별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에 반응하는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이들 질환과 치료방법 및 예후가 매우 다르므로 병을 의심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췌장 외에 폐, 신장, 침샘, 담도, 후복막강 등을 침범할 수 있다. 이 중 신장을 침범하여 간질성 신염을 동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신장 침범이 3예가 보고되었다. 이 중 2예는 영상학적 소견에서 신장 종괴로 신장을 적출한 후에야 자가면역성 췌장염에 의한 신장침범을 진단받았다[3]. 저자들은 췌장염과 신부전이 동반된 환자에서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동반된 간질성 신염을 의심하고 신장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신장적출 등의 시술을 행하지 않고 투약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었다. 이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20년 전 당뇨병을 진단 받고 경구 혈당 강하제를 복용 중이던 62세 남자 환자로 내원 3개월 전부터 복통과 체중감소로 타 병원을 내원하였다. 타 병원에서 시행한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혈청 크레아티닌 2.4 mg/dL로 상승되어 있고, 일반뇨 검사에서 단백뇨 소견이 저명하여 당뇨병성 신증으로 진단 받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복통 호소하여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종대 소견과 좌측 폐하엽의 고립성 결절이 확인되었고, 혈액검사에서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등의 혈중수치가 상승되어 췌장염과 폐암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본원 내원하였다.
본원 내원 당시 복통은 없었으며 30갑년의 흡연력은 있었으나 음주력은 없었다. 신체검진에서 혈압 120/80 mmHg, 체온 36.8℃, 호흡수 12회/분, 맥박수 60회/분이었다. 말초 혈액 소견은 백혈구 8,300/mm3, 혈색소 10.0 g/dL, 혈소판 360,000/ mm3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총 빌리루빈 0.3 mg/dL, 알카라인포스파타아제 109 IU/dL, GGT 34 U/L, AST 11 IU/dL, ALT 7 IU/dL, 총 콜레스테롤 176 mg/dL, 총 단백 8.4 g/dL, 알부민 3.6 g/dL, 혈액요소질소 54 mg/dL, 크레아티닌 2.9 mg/dL, 아밀라아제 212 U/dL, 리파아제 870 U/dL였고, HBs Ag 및 anti-HCV 음성이었으며, CA19-9 52.1 (0.1-39), 항핵항체 음성이었다. 혈청 IgG는 2,861 mg/L (700-1,600 mg/dL)로 증가되었고, IgG4는 353 mg/dL (39.2-864.0 mg/dL)로 정상 범위였으나 이후 추적검사에서 IgG4 4,250 mg/dL (39.2-864.0 mg/dL)으로 증가되었다.
본원에서 시행한 자기공명 췌담관조영술에서 췌장의 비대는 이전 타 병원에서 찍은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 비해 뚜렷하지 않았으나 주췌관의 근위부와 원위부, 총담관 원위부의 불규칙한 협착이 있었다(Fig. 1A). 이에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의심하고 위내시경에서 유두부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IgG4 면역염색을 하였으나 음성이였다.
타 병원에서 당뇨병성 신증으로 진단받았으나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신장의 크기가 증가되어 있으며 다발성으로 저음영으로 보이는 부위가 있어(Fig. 2B)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동반된 신질환을 감별진단하기 위하여 신장조직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사구체에 발생한 변화는 당뇨병성 신증에 합당하였으나 신간질과 세뇨관에 림프구 침윤이 관찰되어(Fig. 3A) 자가면역성 췌장염에 동반된 간질성 신염 의심하에 IgG4 면역 염색을 시행하여 양성임을 확인하였다(Fig. 3B).
왼쪽 하엽의 폐 결절에 대해서 자가면역성 췌장염에 동반될 수 있는 가성 폐 결절을 의심하여 흉부 경피 세침흡입 생검을 시행하였다. 면역염색 결과 IgG4는 음성으로 나와 이는 배제할 수 있었으나 P53, P63이 양성으로 폐편평샘암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28일 동안 경구용 프레드니솔론 40 mg/day을 사용하였으며, 프레드니솔론 복용 2일 후 아밀라아제, 리파아제는 정상이 되었고 21일 후 크레아티닌은 1.4 mg/dL로 감소되었다(Fig. 4). 치료 한달 후 추적 복부전산화단층촬영(Fig. 2C and 2D)과 자기공명 췌담관조영술(Fig. 1B)에서 췌장의 크기는 정상으로 감소하였고 췌관은 이전보다 협착 정도가 감소하였다. 혈청 IgG도 1,660 mg/L로 감소되어 프레드니솔론은 40 mg/day으로 4주 사용 후 2주일 간격으로 5 mg/day씩 감량하였으며 현재는 재발을 고려해 5 mg/day로 유지 치료 중이다. 폐편평샘암에 대해서는 항암치료(Carbopalatin + gemcitabine)를 3주 간격으로 6차까지 시행하였으며 폐 결절 크기는 50%이상 감소하여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1995년 Yoshida 등[1]이 처음으로 보고하였고 이후 림파구 침윤성 췌장염이라 명명한 이후 계속해서 증례가 보고되고 있다. 현재는 한국 및 일본에서 독자적인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치료와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발병 기전이 확실하지 않으며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진단 기준이 없는 상태이다[4].
2011년 한국 일본 심포지엄에서 제시한 아시아 진단기준은 첫째, 영상의학적으로 췌장의 비대 및 췌담관의 협착이 존재하고, 둘째, 혈액학적으로 IgG 또는 IgG4의 증가 및 자가면역성 항체 양성이며, 셋째, 조직학적으로 임파 형질세포침윤이 포함된 섬유화 또는 풍부한 IgG4 양성의 형질세포가 관찰되는 것이다. 또한 부가적인 기준으로 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성 등이 있다[5,6]. 본 증례의 경우에,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췌장의 전반적인 비대가 관찰되었고 자기공명 췌담관조영술에서 주췌관의 불규칙한 협착이 보였으며, 혈중 IgG 증가 및 췌장 외 침범 기관에서 IgG4 양성 형질 임파구 침윤이 확인되어 위의 진단기준에 만족하였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에서 조직학적 소견이 2011년 개최된 한일 심포지엄에는 진단 기준에 포함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진단기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7], 이는 췌장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있어 개복수술을 통한 방법이 아니라면 췌장조직을 얻는 데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증례에서도 전신적인 질환으로 췌장 외 침범기관인 신장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IgG4 면역 염색을 통해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동반된 간질성 신염을 확진하였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IgG4 연관 전신질환의 형태로 췌장외에도 간, 담도, 신장, 폐, 침샘 등을 침범할 수 있으며 IgG4 양성의 형질세포가 췌장 또는 췌장 외 침범기관에서 발견된다. 이 중 신장을 침범하여 간질성 신염을 동반한 경우는 현재까지 일본에서 23예가 보고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장침범이 현재까지 3예가 보고되었을 뿐이다.
2004년 일본에서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받은 후 신부전을 보인 환자에서 처음으로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동반된 세뇨관 간질성 신염을 보고하였다. 이후에 IgG4 연관 전신질환 환자 153명 중 혈뇨, 단백뇨, 신부전,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신장의 저음영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인 연구를 시행하여 23명의 환자가 신 실질 질환을 진단받았으며 신 생검을 통해 거의 모든 예에서 세뇨관 간질성 신염이 동반되어 있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23명의 환자 중 21명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으며 4주 후 추적 검사에서 대부분의 환자에서 신장 기능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IgG4 연관 간질성 신염에 의한 신기능의 악화는 스테로이드 치료에 잘 반응하였다[7].
후향적인 다른 연구에서는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복부전산화단층활영과 자기공명영상촬영을 시행하였으며 이 중 12명(30%)의 환자에서 신 실질을 침범하였으며 음영의 감소와 신 피질 주변부의 작은 결절, 원형 또는 쐐기 모양의 병변, 미만성의 침범 형태를 보였다[8]. 이 중 10명의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후에 추적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신장 병변이 감소되었다. 2008년 Park 등[3]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받은 55명의 환자중 3명에서 신장침범이 있었으며 이 중 2예는 신장의 종괴에 의한 수신증과 림프종 의증으로 신절제술을 시행받았다. 이후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의심하여 IgG4 면역염색을 시행하여 신장침범을 확인하였다. 그 중 1예는 전형적인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로 자기공명영상촬영에서 비전형적 저음영의 종괴로 발견되었고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을 보여 신장 침범으로 진단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앞서 보고된 3예와 달리 신장 종괴는 없었으나 신부전 소견과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다발성 쐐기 모양의 저음영 소견이 발견되어 간질성 신염을 의심하고 신장조직검사를 통해 이를 확진하였다. 또한 스테로이드 복용 4주 후에 추적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신장크기의 감소와 주변 저음영 부위의 감소를 확인하였다.
최근 자가면역성 췌장염에서 K-ras 돌연변이가 췌장, 총담관, 담낭 등에서 관찰되었고, 이는 췌담도 암 발생의 위험요인으로서 자가면역성 췌장염과의 연관성을 제시하였다[9]. 본 증례의 경우 폐 편평샘암이 동반되었는데 이것이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연관이 있는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까지 자가면역성 췌장염 치료방법은 초 치료로 경구용 스테로이드 40 mg/day 또는 30 mg/day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2011년 한국 일본 심포지엄에서는 관해 유도를 위한 경구용 스테로이드 용량은 0.6 mg/kg/day로 2-4주간 사용한후에 1-2주 간격으로 5 mg씩 감량하는 것을 추천하였다[10].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당뇨병과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부전이 있는 경우 당뇨병성 신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본 환자에서도 당뇨병 유병기간이 20년으로 오래되었고 단백뇨도 있어 타 병원에서 당뇨병성 신증으로 진단되었으나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신장의 크기가 증가되어 있고 다발성으로 저음영으로 보이는 부위가 있어 자가 면역성 췌장염에 동반된 신장 침범을 의심하고 신장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시행 결과 신세뇨관의 IgG4 면역 염색 결과 양성이였으며, 스테로이드 치료 후 신장 기능이 향상되고 영상 검사에서 호전 소견을 보여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동반된 간질성 신염으로 확진할 수 있었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당뇨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임 상의가 신장 침범을 당뇨병성 신증으로 간과할 수 있으나 연구에 따라서 많게는 30%의 환자에서 간질성 신염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영상검사나 혈액 혹은 소변 검사에서 간질성 신염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신장조직검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